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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an 14. 2023

결국 잘 해낼거면서

두렵고 초조한 마음

미술공방 창업반 3개월 차. 언제 공간을 만들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시기를 조금 당기기로 했다. 원래 생각했던 5,6월까지 굳이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급한 성격은 2,3월도 충분하다며 결론을 내렸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시작하다 보면 5,6월에는 본격적으로 잘 운영이 되겠지-그렇게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오피스텔과 가벼운 상가. 공간을 구하려니 이것부터 선택해야 했다. 둘 중에 내가 들어갈 곳은 어디일까. 상가는 월세가 비싸기도 하고 권리금도 있고.. 여러모로 오피스텔이 내가 실행하기에 적당하다 싶었다. 부동산 이모에게 예산을 이야기하며 적당한 물건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오피스텔 물건이 나왔다며 전화가 왔다. 바로 달려가 보고 싶었는데 하필 아이들 방학이라 당장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남편이 오면 저녁에 보러 가겠다고 문자를 넣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내가 보기도 전에 월세가 나가버렸다. 그렇게 하나 둘.. 나온 물건들은 하루를 채 넘기기도 전에 모두 주인을 찾아가 버렸다.



아이 방학 + 아이 독감. 2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힘든 날들 속에 오피스텔까지도 내 마음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 나는 엄마지. 내가 일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갑자기 아이들이 아프면 어쩌지.. 너무 힘들겠다, 아이도 나도’ 2일 동안 고열인 아이 옆에서 쪽잠을 자느라 낮에 앉아만 있어도 잠이 쏟아졌다. 몸이 힘드니 마음까지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내가 이걸 해서 뭐 해-내 공간이 생긴다는 기쁨에 열정이 가득 차있었는데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렸다. ‘나’와 ‘엄마’ 두 단어 사이를 오가는 인생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늘 ‘나’는 흔들렸다.



“그 오피스텔 또 나왔는데 보러 오세요. 언제 시간 되세요?”

마침 한 아이만 집에 있을 때라 그나마 외출이 가벼웠다. 곧 보러 가겠다는 말을 하고는 아이와 옷을 갈아입었다. 버스를 타고 부동산 이모를 만나 그곳을 보았는데 괜찮았다. 오래된 건물도 아니라 깔끔하고 이만하면 괜찮다 싶었다. 집에 가자고 조르는 아이 옆에서 차분하게 결정할 수 없어서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격이 좋으니 이것도 금방 나갈 거라는 부동산 이모의 문자가 도착했고, 나는 금세 초조해졌다. 내가 지불할 수 있는 금액에 맞는 적당한 물건인 걸 분명히 알겠는데 자꾸만 불안했다. 빨리 결정을 해야 할 것만 같은데 갑자기 이걸 내가 하는 게 맞는지 기본 질문부터 떠올랐다. 누가 대신 선택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차올라 울 것만 같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아까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며 오피스텔 위치까지 알려줬다. 상의를 하고 싶었으니까. 거주하는 사람이 있으니 대충 찍어온 사진, 그 사진으로 공간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눈으로 보고 온 사람은 나인데 남편에게 결정권을 슬쩍 넘기려고 했다. 잘 모르겠다는 남편의 말에 순간 화가 나 입을 다 물었다. ‘선택은 내가 하는 거라는 걸 알면서 너 왜 그래’ 답은 내가 더 잘 안다.



내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책을 냈고 내 일을 잘 해내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조금 더 확장을 하려고 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거저 오는 게 아니었다. 흔들리고 눈물 나게 외롭다. 나의 불안감을 아무도 몰랐으면/ 나의 불안감을 누가 좀 알아줬으면.  내 안의 몇 개 존재가 왔다 간다. 그 초조함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

확신.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마음에 공백이 생겨 다른 걸로 채우지를 못하는 상황이 또 찾아왔다. 단계마다 이 현상은 나타났다.



“이게 맞아요?”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은 언제 나오는 걸까? 답이 헷갈리고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 하게 된다.



내 일이고 내가 해낼 일인데 타인을 잡고 자꾸만 묻는다.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게 맞냐고.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거냐고. 나는 하고 싶은데 해야 할 것만 같은데 네가 보기엔 어떻냐고. 그 답은 내 안에 있는데 타인에게 자꾸만 애걸한다. “잘할 거예요” “잘할 것 같아요” 나를 못 믿기에 나를 인정해주는 말을 듣고싶어서. 그리고 나를 응원해달라는 응석이기도 하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초조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했을 때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 이제는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으니 두려움이 생겨도 금세 내 자리를 찾는다. 이번에 그랬던 것처럼.



결국 잘 해낼 거니까.

흔들려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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