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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04. 2022

기저귀? 통통사?

알아듣는 내가 더 신통방통 해

어제 분명 밤 9시부터 잠이 들었는데 아침 8시가 되어도 아이들은 일어날 생각이 없다. 요즘 더워서 밤새 뒤척인 건지.. 잠이 이렇게 많았나 싶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신생아 때 이렇게 좀 자지- 자라고 할 때는 2시간마다 깨서 엄마를 잡아먹더니 이제 좀 컸다고 낮동안 에너지를 모두 쓰고 밤에 잘 자는 걸 보니.. 좋다가도 '과거 너희의 잘못을 아니??' 뒤끝 긴 엄마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일어나~어린이집 늦겠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딸이 먼저 일어나 거실로 나온다. 

비몽사몽 일어나 엄마를 스쳐 베란다로 직진하는 딸. 잠을 깨려는 건지 더 자려는 건지-캠핑의자에 폭 파묻혀 앉아있다. 그때 방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린다.

"엄마 나 기저귀 해줘"

기저귀?



5살 아들이 잠꼬대를 하는지 난데없이 기저귀를 찾았다. 

"뭐? 기저귀 해달라고? 쉬하고 싶어? 그럼 화장실을 가야지 일어나~"

여전히 잠결에 쉬야를 하는 아이라 얼른 아이를 앉혔다. 

"아니~!! 기저귀 해줘야 일어나지!"

짜증을 내며 다시 누워버렸다. 뭐지.. 기저귀는 도대체.

"혹시 기지개 말하는 거야? 쭉쭉해달라고?"

"응. 얼른 해줘"



아이들이 제 시간이 일어나지 않아서 나는 마음이 바빠졌고, 지각은 내 사전에 없기에 아이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안달복달로 향해가는 마음에 천천히 해도 괜찮아- 찬물을 쫘악!!  아이는 제동을 걸어줬다. 자신이 엄마를 웃겼는지 알지도 못했지만.



개똥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나는 또 뭔지. 

기저귀를 2번 시원하게 해주자 아이는 일어났다. 






"엄마 우리 통통사 가자~"

통통사.. 거긴 또 어딜까-

"그게 어디야 통통사?? "

"지난번에 할머니랑도 갔고, 얼마 전에 어린이집에서 나들이로 갔잖아. 넓고 놀기 좋았어. 오늘은 도시락 싸서 거기 가자. 어때?"

네가 가자는 곳에 가면 좋지, 근데 통통사가 대체 어디니?




"혹시 통도사 말하는 거야?"

"어~!! 맞아 통도사. 거기 가자"



첫 글자를 용케 맞게 이야기해줘서 유추를 해냈다. 이럴 때 나 똑똑한데? 이런 생각도 들고, 통통사라고 말하는 아이의 입이 귀여워 한참을 웃는다. 

"그래, 가자 통통사."






아이들의 어록이 생길 때마다 우리 집 언어는 바뀌고 있다. 이제 통도사는 통통사, 기지개는 기저귀라고 말하는 우리 집만의 약속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말을 아이가 할 때마다 기록을 해두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우리가 기억할 수 있게-  그때도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말이다.




초등학교만 가도 잘못 이야기하는 걸 창피해할 텐데 지금이니까 떳떳하게 틀려도 이야기하고, 듣는 우리도 귀엽게 보는 이 시간. 헷갈려서 하는 말실수가 점점 줄어들 텐데... 아이들이 실수로 말할 때마다 이 모습을 곧 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무지 아쉽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어서 그때 촬영해둔 영상을 돌려보는 마음처럼 말이다. 그래서 굳이 바른 단어로 다시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다 알아들은 걸로 그 말은 역할을 다 했으니 수정해줄 필요가 없다. 




내일은 또 어떤 말실수를 할까, 

그래서 또 이 엄마를 웃게 만들까.

너희 덕분에 오늘도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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