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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y 30. 2024

힘든 날도 있는 거지

올해가 삼재인가

"엄마는 오늘 뭐가 제일 좋았어?"


매일밤 잘 시간, 불을 끄고 아이와 누워 습관처럼 오늘의 안부를 묻는다. 자기 전 의식이 되었기에 이 대화도 그저 일상이라 감흥이 없는 나와는 달리 아이는 매일같이 이 대화를 먼저 챙긴다.


"음.. 엄마는 오늘.."


좋은 일이 있거나 평온했던 날은 답이 쉽게 나온다. 좋았던 일 한 가지가 아니라 이것도 좋았고 저것도 좋았다며 조잘대며 나열을 하는데, 오늘은 머리로 하루를 되짚어봐야 했다. 어찌 됐든 질문에 답을 해야 하기에 음.. 이라며 시간을 끌어본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별로 할 말이 없을 땐 엄마는 오늘 좋은 일이 딱히 없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매일 좋을 순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서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럴 땐 사실대로 말하는데, 그나마 그런 날은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다.


그런데 오늘은... 참 힘들다고 별로였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고 대화가 끝이라면 오늘에 대한 평을 부정적으로 한마디 하고 말 텐데 내 대답에 아이가 "왜?"라고 물을 게 뻔하기에 어떻게든 좋은 일, 그나마 좋은 기억 하나를 끄집어내 답했다.


"올해 삼재인가..?"

요즘 내가 남편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다. 이상하다 싶을 만큼 이런저런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잡음이 일어나고, 많은 부분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을 맞이하는 느낌. 원래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의 타격감이 훨씬 커서 그렇게 느끼는 건가, 애써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


좋은 일도 좋지 않은 일도 일어나는 이유가 다 있다는데 지금의 일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 계기가 될까. 현재의 기분에 파묻혀 있기보다 지금의 것들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정리해 나가는 게 좋은 방향인지 생각해 보는 쪽을 택하려 애쓴 하루였다. 아니, 최근 2달이 그랬다.


"죽고 사는 일, 몸이 아픈 일 아니면 다 괜찮은 일이지"

진짜 이게 뭔가 싶을 때는 이 말을 하며 지낸다. 그래도 아프지 않고 때때로 웃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되었다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오늘 자고 나면 조금은 가벼워지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밤 아이의 질문에 오늘은 세모였다고, 어제보다 좋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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