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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Aug 10. 2022

아이보다 우리가 더 중요하다는 말

엄마, 나는 우리 가족 중에 내가 제일 좋아. 그다음이 엄마야


아이 친구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를 우리 집에 초대하는 것도 그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도 우리 가족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아이 친구 엄마와는 쉽게 친해지지 못했고, 굳이 시간을 같이 만들어서 보내고 친밀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육아의 관점이 다른 모임에는 일부러 거리를 두기도 했다. 자유롭게 놀고 아이의 결을 존중해주며 키운다는 생각으로 뭉친 공동육아를 시작하고서야 내 아이와 아이 친구/ 우리 가족과 아이 친구 가족 두 개의 큰 개념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그건 우리 부부에게 도전이자 새로운 시도, 경험이다. 여전히 어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다.



아이들을 재우고 우리 부부와  A 엄마 이렇게 3명이 마주 앉았다. 맥주를 한 잔 마시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당연한 사실 하나를 새삼 깨달았다. 모든 가정은 육아, 양육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각기 다르고 같은 부분이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양육의 큰 틀이 같은 이곳에 모여있으면서 잠시 잊고 있었다. 이 테두리 안에서도 각자의 생각과 계기, 사연은 다를 거라는 걸. 



"우리는 우리의 일, 자기 계발이 중요해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에 집중하면서 살거든요.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가 더 중요해요"

남편이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 부부의 생각이 맞지만 순간 A 엄마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할까 잠시 걱정이 되었다. 이기적인 부모로 여길 것도 같고 이 말은 무슨 뜻일까 해석이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더 길게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싶은 마음이 지금까지 든다.





<아이보다 우리가 더 중요하다>

이 메시지를 풀어보자면 이렇다. 



육아를 하는 동안 아이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버거운데 부모도 커야 한다는 사실이 어떨 때는 가혹하다 싶기도 하지만, 이 시기가 어쩌면 내가 제대로 클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삶은 아이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에(초등 저학년까지는 무조건적인 대상이다) 부모가 어떤 에너지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우리가 아이들이 살았으면 하는 삶의 방식을 하나씩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엄마는 하고 싶은 일을 알지도 못했고 그렇게 살지도 못했어. 그러니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살아-" 좋은 말이만 마치 엄마가 못했으니 네가 해내 달라는 부탁이자 족쇄처럼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말이다. 자칫 이 생각을 놓으면 한순간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나라는 사람의 위치가 정해지고, 보통의 코스대로 살아가게 될 게 뻔해서 자주정신을 바로 잡는다.



아이를 너무 세심하게 바라보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한 부분이 도드라지기 시작한다. 그 부분을 어떻게든 메꿔주고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그게 부모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너 더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이 마음으로 하는 말과 행동들이 아이를 향한다. 좋게 시작한 이것들은 오히려 아이에게 해가 되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직간접적인 느낌을 주다 보니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지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그 에너지가 나를 향하도록 위치를 바꾸었다. 아이에게 과하게 집중하지 않고 아이를 위험하지 않게 지켜낼 수 있는 선에서 나의 미래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우리의 삶이 중요하다고 해서 아이가 뒷전이라는 말이 아니라 부모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며 그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자체가 아이에게 큰 메시지가 될 거라고 믿는다. 그런 삶을 사는 부모의 등을 바라보게 해주는 게 우리 부부가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장면이다. 나와 남편 둘 다 워낙 자기 계발과 운동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강박처럼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내가 즐거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행동과 생각, 변화하고 싶은 마음으로 노력하는 정도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최고의 방법이다.



우리가 아이에게 주어야 하고 심어줄 단 하나는, 너는 소중한 사람이고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며 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매일 밤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꼭 해주려고 애쓴다. 

"엄마가 너는 어떤 사람이라고 했지?"

"귀한 사람"

귀하다는 단어는 어려워서 아직은 엄마의 마음과 말을 당연히 100%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무슨 뜻인지 몰라도 어느새 아이에게 주입이 되어 그 말의 힘이 필요할 때 발현이 될 거라고 믿는다.



"엄마, 나는 우리 가족 중에 내가 제일 좋아. 그다음이 엄마야"

주입이 이제는 좀 된 걸까? 당돌하게 이런 말이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 

엄마가 최고야 엄마가 제일 좋아-이러던 아이는 갑자기 사라졌고 엄마인 나도 한 번도 내뱉어본 적 없는 말을 아이가 하고 있었다. 맞아- 그게 제일 중요한 거고 그 마음이 사실은 당연한 거야. 어릴 때는 나도 저 마음이 있었을 텐데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그리고 지금에서야 채우려고 애쓰는 마음이 아이는 진짜 차있는 걸까. 이 말을 하면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니면 엄마가 기특해하는 걸 알아서일까 매일같이 이 말을 한다. 뭐든 그 말을 체화할 수 있다면 된 거야-




두 아이는 등원해서 신나게 놀며 자신의 의견을 발현하고, 놀이를 하면서 어려워 보이는 점이나 이 부분은 조금 더 아이에게 채워지면 좋겠다는(엄마도 모르는 사이 아이가 눌러졌을 수도 있는) 선생님의 세심한 피드백으로 부모인 나와 의견을 나눈다. 그리고 나는 글 쓰고 그림 그리며 내가 하고 싶은 일로 행복을 찾기 시작했고, 남편은 낮에는 회사를 가고 밤에는 운동과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래밍을 하며 세컨드 잡 혹은 이직을 꿈꾼다. 



남편은 회사는 가는 게 썩 즐겁지는 않겠지만 아빠의 의무로 그 일을 해내고 있고, 엄마인 나도 집안일을 썩 즐기지 않지만 역할에 따른 수행 정도 청소하고 밥을 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이 일들을 하면서도 우리는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보태어하며 하루를 산다.  누구 하나에 중점을 맞추고 애쓰지 않는다. 




남편의 한마디 안에는 이런 말들이 내포되어있었다. 부모가 된 7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생활, 대화에 의해서 만들어진 우리 가족의 문화이고, 방법이나 무게의 추는 옮겨질 수 있지만 본질은 이어질 것이다. 내 옆에 앉아있었기에 A엄마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뭐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지금이라도 정리를 했다. 다음번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면 누구에게라도 이 말을 풀어서 할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이기적인 부모라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고 혹시 모를 오해를 가지지 않게 만들어야 하니까. 뭐, 남의 집 이야기에 크게 관심 없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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