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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r 23. 2022

일을 노는 것처럼 노는 걸 일처럼 하는 엄마

일상이 성장이다

느지막이 일어난 아이는 서둘러 등원 준비를 시키는 엄마가 귀찮다. 잠도 안 깼는데 세수해라 밥 먹어라 옷 입어라.. 잔소리를 퍼붓는 그 시간이 짜증스럽다. 여유 있게 일어나면 좋으련만 무슨 잠이 그리 많은지 잠든 지 10시간이 넘어가도 일어날 생각이 없다. 더 이상 지체하면 밥도 못 먹이고 보내겠다 싶어서 얼른 아이를 깨운다. 아이에게는 밥이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엄마는 뭐라도 먹 여보 내야 맘이 편한데 그 마음을 알까.



"엄마는 집에서 노니까 좋겠다. 나도 하루 종일 집에 있고 싶은데..."

"엄마가 집에서 노는 줄 알아? 얼마나 바쁜데~!!"


엄마인 나는 직장을 다니지 않을 뿐 노는 사람이 아니다. 엄마가 얼마나 바쁜지 얘기해줘?? 응?!

수입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일을 한단다 딸아.






아이를 등원시키고 10시. 

3월 안에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일이 있었다. 바로 인스타 라방.

혼자 세운 계획이라 지키지 않는다고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제 3월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너 언제 할 거니? 당장 내일 또 비상상황으로 아이들이 원에 못 갈 수도 있는데.. 시간 있을 때 어서 해야지, 아침 시간 아니면 또 여유 없어서 못하면서.. 쯧.'

마음이 막 등을 떠민다.



왜 꼭 라방을 해야 하나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다 보니 시간이 계속 흐른다. 핸드폰 거치대, 조명, 아이패드를 식탁에 두고 앉아서 고민을 한다. 두려움에 시간만 흘러가는 게 아까워서 일단 방송 시작을 눌렀다. 누가 들어올지 내가 이 그림을 무사히 잘 그릴지 모르겠지만 그냥 해보고 싶은 일. 그런 거다 이건.

30분의 고민 끝에 10시 반, 시작되었다.



지나치지 않고 라방에 들어와서 반갑게 손 흔들어주고 댓글 남겨주는 분들은 그냥 사랑이다. 그림 그리며 방송할 때는 몰랐는데 다 끝나고 영상을 보니 화면이 뿌옇기도 하고 영 어설프던데.. 다 좋다고만 하시는 분들. 응원하는 마음으로 건넨 말이라는 걸 알기에 더 꾸밀 말이 없이 사랑 그 자체다.



라방을 끝내고 점심을 먹고 아침에 못한 설거지까지 마치니 12시 반. 

어제 블로그에 온라인 글쓰기 모임 <나담 브런치 PJ> 공지글을 올렸다. 금요일까지 모집기간이기에 오늘 한 번 더 알리는 글을 썼다. 홍보하는 횟수가 늘어나야 더 많은 분들에게 닿을 수 있기에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는 시간 동안에는 부지런히 매일 포스팅을 해야 한다. 아직 모이는 수가 적으니까 노력이 필요하다. 인스타에도 홍보글을 올리고...

그러고 나니 1시 반.

이제야 이번 주 한 편도 쓰지 못한 브런치 글을 쓰러 들어왔다. 작년 3월부터 1년째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 1주에 2편을 쓰고 있다. 내가 하자고 말하며 시작된 일이기에 꼭 지켜야 하고, 지키고 싶었다. 부지런히 써왔는데 지난주 처음으로 1편을 썼다. 그것도 일요일에 아차 싶어서 서둘러 쓴 글이었다. 마음이 그냥 바쁜 그런 한 주여서.. 끝내 놓쳐버렸다. 이번 주 다시 아자아자! 




엄마 + 글 쓰는 사람 + 그림 그리는 사람...

아이들이 원에 간 시간 동안은 나만의 일을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 나의 본캐이고

아이들이 있는 시간은 엄마가 본캐이다.

엄마라는 직업 말고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아무 상관없는 일을 계속 이어나간다.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걸 아까워하는 성격이라 다양한 일을 하는 게 나에게는 맞다.

직장을 가지 않아도 일로 바쁜 엄마의 생활을 아이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일상이 성장이고
하루가 쌓여서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된다.





점심을 먹으며 본 영상 송길영 박사의 <미래 수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일상이 성장이다.

맞다, 나의 일상은 요즘 성장 그 자체다.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건 아니지만 일을 만들어서 하고 해보지 않았던 걸 하고 싶다.

애 키우는 엄마가 책을 내고 그림을 배우러 다니고 비싼 아이패드를 고작 그림 그리겠다면서 구매한다. SNS에 매일같이 내 생각을 쓰고 이야기한다. 혼자 글 쓰면 될 것을 모임을 만들어 시간을 투자하고 함께 쓰자고 말한다. 혼자 그리면 되는데 그리는 방법에 대해 포스팅을 남기고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 인스타 라방을 고민 고민해가며 켠다. 

이 모든 것을 굳이.. 굳이 한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내 시간과 열정, 노력을 들여서 말이다.



이것들을 쌓여서 전설이 되어야겠어! 이런 생각은 1도 없지만 나의 일상 그리고 하루를 쌓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내가 성장에 목마른 존재였다는 사실도 요즘에서야 알게 되었다. 세상이 이렇게나 재미있었는지 알아야 할 게 많고 알고 싶은 게 많았었는지. 이제껏 내가 얼마나 좁은 곳에서 살았는지..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기록들을 아이가 볼 날도 있겠지 싶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엄마의 역사를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될 그때 말이다.

그때가 되면 "엄마는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노니까 좋겠다" 이 말을 하지 않겠지..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일을 노는 것처럼 노는 걸 일처럼 하고 있는 건 맞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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