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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n 17. 2022

경험을 사는 시간

글-책-그림 모두 나

작년에 계획되었던 강의 하나가 뒤로 미루어졌고 1년쯤 지난 지금 다시 일정이 잡혔다. 작가가 되고 싶은 엄마가 열고 있는 엄마 작가 시리즈 강의에 하루 초대해주셨다. 어떤 취지의 모임인지 알기에 더 애정이 가고 서울에서 하는 일이지만 기꺼이 하겠다고 했다. 다음 주에 예정되어있는 강의라 오늘 줌 미팅을 하면서 다음 주에 있을 시간에 대해 어떻게 질문과 답을 이끌어갈지 이야기를 나눴다. 1시간 반 동안 주최자, 진행자, 나 3명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나는 과거 몇 년간의 시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거꾸로 가는 시계같이.



진행을 맡은 오랜 인연 길 작가님이 물어보셨다. 책을 내고 나서 내가 한 일들을 쭉 이야기해주셨다.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 유튜브, 브런치 작가, 글쓰기 강의, 그림 그리기, 전시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 많은 것들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어떤 에너지로 이렇게 넓혀가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다. 아마 나의 첫 시작 지점 책 쓰기 모임에서 함께 한 분이라 그때의 나를 기억하고 계시기에 그 후 나의 변화에 더 응원을 보내고 놀라워하셨을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누가 툭 건드려도 내 안의 것들이 터져 나올 때였으니까...



많은 일을 벌인 이유는 사실 특별히 없다. 계획한 일도 아니고, 돈을 벌고자 했거나 더 잘 되고자 하는 큰 목적이 있지 않았다. 그저 그냥 그때마다 "해볼까?"라는 생각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내가 책을 매일 읽으니까 제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독서모임을 열었다. 그런데 막상 같이 읽는 시간을 가져보니 생각보다 활력이 되지못했다. 각자 책을 읽는 모임이라고 해도 모임을 이끄는 사람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모임을 잘 이끄려고 애를 쓴다. 나의 그런 노력에 비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더 이상 끌고 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그만두게 되었다.



독서모임 다음으로 글쓰기 모임을 열었는데, 이게 진짜 내가 힘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도움을 받은 도구라 막막한 구간을 지나고 있거나 나라는 한계에 부딪힌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책 한 권 써봤고 지속적으로 쓰고 있는 사람의 포지션으로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되었다. 같은 이유로 기관에서 열리는 글쓰기 강의도 용기 내서 도전했다.



용기.

왜 이렇게 용기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지 대표님이 줌 미팅의 끝부분에 물어보셨다.




나는 제로에서 시작하는 사람이었다. 내보일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지금 이대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 하나로 잘 해내고 싶은 욕심보다 그냥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내 이름으로 나라는 사람으로 말이다. 엄마 말고.



빽 같은 학벌도 돈도 젊음도 자신감도 없는 그저 애 둘 엄마가 나로서 시작하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제로여서 올인할 수 있었고 없는 용기까지 끌어다쓸 수밖에 없었다. 절박하면 초인의 힘이 솟아나듯 그때 나는 그런 심정이었다.



어떤 이들은 여러 가지를 조금씩 손을 대는 걸 단점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 생각에 반대한다. 꾸준하는 것은 좋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그 자리에 고인 물이 될 수 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이 말하는 다양한 분야의 도전도 부정적으로 보면 이거 찔끔, 저거 찔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건너 건너오면서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같았다. 결도 같고 분위기도 말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확장되어가는 과정은 낯설지 않다.




책을 또 한 번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림으로 나의 관심사가 확장된 지금은 그냥 책이 아니라 그림이 담긴 그림 에세이가 쓰고 싶어 졌다. 그림, 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작업해야 하기에 단 시간에 이루어질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이어가면 몇 년 안에 가능할 거라고 믿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확장은 그 전의 경험을 함께 포함하며 더 크게 나아갈 수 있다.




"요즘 저에게 들어와 있는 단어는 '경험'이에요.

조금씩 다양하게 해 보면 결국 나에게 남는 게 많을 테고

다른 분야 같지만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거든요"




나는 요즘 경험을 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결과와 상관없이 즐기면서 말이다. 여전히 과정 중에 있고 글을 쓰고 그리는 지금이 참 만족스럽다. 다음 주 강의에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더 동기부여를 해드릴 수 있을지 오늘부터 고민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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