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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Aug 24. 2020

당신의 자존감은 안녕하신가요?

밖에 찍어놓은 기준점 말고 내 안의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별을 만드세요.

당신의 자존감은 어떤 상태인가요?

인생의 기준점은 당신 안에 있나요, 밖에 있나요?

어떤 틀, 상자 안에 갇혀있나요?



<여덟 단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이라고 부르는 책이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궁금했다. 저자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8가지 키워드. 자존, 본직,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

오늘 '자존'에 관한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친정엄마는 우리집에 와서도 부지런하게 움직이신다. 여기저기 정리하시고 싱크대에 그릇하나 있는 것도 그 때마다 씻으시고 아이들 장난감도 계속 정리하시고. 본인의 습관이기도 하지만 딸이 해야할 일이기에 대신 해준다는 생각도 있으실 것이다. 그런데 그걸 보는 나는 참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의 호의를 그냥 받으면 되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그냥 여러가지 마음이 든다.

이렇게 치워야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간섭같을 때도 있고, 이 정도도 내 나름 한다고 하고 사는건데 그렇게 눈에 안찰까 싶은 불만섞인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오기 전 분주히 움직이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살림센스가 모자라는 딸 대신해서 우리집 청소까지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도 미안하고, 살림팁을 주는 것도 내가 살림을 못한다는 말로 들려서 그런 이야기를 줄이기위해 내 나름 청소를 하고 기다렸다.


그 날도 그렇게 한차례 치워놓고 엄마를 맞이했다. 하긴 내가 치우는 것과 엄마가 치우는 것은 차이가 커서 엄마 눈에는 내가 정리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거는 꼭 이렇게 청소해야돼. 애들도 있는데 집이 깨끗해야지."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이건 이렇게 정리하면 편해."

우리집을 치우면서 평소와 같이 엄마는 살림팁을 전해주느라 바빴다. 대충 대답하고 흘렸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엄마의 얘기를 듣는데 속에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이 상황에 우는 건 내가봐도 이상했다. 그만 좀 잔소리하라고 그냥 웃으면서 얘기했으면 지나갔을 상황이었는데 또 나는 눈물부터 났다. 엄마가 안다면 황당한 상황이 되버리기에 숨기려고 엄마를 피해다녔다. 생각처럼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우는거야 지금? 왜?"

"....."

서로 당황한 엄마와 나. 


"엄마 온다고하면 나도 긴장하면서 나름은 집을 치워. 그런데도 매번 이것저것 안된 것만 이야기하니까 기분이 그래. 나는 잘하는 게 없어?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왜 맨날 칭찬은 없고 못한 것만 지적해."

"....."

이번엔 엄마가 말이 없었다.

딸집에 와서 정리해주면서 한마디씩 하는 게 저렇게 서럽게 울 일인가.? 가끔 와서 살림도와주는 엄마인 나는 칭찬받을 엄마 아닌가.? 엄마는 억울했을 것이다. 말은 안했지만 뒤통수맞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여기와서 치우는 게 불편하면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 왜 울어. 그리고 엄마가 하는 말 그냥 흘려들어도 되지 그렇게 담아둔 게 많은거야 울기까지 하게? 집이 지저분하다고 야단을 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울어서 너무 놀랐네 진짜. 크는 동안 엄마 말에는 다 맞다고 좋다고 하던 애였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엄마도 크는 동안 칭찬 못받고 커서 칭찬이 익숙하지 않아. 첫째로 크면서 매번 할아버지한테 혼만 나고 첫째가 잘해야된다고 동생이 잘못해도 나만 혼나고 얼마나 엄하게 컸는데. 그래서 너 키우면서 칭찬에 인색했을 수 있어. 그게 불만이었어?"

끝내 엄마도 울먹였다.


나도 몰랐다. 내가 지금까지 엄마에게 그게 불만이었는지. 그렇게 칭찬이 듣고싶고 인정받고 싶었는지.

엄마가 첫 딸인 나에게 의지하고 든든하게 생각한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고 나는 그런 엄마의 생각이 좋았다. 나를 믿기에 의자할테니까.

그런데, 그 말은 만족감도 느껴지지만 부담감도 느껴졌다. 잘해야한다는 생각, 받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첫째, 착한 딸이라는 그 틀에 갇혀버린 채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읽었던 <여덟 단어>에 나오는 구절. 

우리는 각자의 상자에서 살고 있습니다.
칭찬은 자존감을 키워줍니다.
바깥이 아닌 안에 점을 찍고 나의 자존을 먼저 세우세요.


그렇다, 나는 착한 딸 컴플렉스를 가지고 살아왔다. 그토록 칭찬이 그립고 인정이 그리웠던 것은 어쩌면 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기준, 생각에 맞추며 살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평가 속에서 나의 존재를 찾았기에 인정받고 싶어했었다. 나 스스로를 존중하고 나의 기준 속에서 살면 될 것을. 


나는 내 속 이야기를 할 때면 눈물이 앞서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고싶은 말을 생각하는 동시에 눈물이 터져서 민망한 적도 있고 상대방이 당황하기도 한다. 그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애썼고 그럴수록 더 나의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할 기회를 차단했다. 왜 그런 행동이 나오는지 진짜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답을 이제야 찾았다. 설움이 그렇게 많아보였던 나의 눈물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서였다.

이런 나의 감정을 이제라도 알아차린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러면서 인정받으려는 그 마음에 아둥바둥 마음을 다해 상대방을 대하며 살아온 내가 너무 짠해서 한참을 울었다. 나를 위해서.


아직 나는 온전히 나를 존중하지 못한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숨겨진 마음을 알았기에 남의 칭찬말고 스스로의 칭찬을 받으며 자존감을 높여갈 일만 남았다. 내 마음속에 찍힌 점들이 별이 될 때까지.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하라.


당신의 자존감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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