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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n 14. 2021

귀가 간질간질한 어느 날

엄마가 좋아서

"엄마가 좋아서 엄마 옆에 잘 거야"

"엄마가 좋으니까 같이 하고 싶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최근에 글자를 쓰기 시작하면서 점점 엄마 노릇에 웃을 일이 많아졌다. 수시로 엄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들. 그 방법이 다양해질수록 엄마는 아이의 사랑을 받을 일이 늘어났다. 여태껏 얼마나 사랑 표현을 퍼붓기만 했나. 그러니 더 감격스럽다.


첫째는 약간의 무뚝뚝함이 있는 아이라 엄마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았다. 무뚝뚝함이라 하면 의젓함과 비슷하다고 해야야 할까. 나를 똑 닮은 그 성격. 아기인데도 어쩜 그렇데 닮았는지 사랑 표현도 애교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아이가 변하기 시작한 건 동생의 애정표현을 보고 난 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둘째들은 어쩜 애교를 타고나는 것일까 눈치를 타고나는 것일까. 성별에 관계없이 둘째들은 살아남을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안다. 엄마와의 사랑 표현에도 밀당을 어찌나 잘하는지. 사랑한다고 했다고 좋아한다고 했다가... 금세 엄마 싫고 아빠가 좋다고 외쳐대는 통에 엄마의 정신은 혼미. 말도 몸도 모두 엄마품에 치고 들어오며 늘 엄마를 밀고 당기는 말을 하니 첫째가 가만있을 리 없다. 적을 살피고 자신에게도 적용하기 시작한다.


점점 사랑한다는 말이 늘더니, 요즘은 글자를 쓰기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엄마 사랑해'라고 고백을 한다. 글자와 그림의 대상은 대부분 엄마. 그림을 그려도 엄마를 그리고, 글쓰기는' 엄마 사랑해'로 시작하는 첫째. 이런 직진 사랑 고백은 내 생애 처음이다.


그런 사랑을 받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을 거다. 나의 부모님은 더 훨씬 많이 나를 사랑하고 계실 테니까. 그럼에도 표현이 부족해서 와닿는 빈도가 적어서... 실감이 덜 난다고 해야 할까. 

그에 비해 아이에게서는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매일 들어도 또 듣고 싶다. 아침부터 아이가 써준 사랑의 편지를 보면서 '또 엄마를 그렸어?' 동글동글이 아닌 뭉툭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입과 눈은 이미 웃고 있는 걸 보면, 아이의 사랑 표현에 흠뻑 빠진 게 분명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힘겹기만 했던 육아가 이제 조금씩 가벼운 느낌이 든다. 아이에 대한 조급함을 조금씩 내려두었고, 아이와 대화가 통하기 시작했고, 내 일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육아와 나 자신에 대한 균형을 이제는 찾은 듯한 평온함.


이렇게 이쁜 아이들이라면 아이가 하나 더 있어도 좋겠다, 우리 엄마가 듣는다면 등짝 스메싱을 날릴...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지금 나는 정말 평온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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