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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Aug 03. 2020

엄마는 아이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엄마라 행복합니다.

평소보다 조금은 늦은 시간.

아이들과 자려고 누웠는데 두 아이 모두 불만이다.

큰 아이는 더 놀고 싶다며 툴툴거리고

둘째 아이는 눕지도 않고 앉아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못 들은 척, 못 본 척. 

우리 부부만 잘 준비가 끝났다.


"찰싹"

"아야! 야!! 이 놈이 진짜!"

둘째가 장난으로 내 얼굴을 때렸고 순간... 아프고 화가 났다. 

평소와 다르게 나도 모르게 소리쳤고 엉덩이를 때렸다.

누나와 다툴 때도 누나를 가끔 때리는 아이라 그 부분은 많이 혼이 나는데도

아직 고치지 못하는 모습에 '욱'했다.

"둘 다 나가. 거실에 가서 놀아 그냥. 자기 싫으면 자지 마."


화를 삭이려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화가 올라오면 일단정지를 속으로 외친다.

혼낼 일이 맞는지 구분을 하려고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이 혼낼 일을 하기보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에서 혼내는 경우가 많아서

욱하고 올라오는 순간을 일단 넘기고 몇 초라도 생각을 하는 편인데,

얼굴을 맞는 순간은 참지 못하고 화가 난 마음을 다 아이에 쏟아버렸다.

아이들이 나가고 한참을 눈을 감고 생각했다.

화를 낼 일이 맞는지, 내가 한 행동이 맞는지.


쫓겨서 거실로 간 아이들은 조용했다. 

엄마가 그렇게 화가 난 걸 오랜만에 봤으니 눈치를 보며 소파에 앉아있을 게 눈에 그려졌다.

실랑이도 하기 싫어서 누워있는데,

첫째가 살며시 들어온다.

"엄마, 나는 이제 잘 거야."

"그래. 졸리면 들어와서 자."

첫째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동생과 함께 거실로 쫓아내서 내심 미안했다.

화난 엄마가 이야기하니 후다닥 나가버렸겠지...

"엄마, 내일 거실에 나가면 깜짝 놀랄 거야"

"왜? 뭐 숨겨놨어?"

"아니야, 나가보면 알아"

......

"엄마, 사랑해"

나의 화를 풀어주려고 애쓰는 아이.

"엄마, 나는 왜 나가라고 했어?"

"너도 더 놀고 싶다고 계속 징징거렸잖아.

그래서 같이 나가라고 했지."

"엄마가 화내서 무서웠어."

"손으로 다른 사람 때리는 건 잘못한 거야.

혼나야지. 너한테 화난 건 아닌데 미안해"


잠시 누워있더니 다시 거실에 있는 동생에서 가서는

"괜찮아. 나도 애기 때는 그랬어. 엄마한테 혼나고 했어"

남편과 나는 빵 터졌다.

그 유행하는 꼰대들의 "라떼는 말이야..." 이건가?!

고작 2살 차이 나는 아이라도 첫째는 첫째고 누나는 누나다.

화가 난 엄마 눈치도 봐야 하고

혼이 난 동생도 챙겨야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와보니 거실에 장난감이 한편에 모두 모아져 있다.

화가 난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5살 아이 나름의 정리를 해뒀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내가 받는 사랑이 늘어난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이만큼 자라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해주고

엄마인 나보다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준다.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감격스러울 때마다 아이를 꼭 안아준다.


원에 다녀오면 엄마가 보고 싶었다고 안아주고

화 난 엄마를 풀어주려 사랑고백을 해주고

사소한 것 하나를 사줘도 고맙다고 이야기해주는 아이.


아기 때는 내가 주는 사랑이 훨씬 커서 참 힘들었다.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에 인색한 내가

엄마가 되었다고 저절로 감정이 표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이 주는 사랑도 점점 커지면서

내 마음이 많이 채워지고 있다.

아이들을 따라 내가 표현을 한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 덕분에 나도 이만큼 자라있음에 감사하다.

사랑해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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