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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n 23. 2021

어머니 아직도 학습지 안 하세요?

이 질문을 얼마나 더 받아야 할까

오전 9시 반.

두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너무나 즐거이 서로 쫓아다니며 놀고 있었고 엄마인 나는 버스가 오는지 확인하느라 아파트 입구 한 번, 아이들이 다치는지 보느라 뒤쪽 한 번. 서로 다른 이유로 바쁜 우리 셋.



그때 누군가 쓰윽, 옆에서 말을 걸었다.

"어머니~"

"네?"

"oo싱크빅인데요, 아이가 6살이죠?"

"네 맞아요. 큰 애가 6살이에요"

"이거 저희 학습지 프로그램들이에요. 한 번 보시고 필요한 거 신청해주세요.

아이가 학습지 하고 있죠?"

"아니요 안 해요"

"어머, 아직 학습지를 안 해요?"



오늘 아침에 아주 조용히 소리 지를 일 없이 등원하러 나가서 왠일인가 했더니...

이 분과의 대화에서 나는 오늘 처음으로 놀랐고 당황했다.

그리고 그 말이 아직도 내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6살.

학습지를 하지 않고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주변에서 놀랄 그럴 나이인가 보다. 하긴, 내 주변을 돌아봐도 학습지를 한글, 수학, 한자까지 기본으로 하고 학원을 보자면... 태권도, 미술, 피아노, 영어, 발레, 과학실험 등 다양하게 보내고 있는 상황이 맞긴 하다. 



경험을 많이 하게 해줘야 한다는 육아 철학에서 출발한 학습지와 학원이라면 가볍게 해 봐도 좋겠다. 하지만 한글을 빨리 떼야한다거나 다른 집 아이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아이도 해야지, 학교 갈 준비도 슬 할 때가 되었어..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는 건 어쩐지 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육아도 일단 내 마음이 편하고 볼 일.



아이의 교육은 부모에게 참 숙제 같고 무거운 짐이다. 엄마의 열정에 비례해서 아이의 성적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 놓고 너 알아서 공부해라, 하기에는 배짱도 없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그건 포장이고 여전히 우리는 성적우선순위에 살고 있지않는가. 성적은 잘 받았으면 받아왔으면 싶고 그러려면 공부를 더 많이 일찍 해야 하고. 어디까지가 나와 아이가 지킬 수 있는 육아 그리고 공부의 선인지 당최 알 수가 없으니 일단 옆집 아이가 학습지를 시작하면 가볍게 그것부터 따라 하게 된다. 



6살이 이런 질문을 받는데, 7살 8살... 내가 이대로 아이를 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을 더 자주 하겠지? 




직접 만든 문제집을 동생에게 시키는 중



첫째는 6살이지만 여전히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어느 엄마가 놀란 듯 물어보기도 했다.  6살이면 유치원을 가야지 왜 어린이집을 아직 다니냐고. "왜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요?"라고 내가 되묻고 싶었다. 어딘가에 가서 또래와 생활을 하고 어린이집에서도 배울 건 다 있는데... 한글도 원에서 자연스레 알려주고 혼자 깨치는 중인데...

그런 질문들의 밑바탕에는 '학습'이라는 단어가 굳게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내가 봐도 과정이 다르다. 다양한 수업으로 짜여있고, 선생님의 분위기도 다르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엄마, 태권도 다닐래"

"엄마, 나 발레 배울래"

"엄마, 나 미술학원 갈래. 그림 그리고 싶어"

아이가 6살이 되고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면 대답은 한결같다. 친구 누가 다닌대. 어린이집에서 친구가 어디 다닌다고 하면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꼭 그 학원을 다니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 정도의 느낌으로.

그러다 꾸준히 잊을만하면 어필했던 미술학원은 지난달부터 다니고 있다. 6살이 몇 달에 걸쳐 이야기를 했다면 진짜 해보고 싶은 것이다 싶었고, 워낙 집에서도 혼자 그리고 쓰고 만들고를 좋아하는 아이라 관심 있는 건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도 아이가 가기 싫다고 하는 순간 그만둘 예정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그저 서점에서 파는 기초 튼튼 문제집을 사다 주는 일. 그거 하나다. 그 책을 사 온 날은 아이가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그걸 들여다보고 푸느라 온전히 집중한다. 그 한권을 붙잡고 고등학생 때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렇게 몇일만에 첫 장부터 끝까지 다 보는 아이. 공부하는 날도 척척 알아서 지정하고 혼자 해보겠다고 끙끙거리는 그 모습이 그저 이쁘고 고맙다. 

흔히 말하는 결핍, 그리고 어쩌다 들이미는 문제집이기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도 든다. 



학습이 어디까지 되어야 할까. 언제 시작되어야 할까.

그 답을 나는 아이와 내가 찾고 정하고 싶다. 정말 본인이 하고 싶어서 선택한다면 기꺼이 아이에게 좋은 학원을 고르고 정보도 알아봐야지. 그 시작은 내 마음보다 아이로부터 출발하기를. 나의 이런 생각이 흔들리지 않기를 계속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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