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Apr 16. 2021

후회 없는 삶

정용하 에세이



사람들은 왜 지난날을 후회하는 것일까. 왜 후회하는 경험을 해놓고 또 다시 '나의 선택'을 하지 못하는가. 선택 앞에서 신중한 것은 좋다. 하지만 나는 이것과 저것을 놓고 저울질 해본 적이 없다. 대개 가고 싶은 길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다. 나는 머리로 선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항상 마음에게 물었고 마음은 늘 명쾌하게 결정을 내려주었다. 마음은 헷갈림이 없다. 끌리는 것은 늘 정해져 있다. 내가 순대국을 먹을지 피자를 먹을지, 무엇이 더 먹고 싶은지는 머리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내가 더 먹고 싶은 건 바로 알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순대국이 먹고 싶으면 순대국을, 피자가 먹고 싶으면 피자를 먹었기에 아무리 그것들이 맛이 없었더라도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내 선택을 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결정했으면 미련이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후회란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러면 사람들은 반문한다. 내가 만약 이 선택을 내렸는데 뒤에 가서 결과가 좋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 고. 그럼 나는 이렇게 답한다. 그건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 그리고 원래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지금,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게 더 옳다고 생각되는지이다. 지금 내가 나의 믿음대로 선택을 내렸다면 설사 뒤에 가서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내가 내린 선택이었기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것이지 않느냐, 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지나치게 걱정을 하여 지금 내릴 선택을 나의 믿음대로 내리지 못하면 그게 바로 후회를 남기는 일이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택하면 후회가 남지 않는다, 라는 믿음은 지금도 내게 유효하다.


극단주의자들은 또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이기적인 것 아니냐고. 어떻게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 수 있느냐고. 이런 극단주의자들은 무얼 말해도 항상 극단적인 상황만 염두에 둔다.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된다면 그건 존중 받을 선택이 아니다. 민폐이거나 범죄다.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이라면? 나의 삶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겠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될까. 내가 직장에 들어갈지 프리랜서가 될지 사업을 차릴지 결정하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일까.


물론 나도 나의 선택을 내리는 데 부모님의 존재가 항상 마음에 걸린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살 수 없도록 균형을 이루게 도와주는 존재가 바로 부모님이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가 내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주려 노력한다. 부모님이 나의 길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뭘 하긴 하려나 보다, 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님에게도 피해나 상처를 드리지 않는 것이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는 신념의 정당성을 찾는 일이다. 그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 주제를 놓고 예전 모임했던 분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중 한 분이 머리의 선택과 마음의 선택이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 머리로 하는 선택이 왜 나의 선택이 아닌 것이냐고. 내가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좀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다는 건데. 얼핏 들으면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그럴 때 위의 예시를 다시 들으면 이해가 빠르다. 순대국을 먹을지, 피자를 먹을지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고민하는 이유는 금액적인 부분이라든지 배달 시간, 건강 등이 있을 수 있다. 그게 바로 머리가 하는 일이다. 물론 둘 다 먹고 싶어서 고민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머리가 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실적인 고려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으니까.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차선으로 두 번째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게 좀더 나은 선택지가 되는 것이다. 피자도 먹고 싶지만 돈 때문에 순대국을 먹는 식으로. 어쨌든 그건 마음이 내린 결정이다. 이제 그 차이가 보이는가. 그래도 안 보인다면 평소 내면과의 대화가 부족했거나 머리 또는 마음 중 하나가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해 보길.


그렇다면 뭐가 내면의 목소리일까. 간단하다. 육성으로 나오지 않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언어 형태로 계속 재생되고 있을 텐데 그게 바로 내면의 목소리이다.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면 한 번 그 내면의 목소리를 종이 위에 있는 대로 적어봐라. 무엇도 거르지 말고, 사소한 내용일지라도. 그러면 내면의 내가 나온다. 그게 마음이 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힘들다, 지친다, 같은 것이 나온다면 지금 그대는 쉬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쉬어줘야 한다.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해야 후회가 없을뿐더러 건강하다. 그렇다고 몸에 안 좋은 것만 골라 하지 말고 무엇이든 균형이 중요하다.


마음이 이끄는 삶이 무엇인지 자신도 충분히 아는데 현실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분명 그런 사정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의 삶을 마음이 원한다고 해도 당장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게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되는 건 아니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을 활용해 프리랜서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만약 잦은 야근 때문에 저녁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퇴근 시간이 확실히 지켜지는 회사로 이직하는 식으로. 만약 그럼으로써 당장의 벌이가 줄어들 걱정을 한다면 그대는 욕심쟁이다. 마음이 이끄는 삶은 분명 프리랜서인데, 머리로는 돈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그 사람은 훗날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이 꼭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겐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라고 충고한다. 나의 선택을 함으로써 잃게 되는 것을 감수하지 않으면 나의 삶을 살 수 없다. 그래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어려운 것이다. 지금 나도 내가 선택한 길을 살면서 잃은 것들이 굉장히 많다. 그것들을 말하면 한두 페이지는 거뜬히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기에. 단점보단 장점이 워낙 많은 삶이기에.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역시 용기도 필요한 것 같다.


-21.04.16.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랜서는 지속가능성에 있어 늘 위태로운 직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