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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an 13. 2022

좋은 것도 좋지않은 것도 쌓여간다

부지런히 챙겨야할 것들

나이를 한 살 먹은 티를 내는 건지, 이제 나이 앞이 4로 바뀌었다는 걸 알려주려는지.. 새해부터 몸 이곳저곳이 아프기 시작한다. 작년 말에는 치과를 다니느라 바빴는데 연초부터 뒷목이 뻐근하고 무겁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 정말 반갑지 않다.



몸에 조금이라도 신호가 오면 병원으로 달려가는 속도는 나이에 비례해 빨라지고 있다. 잠시 아프고 지나갈 수 있는데 이젠 그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어, 이거 무슨 큰 일 있는 거 아냐?' 작은 아픔에도 큰 상상이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보다 그냥 병원에 얼른 가는 쪽이 맘 편하다. 



목이 뻐근한 지 3일. 예전에는 하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던데.. 지속되는 걸로 봐서 혹시 목디스크일까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목디스크는 목뿐만 아니라 손끝이 찌릿한 증상까지 있어야 한다는데, 그건 아니니까 그냥 일자목이나 거북목의 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정확한 원인을 알고 싶어서 아이들을 보내고 난 뒤 바로 정형외과에 갔다. x레이를 찍고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의사가 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약간 일자목이네요. 심한 건 아니지만 이건 자세가 좋지 않은 게 계속 쌓여온 거라 하루아침에 괜찮아지지 않을 거예요. 꾸준히 자세를 교정하시고 컴퓨터나 핸드폰 자제하세요. 그리고 스트레칭 계속해주시고요."

목디스크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하나, 계속 이 상태로 간다면 당연히 목디스크로 연결이 된다는 말이 숨겨져 있었고, 의사가 얘기한 작업을 하루 종일 하는 사람이라 자제는 하겠지만 계속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챙겨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돌아왔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매일..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오전 작업을 끝낸 후, 중간중간 거북목에 대한 영상을 보며 요가를 한다. 그리고 계속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내밀며 좋은 자세를 유지하려 애쓴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나중에 찾아올 더 큰 아픔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진작 그럴 것이지...

병원 다니 온 지 열흘쯤 지난 지금도 여전히 통증이 있다. 며칠 파업하고 놀면 나으려나? 






괜스레 한 살 더 먹은 나이 탓을 해본다. 어릴 때는 이래도 저래도 멀쩡하더니 이제 조금만 흐트러져도 아픈 걸 보니 나이가 먹긴 먹었나 봐.. 3살 많은 남편에게 나이 타령을 한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이제는 부지런을 떨어야 지켜낼 수 있다는 게 서글프면서도 정신이 번쩍 든다. 



요즘 나는 연세에 상관없이 건강해 보이고 젊어 보이기까지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면 부럽기도 하고 감탄이 나온다.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고 작은 것에라도 시간을 내어주어 관리를 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바라봐지지 않는다. 나이가 드니 기본적인 것들을 챙기는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다. 번거롭지만 지켜져야 할 기본생활습관들을 놓치고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당장 티 나지 않지만 쌓여간다.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그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때... 후회해봐야 되돌릴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

좋지 않은 자세가 디스크로 연결되듯

1일 1팩이 피부 좋은 할머니로 거듭나듯

지금 느껴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잘 챙겨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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