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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r 11. 2022

나다운 인생

이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30대 후반, 그 나이에 그런 얄궂은 생각이 왜 떡하니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하나의 계기가 되었고, 뒤로 미뤄두고 놓치며 오늘의 할 일을 행하는데 급급하게 살고 있는 나를 제대로 짚어볼 기회가 되었다. 생각은 누구나 비슷한데 터닝포인트로 만드느냐 마느냐는 내 손에 달린 일, 어떤 마음에서인지 단단히 그 길을 정하고 싶었다.



나다운 일, 나다운 길,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 나이 마흔에도 충분히 이런 일이 가능하고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엄마이기에 시간도 여유도 없고 아이들이 우선순위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를 잘 챙기며 살았던 사람도 내 시간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제 아이들과 살아가는 건 일상이지 순간의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부터 인정해야 했다. 과연 나중 언제 시간이 남아 나와 놀고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이상과도 같은 시간이 오기나 할까. 그러니 나를 챙기며 사는 것이 여유 있을 시기는 지금도 나중에도 없다. 



나답게 사는 것은 제일 자연스러운 일이다. 쉽지 않은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 방향으로 노력하고 살아가야 인생의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행하는 [나담 글쓰기] 모임에 매일 글감을 배달한다. 주제는 모두 '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같은 시간 간단한 질문을 드린다. 나에 대해서 생각을 못해보고 지낸 시간 때문에 글감이 어려울 수 있고, 아니면 나를 잘 알지만 글로 정리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울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라는 글감을 받고 주춤하는 건 딱히 좋아하는 계절이 없는 사람일 수 있고, 계절에 대해 무감각할 수도 있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단어일 수도 있다. 이유가 뭐든 한 번은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의미 없어 보이지만 많이 중요한 모임을 운영한다.



내가 나를 살피고 챙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평온하게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차가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야말로 스스로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복덩어리이지요.
'혼자 있음' 속에서 깨어나는 당신은 언제나 행운의 주인공입니다.

-오래된 비밀-



격리가 되어있는 지금, 아이들은 이제 제 컨디션을 되찾아 몰려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증상들이 없어지고 나니 엄마로 할 일은 많이 줄었고 집안에서는 이미 일상생활 중이다. 시간이 조금씩 비기 시작했고 밀려둔 책을 야금야금 읽고 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고 살았고 어떤 마음으로 스스로를 바라봐야 하는지 그런 면에서 한참 모자란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걸 저 밑에서부터 틀렸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 

책 속의 말처럼 이제 나는 행운의 주인공이다. 나라는 의미를 계속 찾는 것 자체도 행복인데, 그런 일이 운을 불러온다니 이렇게 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 기분 좋게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공을 들이며 살아가야 한다.



흔들리던 나, 부정적이었던 나, 질투 많았던 나. 2년이 넘는 시간이 쌓여 많이 변했다. 생각의 틀, 행동의 반경이 예전보다 넓어졌고 스스럼없다는 사실을 느낄 때면 나 스스로도 놀란다. 예전의 나답지 않은 선택지를 이제는 막 고른다. 재미있겠지? 이러면서.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도 느껴지는지 얼마 전에는 sns로만 알고 지내는 분이 dm을 보내셨다. 나에게 요즘 초록빛이 감돈다고, 안정되어 보이고 좋아 보인다고. 속속 아는 사이가 아니고, 실제로 마주한 적도 없는 분이 말이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세상 안에서 오랫동안 스쳐온 사이. 사진으로만 만나고 짧은 글로 생각을 전하는, 실제 모습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은 사람들이 그곳에는 많다. 이제는 일상보다 그곳이 편한 순간도 있으니 나의 변화를 가족보다 어쩌면 잘 알아차릴 수도 있겠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생각을 말로 건네준 그분의 마음까지도 고맙다.



내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사는 우리가 타인의 생각, 시선을 완벽히 차단하고 살기는 어렵겠지만 결정의 중심에는 내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만족하는지 후회가 많은지 돌이켜보면 답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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