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미루고 미뤘던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기간을 두고 관리해서 재검사를 해야 할 목록들을 보며 우울감이 몰려왔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엄마의 일기장에서도 그렇고 몇 년 동안 나를 키워준 이모의 증언도 그렇고 어릴 때는 자주 병원신세를 졌다고 하긴 했다. 하지만 점점 나는 튼실하고 통통하고 건강해져서 결국 교만하게도 건강에 자신만만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가진 건 건강밖에 없다고 까불었던 과거의 나에게 뒤통수를 아주 아프도록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아프지 않다고 건강한 것이 아니라는 경고를 받은 것 같았다.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 든 당시에는 오늘부터라도 당장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아이 학교 급식표처럼 미리 건강한 식단표를 짜서 요리를 하고 또 적당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등 나의 건강과 나아가 가족의 건강을 지키리라 다짐을 했다. 그랬는데... 역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하더니 여전히 바뀌지 않는 생활 습관에 덜컹 겁이 났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헬스장으로 달려가 접수를 하기에 이르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새벽에 헬스장에 가니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원하는 기구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아서 집중력 있게 운동을 할 수 있다. 새벽에 헬스장에 다니면서 얻게 된 여러 가지 유익 중 또 한 가지는 새벽 운동 동지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격려하면서 함께 운동을 하면 힘이 난다. 처음엔 기구 사용법을 물어보며 대화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점점 서로의 사생활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새벽이라 운동이 끝나면 출근하는 남편과 학교 가는 아이 아침밥을 챙기러 부랴부랴 집으로 가기 바쁘다. 그래서 따로 만나서 차 한 잔을 한다거나 밥을 한 끼 한다거나 할 수는 없으나 우리는 분명 아주 친밀해졌다. 가족에게도 철저하게 비밀이었던 몸무게까지 서로 공유하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친밀할 수 있을까!!
책이 출간되고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새벽 운동 친구들에게 나의 몸무게 공개보다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더 늦게 알렸다. 왜 이제야 말하냐며 섭섭해하면서도 다음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도 책으로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도 생각지 못한 다음 책의 목차를 대신 짜주기도 한다. 다음 책을 쓸 수 있다면 반드시 한 꼭지는 그대들의 이야기로 꽉 채우겠다고 얼떨결에 기약 없는 약속을 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