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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17. 2024

마음을 남기는 법

방명록에 남은 마음들

지난주 목요일, 드디어 개인 전시가 시작되었다. 1 달반 정도 애쓴 나의 모든 것이 갤러리에 이쁘게 걸려있다. 개인 전시를 시작하고 매일 갤러리에 간다. 오픈하고 지난 주말까지는 지인들의 방문이 연달아 있어서 몇 시간씩 상주했는데, 어제는 월요일이라 느지막이 내가 가고 싶은 시간에 나가 가만히 앉아있었다. 


첫 전시이기도 하고 아직은 새싹 화가라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며 지나온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알기에 뿌듯하고 내심 자랑스러운 마음이 크다. 얼른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았던 터라 그림 설치를 하고 포스터를 붙이며 "이걸 해냈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제 시작하는 나는 누군가 내 그림을 보러 와준다는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다. 아이들 학교 간 시간에 짬을 내 모여준 친구들, 비 오는 주말에 아이들 손 잡고 와준 지인들, 도와줄 거 없냐며 설치하는 날 조금 일찍 퇴근하고 들러준 친구 등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사람들 덕분에 감동스러운 날들이다. 


한참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전시가 시작되면 그림을 그리고 준비하는 일은 이제 끝이니, 그러면 나는 전시장에 매일 출근을 해서 내가 이 그림을 가장 많이 보며 느끼고, 중요한 것 또 하나 전시일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쁜 일정 속에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것들을 매일 써두면 좋았겠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냥 그림만 그리기 바빴기 때문에 그 끝에는 지난 시간 동안 이 일을 하며 든 생각들, 그리고 개인 전시를 하고 있는 지금의 생각들을 써두고 싶었다. 이 일에 대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쓰는 사람이어서 좋은 건, 나의 생각을 구체화해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쓰면서 살지는 않지만 순간순간 중요한 순간들이 있을 때, 그때 딱 드는 마음들을 써둘 수 있다. 막연하거나 뒤섞여있거나 뭔지 모를 때조차도 쓰기 시작하면 뭐든 두둥실 하고 얼굴을 내민다. 그게 나의 마음으로 진짜 내 생각이다. 


하얀 전시장을 채우고 있는 나다운 색감들의 그림들. 통창이라 햇빛도 잘 들어오는 이곳에서 현재 나의 마음들을 전시일지로 남겨두고 있다. 다시는 개인 전시를 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개인전시를 또 하더라도 첫 번째는 이번뿐이니까. 글을 쓰며 생기는 의미부여들도 하나둘 챙기며 14일이라는 전시기간을 즐기고 있다. 


전시장에 놓아둔 방명록도 매일 챙겨본다. 나와 아는 분들 뿐만 아니라 그냥 길을 가다 그림을 보고 들어오는 분들도 계셨다. 그분들을 모두 만날 수도 이야기해 볼 수도 없기에 갤러리에 상주하는 분께 부탁을 드렸었다. 혹시 내가 없을 때 관람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방명록을 써달라고 부탁드려 달라고. 

오늘도 이곳에 나와 어제는 어떤 분이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다녀갔는지 읽어보았다. 짧은 한 줄이라도 얼마나 감사한지- 글을 쓰며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얼마나 좋은지- 

이래서 쓰는 일이 좋다.



# 전시 일지 [첫째 날]

그림을 그리는 일에 이따금씩 기웃거렸다.

학교 다닐 때는 그림을 계속 그려서 대학전공을 하고 싶었고,

대학을 가서는 그림 동아리에서 유화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그림을 정말로 길게 시작하게 되었다.


그림을 계속 그리며 살게 될지, 

그림을 그리며 사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돌고 돌아 나에게 온 걸 보면 계속해나갈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준비하는 동안 정말 빠듯하고 힘들어서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림을 설치하며 조명을 맞추고 탁! 불을 켜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그때 알았다.

'나는 계속 그림을 그리겠구나'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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