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은 4년 동안 고여있었고 5년을 흘러왔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 요즘처럼 쓰지 않고 지낸 적이 있나 싶다. 책을 써보겠다고 원고를 채우거나 블로그에 정보든 내 이야기든 뭐라도 쓰거나 그것도 아니면 짧게나마 인스타에 몇 줄이라도 남기면서 지내던 시간들이 이제는 옛날이야기 같기만 하다.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며 사는 삶이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생각을 실천하며 지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보는 중이다.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야 할 만큼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은 걸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나 자신에 대한 간절함이었는데 흠. 그 마음이 이제는 지나가버린 걸까. 답답함과 부족함이 다 채워졌다기보다 모든 것이 귀찮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가지면서 일을 그만뒀으니 엄마로만 산 시간이 4년. 딱 4년을 나보다 아이, 나보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다 보니 막막함이 찾아왔다. 그 시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운이 좋게도 첫 책이 나왔고 나라는 사람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다. 강사가 되었고 그림을 그렸고 두 번째 책도 내고 전시도 하고 또 작년에는 내 공간도 마련하며 2번째 시작을 했다. 이렇게 나로 살기 시작하고 또 5년이 지났다.
나라는 사람은 4년 동안 고여있었고 5년을 흘러왔다. 참 열심히 살아냈다.
지금의 내 모습이 번아웃인지 귀차니즘인지 정확한 상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5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들을 토해내며 살았기에 지금은 쉼이 필요한 때라는 걸 알고 있다.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어야 그만큼 표현하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인데, 이미 그 시간을 다 썼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내 안의 것들이 고갈되었다는 느낌, 그래서 자꾸만 방황을 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하고 있던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중이다. 아니, 그마저도 설렁설렁 회피하고 있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드는 생각은, 글을 쓰는 내가 낯설지 않아서 다행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누군가 나에게 글 쓰는 게 좋은지 물어볼 때마다 나는 계속 쓰며 살게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그 생각은 그때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잠시 쉬고 있지만 이렇게 또 써야 하는 날은 한 편을 뚝딱 써내는 내가 기특하다.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이 시간이 또 나에게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언가 하고 싶은 시간이 올 때까지 나는 또 현재를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