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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Apr 17. 2022

봄 건강한 식단을 시작하다

비염 너 덕분이야

에취 에취~

아침만 되면 또다시 재채기와 코피가 시작되었다. 

겨울 내도록 코 안이 건조해서 코피가 자주 났지만 이제는 재채기까지 극성이다. 

'아.. 봄이 왔구나'싶다.



둘째는 아기 때 아토피로 혼자 밤새 그렇게도 긁어대던 아이였다. 지금은 다행히도 그런 상황은 없어졌지만, 알레르기 체질이 쉽게 바뀔까. 알레르기 지수가 몸 안에서 낮아졌다가 높아졌다가 요동을 치겠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건 어쩌면 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크면서 면역이 더 좋아지는 상태가 되면 사라질 확률이 있다고 하지만 반대로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피부가 나빠지지 않는 지금의 상황만으로도 사실 나는 감사하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계속 마음 아프게 만드니까 말이다.



꽃이 피고 세상이 화사해지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아이의 코안은 간질간질해지나 보다. 재채기가 늘어나고 몸도 긁는다. 비염이 심해지는 때가 온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토피도 비염도 겪어본 적이 없는 나는 그 고통을 사실 모르겠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시도 때도 없이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자꾸만 나오는 재치기를 막지 못해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말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린다. 우리 아이도 조금 더 사회생활이 늘어나면 이런 상황이 될까 봐 미리 걱정을 앞당겨한다.



병원 약을 받아 들고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단지 안에 벚꽃이 날린다. 우와-하얀 꽃눈, 꽃비가 내리는 드라마 같은 장면. 황홀해서 정신이 날아가는 순간 아차! 내 손을 잡은 아이의 마스크를 단속한다. 콧속으로 이 가루들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돌아다니지 않아야 하나, 이쁜 풍경을 보면서 이 계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참 슬프다.




"오늘내일은 아이 바깥활동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비염이 심해서 약은 탔는데, 아무래도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 oo가 비염이구나- 저도 비염이라 요즘 코가 간질간질하더라고요.

근데 어쩌죠.. 저희가 전부 산책을 나가서요, 아이들도 선생님도. 

원 안에 아무도 없을 거라 oo만 안 나갈 수는 없는데...

그건 저희가 의논을 해볼게요~

그리고 비염 약이 독해서 아이가 계속 먹으면 안 좋을 거 같아요.

저는 한약 먹어도 효과가 있더라고요, 

저희 조합원에 한의원 하시는 분이 계세요, 혹시 생각 있으시면 거기 한 번 가보세요~"



지금 이 문제는 아이의 체질이 바뀌어야 벗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비인후과나 소아과를 가서 약을 먹이는 건 지금 당장 상황을 완화하는 극적인 효과가 있다. 더 심해지는 걸 즉각 차단하는, 당장 내 눈으로 아이의 재채기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어쩌면 아이 스스로 괜찮아지는 상황을 내가 막아버린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말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일이 어떤 것일까 고민했고, 주말 아이와 한의원을 가서 상담을 했다.



밀가루, 계란, 우유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들이라 평소에도 아이에게 좋지 않지만, 봄같이 좋지 않은 외부환경에 노출될 때는 더 안 좋게 발현된다는 사실.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눈에 보이는 아이 피부가 심할 때는 잘 지켜왔다가 괜찮아지면 해이해져서 또다시 내 맘대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놓치고 있었던 것들.. 다시 정신이 번쩍했다. 외부의 자극에 크게 흔들리지않도록 안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 엄마가 해줘야할 첫번째 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이 2살 때 잠깐 실천한 적이 있었다. 밀가루를 집안에서 없앤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했다. 마트에 갈 때마다 성분이 무엇인지 한참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냥 쓰윽 카트에 담던 물건들을 생전 처음 자세히 봤다. 무슨 좁쌀만 한 글자가 그렇게나 많은지... 하나씩 읽어보다가 인터넷으로 이 성분이 뭔가 찾아도 보고. 이럴 바에야 그냥 내가 농사지어서 먹고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이가 겉보기에 괜찮아지자 멈춘 일들.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우유, 마시는 음료를 그렇게 좋아한다. 떨어지지 않게 채워놓던 우유 이것부터 아웃- 그리고 집에 남아있는 계란은 친정으로 패스.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빼고 나니 우리가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건 야채밖에 없다. 엄마인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나물이 우리 집에 제일 좋은 음식이 되어버렸다. 



"우리 이제 먹는 거 건강한 것들로 먹을 거야.

우유, 계란, 밀가루 이 3가지는 oo가 건강해질 때까지 줄여야 해."

"응 알아- 아까 의사 선생님이 얘기했잖아"


"엄마 나 빵 먹고 싶어"

"그래? 그냥 빵은 밀가루라 안돼서 엄마가 먹을 수 있는 빵 사다 놓을게. 주말에 먹자"

"알았어"

5살 아이는 어느새 이렇게나 자랐을까. 의사 선생님과 엄마의 말을 스스로 접수했고, 지금 당장 먹고 싶다 사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엄마가 차려주는 나물반찬도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먹기 시작한다. 이쁘다 아들.




아이가 피해야 하는 음식들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음식이다. 번거롭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 분명하지만, 불평을 걷고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해지는 기회다. 나물반찬을 제일 싫어하는 건 사실 나라서 내가 제일 건강해질 예정이다.



오늘 아침. 

아이들은 소금 간을 조금 한 구운 두부와 시금치나물 그리고 된장찌개를 끓여줬고, 

어른들을 위해서는 생전 처음으로 두릅을 삶아냈다. 

이제는 산에 살아도 가능하지 않을까 웃으며 밥을 먹었다.



우리 가족 모두 더 건강해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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