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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Apr 30. 2021

힘들면 좀 쉬어요

정용하 에세이



나는 사람이 언제 건강을 잃는지 알고 있다. 두통, 위염, 변비 등은 몸이 주는 건강 적신호이다. 그런 신호를 받고서도 단순히 약으로만 진정시키려 하지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약은 본질적인 개선책이 되지 못한다. 약발이 떨어지면 언제든 몸의 이상은 다시 나타난다. 건강은 과부하가 올 정도로 무리를 하거나 나를 과하게 통제하려 들 때 잃는다. 이미 일이 산적해 있는데도 새로운 일을 추가한다면, 지친 나를 의지로만 일으켜 세우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두통이나 위염, 변비가 단순히 컨디션 난조로 발생하는 증상으로만 여긴다면 돌이킬 수 없는 큰 병을 얻을지 모른다. 그러니 작은 신호도 가벼이 넘기지 말고 힘들면 좀 쉬었으면 한다. 쉬어도 된다.


그러면 이제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쉬면 일은? 밥벌이는? 누가 떠먹여 주나. 내 뜻은 그런 게 아니다. 그 쉬는 것을 하던 일을 완전히 던져 놓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그런 반감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쉼이란,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지란 것이고, 나에게 맞는 일의 강도로 조정하란 것이다. 그런 극단주의적 혹은 완벽주의적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 아니면 차라리 안 하겠다, 란 태도를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은 자신을 지나치게 통제한다.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모든 순간을 통제하려 들면 피곤하고, 다른 사람보다 받는 스트레스의 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습관을 가지라고 권한다. 내가 나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이 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매 순간 나를 통제하는 데 혈안이 되지 말고 그 시간이 되면 알아서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몸에 무리가 될 정도로 과하게 잡으면 안 되지만 습관을 만들면 스트레스는 반으로 줄을 것이다. 삶의 안정감과 만족감은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다. 일하는 것도 습관을, 쉬는 것도 습관을 만들면 일단 마음이 편하다.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 통제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


사실 무리한 일정을 잡고 자신을 과히 통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조급함'에 있다.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 그것은 주로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고, 자신을 삶의 중심으로 두지 않아서 생긴다. 빨리 성과를 만들기 위해선 내가 더 많은 것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조급함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포기와 인정이 가장 도움 된다고 믿는다. 네가 빨리 성과를 얻으려 해도 어차피 원하는 대로 얻지 못할 것이란. 인생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포기와 인정만 잘 할 수 있어도 내가 가진 조급함의 크기는 반 이상 줄 것이다. 또 삶의 중심을 타인에서 나로 옮겨와야 한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타인의 시선부터 보는지, 그게 나에게 맞는지를 보는지에 따라 삶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내 선택은 내가 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건 내가 옳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선택이기에 옳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나를 아는 게 중요하다. 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나의 조급함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나에게 맞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나에 대해 자세히 알지 않고선 그것들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나는 나를 아는 데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옮겨 적다 보면 나의 상태를 알게 된다. 그런 글을 쓸 땐 잘 쓰려고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냥 그림 그리듯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다. 나를 아는 것이 당장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내가 좀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데는 큰 도움을 준다. 이 세상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니까. 내가 나를 챙겨줘야 한다.


무리해봐야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 없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건강하고 꾸준하게 사는 것이 결국엔 살아남는 방법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그러려면 강한 자보다 살아남는 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지킬 필요가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존버하자. 그 존버하는 방법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것뿐이다. 다른 건 없다.


-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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