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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n 22. 2021

한 번만이야

"엄마 이번 한 번만이야~!! 

내일은 안돼! 알겠지?"



우리 집 첫째와 둘째는 참 성향이 다르다. 

첫째는 엄마의 말에 그래도 잘 따르기도 하고, 억울할 때도 큰소리로 엄마에게 따져 들기보다 울먹이며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엄마를 사랑한다는 표현도 정말 많이 해주고 안기고 뽀뽀하고.. 엄마로서 키우기 참 편한 아이다, 우리 딸은. 마치 어릴 적 내 모습처럼.. 딱 그리 생겼다.


그에 비해, 우리 둘째. 요 녀석은 엄마와 밀땅을 어찌나 하는지. 떼를 부리면서도 4살이 벌써 말까지 잘한다. 슬쩍 엄마를 안아달라고 요청하면 "지금은 아니야, 나 지금 바빠"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걸어갈 때 손 잡자고 하면 순순히 손을 줄 때도 있지만 꼭 튕기면서 "엄마 손 싫어. 나 아빠 좋아해. 아빠 손 잡을 거야"이렇게 엄마를 밀어내기도 한다. 그냥 아빠 손을 잡으면 될 걸.. 꼭 엄마가 싫어서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며 가버린다.  자기 기분에 따라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선택한다.



낮잠시간.

아이 옆에 바짝 붙어 누웠다.

"엄마, 왜 여기 누워?"

"어? 같이 자려고 그러지"

"조금 떨어져서 누워"

"왜~엄마는 은우 옆에 딱 눕고 싶은데?"

"오늘만이야. 오늘만 여기서 자고 내일은 떨어져서 자. 알았지?"


띵.

아이의 말이 순간 서운했지만, 이렇게 밀당을 하는 아이를 보면 너무 이쁘다. 아이들이 이쁜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주변 사람들 반응에 상관하지 않고 막 이야기하기 때문이라는데... 정말 그런 걸까. 어른은 주변 눈치 보느라 좋고 싫음을 맘껏 드러내지 못하는데 그것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 나는 요 녀석에게 끌린다.







엄마의 입장에서 첫째는 예상이 되는 아이, 둘째는 예상이 되지 않는 아이이다. 편하기로 따지면 첫째가 수월한데 나는 자꾸 둘째에게 장난이 치고 싶다. 놀리고 싶고 무슨 대답을 할까 궁금해서 자꾸 말을 시키게 된다. 엄마의 이런 마음을 두 아이들도 느끼겠지.



엄마의 마음은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두 아이 사이를 오간다. 어느 날은 이 아이가 좋다가 어떤 날은 저 아이가 더 좋다. 늘 똑같은 마음이면 좋으련만 무게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그 맘을 양껏 느끼지 못하고 이내 다른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한 아이를 칭찬하고 있으면 나머지 아이가 훅 치고 들어온다 

"엄마, 나는 안 이뻐? 나는 칭찬 안 해줘?"



엄마의 칭찬과 사랑이 항상 고픈 아이들. 아이가 둘이 되었을 때 두 아이를 똑같이 공평하게 사랑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결론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을 사주는 일이라면 똑같은 것을 사서 안겨주면 되지만 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이기에, 똑같다는 건 애초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느 쪽에 기우는 날이 있다면 반대편으로 기우는 날 또한 있을 터. 항상 특정한 한쪽으로 기우는 일만 없다면 되지 싶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줘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생각보다 자주 우리 엄마는 공평하지 않다 여기는 날이 많을 것이다. 그런 불만을 이야기하는 날이 온다면... 반대로 너희도 엄마 아빠를 똑같이 좋아하는 건 아닐 테니까, 그렇게 퉁치자고 할까? 너무 어른스럽지 않은 이야기인가? 틀린 비유는 아닌데.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복잡해지기 시작하면 그냥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

어제도 오늘도,

부모 되기 그리고 어른되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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