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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Feb 28. 2021

엄마라는 이름으로 고립된 나

엄마말고 나로 불리고싶다

어린이집 등원 버스를 타려고 집을 나서는 길이었다. 둘째는 아기띠를 하고 첫째 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보통 때처럼 얘기를 나눴다.     


“오늘도 재미있게 놀고와. 엄마는 은우랑 집에서 기다릴게.”

“근데 엄마는 어디 안 가?”

“엄마? 엄마는 집에 있지.”     


무심코 대답을 하고 나니 왠지모를 허무함이 밀려왔다. 

아이의 질문은 무슨 의미였을까. 자기는 어린이집에 가니까 엄마도 어디를 가는지 궁금했던 건지 엄마와 동생이 둘이서만 어딜 갈까 봐 걱정이었던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그 날 안 하던 질문을 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질문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나는 그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엄마는 갈 곳이 없어. 집에 있는 게 엄마 일이고 집이 엄마 직장이야.’ 

‘아이가 지금은 어리지만 조금 더 크면 집에만 있는 엄마가 싫지 않을까? 무능하게 보지 않을까? 사춘기가 되었을 때 아이가 이 질문을 다시 한다면 어떡하지’

아이가 그냥 던진 질문 하나가 꼬리를 물고 따라다녔다.


더 멋진 대답이 없을까...




아이를 키우고 나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멋진 대답을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내가 갈 곳, 내가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 멀게만 생각했던 일이 아이의 질문으로 인해서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내 이름이 불리는 일은 거의 없다. 내 이름 석자로 불리며 살아온 시간이 ‘누구 엄마’로 산 시간보다 몇 배가 많은데 왜 그렇게 낯선건지. 청개구리처럼 가지지 못해서 그런지 더 가지고 싶고 그리워졌다.


지금 나를 나타내는 말은 누구 엄마, 누구 와이프. 딱 2개. 답이 너무 심플해서 웃음이 날 정도다. 몇 번을 생각해도 떠오르는 말이 이것밖에 없는 걸 보면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아이 키우는 일밖에 없구나 싶다.

혼자 생각을 붙잡고 다른 말을 떠올려 보려고 해도 비웃는 말이 자꾸 들렸다. 나로서 살지 않아도 엄마로서 잘 살고 있고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 육아맘의 자리는 굳이 나의 존재를 찾지 않아도 되는 비빌 언덕이었다. 좋은 핑곗거리였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도 매번 답을 찾기 전에 생각이 끝이 났다.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어색한데 나에 대한 생각이라니. 쉽게 될 리가 없었다. 


다시 나를 찾기로 했다. 

누구 엄마, 누구 와이프가 아닌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내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일을 찾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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