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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n 21. 2022

잘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아

어릴 때 우리가 어른들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하나를 콕 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잘 해내아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말이었지 싶다. 

"이렇게 해야 이걸 잘할 수 있어"

"이거 잘 해내야 해" 

감사하게도 부모님의 정확한 음성으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사회라는 분위기는 많이 강요하고 있다. 




"출간을 하고 정말 다양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뭐예요?"

누군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했다. 내가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지 헤어리며 살지 않기 때문에 인지하고 있지도 못했는데... 그분이 하나씩 나열해주셨다. 독서모임, 글쓰기 강사, 글쓰기 모임 운영, 유튜브, 브런치 작가, 드로잉. 부지런히 하다가 멈춘 일에서부터 지금 막 시작한 일까지- 나의 시작 지점에서 만난 그분은 감사하게도 애정 있게 2년 동안 내가 해온 일들을 기억하고 계셨다.

아마도, 나와 처음 만난 날 나의 모습을 알기에 이 과정이 새롭게 느껴졌고 응원을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건드려도 목 끝까지 차올라 있는 눈물, 그 모습을 보았으니까. 출발점의 내 모습을 보며 얼마나 힘듦 속에 있었는지 다 느꼈다고, 그래서 더 대단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사실 저는 다양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새로운 일에 이제 막 한 발 내딛는 사람이 잘할 수 없잖아요, 난 이 정도밖에 못해-이런 못난 마음이 아니라 못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잘하고 싶은 욕심은 전혀 생기지 않았어요. 

글을 쓰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모두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시작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쓰거나 그렸다면 즐기지 못했을 거예요. 답이 정해져 있었을 테니까요.

내가 글을 써본 적 없는 사람이라 부담 없이 그냥 쓸 수 있고,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막 그릴 수 있는 거예요. 과거의 경험이 아예 없기에 심지어 잘하는 것처럼도 보일 수 있는 거고요.

시작하는 마음에 잘하고 싶은 비중이 컸다면 아마 지속하지 못했을 거예요. 너무 무거워서 나아갈 힘을 낼 수가 없으니까요."






30대 후반이 되어서 책을 쓰고 글도 쓰고, 모임을 열며 리더가 되고.. 사람들 앞에 서서 강의도 하게 되었다. 여태껏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들 시작하면서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 틈도 사실 없었다. 어떻게든 그냥 한번 해보는 것에 의미를 두기에도 바빴고 '내가 무슨' 이라면서 작아지고 잡아놓은 스케줄을 취소하고픈 마음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까지 다시 끌어오는 데 모든 에너지를 썼다. 




그래서, 시작하는 것이 그나마 쉬웠고 시작하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해냈고. 기대가 없으니 그냥 해내도 잘한 걸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을 2년 넘게 반복하다보니 결국 내가 만들어낸 한계는 나 스스로 부숴버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막는 것도 모두 나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잘하지 못하면 어때.

하다보면 결국 나는 잘하게 될거고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이만큼도 충분하다,

그리고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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