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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06. 2022

내 기분이 육아가 되지 않게

아이들은 이제 낮잠이 필요없을만큼 컸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여전히 낮잠시간이 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반에서 제일 먼저 잔다고 하실 정도로 자야하는 시간을 잘 지키는 아이들이다. 주말, 집에서도 사실 커튼을 치고 가족 모두 눕자고 하면서 환경을 만들면 자긴한다. 그렇지만 낮잠을 잔 날은 밤잠이 드는 시간이 늦어진다. 10시,,10시반..급기야 요즘은 11시가 되어야 잠이 든다.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니 덩달아 기상시간도 슬슬 더 늦어진다. 이제는 8시가 되어서야 아이들이 슬 일어나볼까 하면서 뒤척거리는 상황이 되었다. 9시에는 집에서 나가야하는데 8시에 일어나면 준비시간이 빠듯하다. 엄마인 내가 정한 기상시간의 마지노선 8시. 그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말이 빨라지고 언성이 높아진다.

"얼른 일어나, 지금 안일어나면 진짜 지각이야 너희들!!"



눈을 감은 채 앉은 둘째가 오늘따라 더 칭얼거렸다. 깨울 때 힘들어도 사실 몇 초 있으면 바로 노는 아이들인데 잠드는 시간이 늦어져서 그런지 앉아서도 거실에 나와서도 잠을 깨지 못한다. 그 모습을 보며 또 잔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눈을 꼬옥 감았다. 일단 거실로 나왔으니 목표가 달성되었다하면서.




서둘러 아침을 먹이는 순간에도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알리도 받아줄 리도 없었다. 갑자기 엄마의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누나가 옆에 오자 때리고...잠이 덜 깨서 짜증이 난 상태라 돌발상황을 자꾸만 만들어냈다. 가뜩이나 등원시간이 빠듯한데 사건을 발생시키는 아이에게 나도 화가 슬슬 나기 시작했다. 졸린 아이와 마음 급한 엄마. 화가 고스란히 호통으로 나갈텐데 아침부터 그렇게 아이를 원에 보내고 싶지않았다. 지금처럼 아이의 감정과 내 감정이 부딪힐 때 내가 하는 최선의 방법은 침묵이다.입을 꾸욱 닫은 채 10분 후에 집을 나서겠다는 마지막 통보만을 했다.



엄마가 말이 없자 둘째는 울음소리가 커졌다. 여전히 졸린지 하품을 하며 대성통곡을 했다. 지금 말하면 너에게 더 상처를 줄까봐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입을 닫았지만... 불러도 대답없는 엄마. 누나만 챙기는 엄마.사실 엄마가 봐주지않는다는 게 아이는 더 무서웠을지 모르겠다. 결국 아이는 울면서 엄마를 따라다니며 눈길을 받으려 애쓰다가 아침도 못먹고 양치도 제대로 못한 채 집을 나섰다. 하루 굶는다고 아침에 양치 못한다고...뭐 그게 대수인가. 내가 지금 아무말도 하고싶지 않은데-



등원하는 길에 어느새 아이는 화가 풀렸는지 웃고있었고, 원에 들어가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평소같으면 쿨하게 나도 돌아서서 원을 나오는데 멀쩡하게 들어가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시큰했다. 들어가는 아이를 불러세워 안아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인지 안다는 듯 뒤돌아서며 손으로 ok를 해주는 5살. 

마흔 먹은 엄마는 5살보다 속이 좁은 아침을 보냈다.




사실 오늘 아침 아이의 행동은 평소와 비슷했다. 매일 아침이 이렇게 소란스럽지않지만 자주 잠에서 덜 깬 아이와 실랑이를 벌인다. "밥먹어라" 여러번 외치다가 지쳐 옆에 앉아 밥을 떠먹이기도 하고, 옷갈아입다가 팬티차림으로 놀이를 하는 아이를 쫒아다니며 바지도 입히고. 스스로 하는 게 약속이지만 시간이 정해져있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네 일이 내 일이 되어버린다.



"너가 자꾸 쓸데없는 떼를 써서 너 진정할 때까지 엄마가 화를 내지 않으려 조용히 있는거야" 그 생각으로 지나온 2시간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야 어쩌면 평소와 내가 달랐다는 걸 알았다. 아이가 오히려 나에게 ok를 외치며 웃어주는 그 순간 말이다.

오늘은 유난히 내가 삐딱했고 날카로웠다. 아이가 나 좀 봐달라고 애원해도 외면할만큼. 



육아는 엄마의 컨디션이 100%영향을 미친다. 엄마의 몸과 마음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폭이 너무나도 달라진다. 잠을 못하던 신생아시절, 새벽에 2시간마다 아이가 깨서 울면 나도 같이 울기도 하고 일부러 안아주지않고 버티기도 했다. 잠 하나도 제대로 못자는 내 신세를 보며 너때문이야 이런 시선을 아이에게 보내기도 했던 시간들. 그래서 그 때 나는 그렇게도 책읽는 시간에 집착했다. 숨쉬는 구멍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 그래야 나도 살고 너에게도 좋은 엄마처럼 마음을 내어줄 수 있을테니까. 



사실 요며칠 계획해둔 일은 많은데 영 진도가 나가지도 않고 시원시원하게 움직이지 않는 내가 영 못마땅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간 시간동안 분명히 나는 한시도 쉬지않고 무언가를 하는데...내가 할 일로 생각해둔 것들은 왜 진척이 없는지- 순간 답답함이 밀려왔고 잘 이어오던 새벽기상을 한순간 놓은 내 모습도 불만이 생겼다. 시간이 모자라다면 다시 새벽을 활용해야지..생각한지 몇 달 째 말만 반복하는 것도 밉다. 공들여만든 새벽기상 습관이 한번에 무너져서 되찾지 못할 줄이야-



분명, 오늘 아침 아이를 향한 침묵은 나에게 하는 시위였다. 대상은 아이였지만 그 시간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괜히 아이에게 침묵이라는 무시무시한 화를 냈고, 내마음대로 아이에게 행동해버렸다. 여전히 나는 하수엄마였다.




'내 기분이 육아가 되지않게'

일과 육아. 두가지의 스위치를 잘 켜고 끄는 사람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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