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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n 05. 2024

매일을 작은 행복 안에서 살 수 있는 방법

이것이야말로 특별한 능력이다

요즘 날씨는 1년 중에 제일 마음에 든다. 이런 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울하거나 슬픈 사람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 웃게 될 것만 같은 그런 날들이다. 

햇살이 강해서 조금 걸으면 금세 땀이 맺히는 듯하지만 그늘로 숨어드는 순간 단번에 "아- 시원해"라고 미소를 짓게 되는 6월 초, 봄과 여름 그 사이에 살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운 여름이 될 테고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겠지. 그렇게 한 해가 다 끝나겠지- 그러니 지금 이 찬란한 계절을 흠뻑 느껴야 한다.



공방에서 작업을 한참 하다가 좀 걸으면서 머리를 비워야지 싶어 산책을 시작했다. 아파트 사이를 가로질러 가다 바닥에 깔린 나뭇잎들의 그림자를 보았다. 바람이 어찌나 이쁘게 살랑살랑 부는지 그 덕에 그림자가 눈부시게 흔들렸다. 바다가 햇살에 비쳐 반짝이는 건 윤슬이라고 한다던데 이건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까. 나만의 단어로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아 그저 바라만 보고 섰다. 



하늘 한 번 보고 땅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멍하게 바라보다 공원에 도착했다. 동네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장미가 많이 심어진 곳이라 이름도 장미공원인 이곳. 2주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장미가 정말로 이쁘게 한가득 피어있었다. 장미 색상은 어찌나 다양한지 꽃을 구경하는 재미 하나, 한껏 핀 장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재미 하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꽃 앞에 서보라고 하는 어머니들, 아이 사진 하나 더 남겨보려고 뛰는 아이를 쫓아다니는 엄마,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사진 찍냐며 내 사진 하나 찍어달라며 딸에게 핸드폰을 건네는 엄마 등 이곳에서는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린 사람이 없다. 그런데 오늘 와보니 그 좋던 장미의 계절도 어느새 끝이 났나 보다.



시간은 계속 흘러 계절은 반복된다. 내년이면 또 오는 6월 초지만 2024년 6월 5일, 내 나이 41살의 6월 5일은 오늘뿐, 단 한 번뿐이다. 그러니 반짝이는 그림자도 흔들리는 나무도 흐드러지게 핀 장미도 내년에 또 볼 거니까 하며 미루지 말고 지금 눈에 담아두어야 한다.



그래야 매일을 작은 행복 안에서 살 수 있다.



-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책을 내고, 강의를 하며 돈을 벌어서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으니 더할 수 없이 고맙지만 그것보다도 이런 사소한 행복을 줍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그 속에서 글감을 찾아 글을 쓰는 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특별한 능력이다. 글을 맛깔나게 잘 쓰는 게 능력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삶을 살아가는 자체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귀한 능력이다. 

오늘의 글이 이 좋은 날씨도 느끼지 못할 만큼 부치는 날들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닿아, 하늘 한 번 창 밖 한 번 바라볼 수 있는 찰나를 선물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쓰는 사람들>



진짜 나를 마주하고 더 단단해질 미래를 그리며 오늘도 쓰는 5명의 작가가 만났습니다.
쓰기를 시작하는 그리고 쓰기를 지속하려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글을 쓸 수 있는 용기와
내일을 그려보는 희망을 건네는 글을 씁니다.


글쓰기 시대지만 글쓰기를 지속하는 사람보다 포기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들을 위해 글쓰기의 시작과 시행착오, 글을 쓰며 나아가는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엮어
<그녀들의 글쓰기 맛수다>를 출간했습니다.


함께 쓰며 수다 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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