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공감한다는 것
친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군가에 대한 불만, 사건, 그 날의 기억 등 부정적인 이야기가 입에서 술술 나오기 마련이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인성에 좋다는데.. 어디 그런가. 내가 겪은 안 좋은 이야기를 하려면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같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내가 보고 느낀 그대로..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기에 어쩌면 그 시간을 함께 보낸 사실에 나의 뾰족한 감정까지 한꺼번에 뒤집어 씌어 더 상대방을 좋지 않은 사람처럼 설명하기 바쁘다. 어쩌겠는가. 사람이란 감정을 늘 가지고 있는 동물이라 1초조차도 나 중심으로 생각을 하는 존재인 걸...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나는 내심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 드러내지 않지만 저... 속 깊숙한 곳에 고이 덮어둔 한 마디.
"어쩜 그래, 맞아. 그 사람이 잘못했네. 기분 나쁜 게 당연해, 암만"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들과 그때의 감정의 정당함 그리고 이 사람이 내 편이라는 안도감. 그것을 느껴야 이 대화는 마침표를 가뿐하게 찍고 끝이 날 수 있다. 내가 비록 틀렸더라도 실수를 했더라도 일단은 내 말에 맞장구를 쳐줬으면 좋겠고 인정을 해주고 나서... 나의 감정이 조금 가라앉고 나서 나에게 지적질을 해주면 좋겠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
이 한마디에 무너진 적이 있다.
나는 잔뜩 화가 나있는 너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1도 없다,
너는 왜 이렇게 속이 좁아터지고 옹졸하냐,
세상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서야 되겠냐.,
상대방이 내뱉은 1초도 걸리지 않을 저 짧은 한마디에 추가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은 더 다다다다... 스쳐 지나간다. 저런 취급을 받고는 아무 말도 하지 싶지 않다. 나에게 공감하지 않으면 그쪽과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이유가 없다.
화가 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서로 세워둔 선이라는 것이 있고 상대방이 그 선을 넘으면 나는 화가 날 수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이 기분이 나쁠 수 있고,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에 내가 서운함을 느낄 수 도 있는 것이다. 그 감정을 탓한다면 이 세상에 누가 정당한 화를 낼 수 있을까? 감정이 평가받아야 할 요소인가?
내가 보기에 대수롭지 않다고 해서 상대방도 그런 것은 아니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같이 있는 사람에게 은연중에 불쾌함을 줬다면 사과를 할 일이 생기듯이 나도 사소한 일에 화가 나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니 대화를 할 때 섣불리 그런 평가는 내리지 말자.
그럴 바에야 조용히 가만히 들어만 주면 된다. 눈을 맞추며 끄덕끄덕...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낫다.
공감은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단 하나의 key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의 고민과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지만, 그 기분을 알 것 같은 느낌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고민과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을 때는 함께 이 기분을 느껴줘..라고 이야기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