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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01. 2021

1층은 불편하지?

단점을 확인받고싶어 하는질문

1층에 산 지 4년째. 첫째가 두 살 때 우리는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전에는 사택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이 우리의 진짜 첫 집이다. 그때 1층을 선택한 건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부부에게 첫 번째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1층으로 첫 집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가격 때문이었다. 다른 층에 비해서 싸니까. 



남편과 나는 둘 다 주택에 살아온 사람들이라 아파트 높은 층이나 로열층에 꼭 살아야 한다라는 생각은 없었다. 아파트가 편한 건 알지만, 내가 수중에 가진 돈과 감당 가능한 수준의 대충을 감행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층수는 1층. 그게 이곳을 선택한 우리의 이유였다. 그러면서 아이가 이제 막 걷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곧 집 안에서 뛰어다니면서 층간소음을 일으킬 텐데 그 점을 고려해봐도 1층이 우리에겐 딱이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인 가격과 그다음 층간소음에서 조금 벗어난 아파트 살이. 두 가지 이유는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충분했다.







층간소음.

뉴스에 나오는 심각한 사건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수위가 조금 높아 위험해 보이는 일부터 서로 이해하고 잘 넘어간 일까지. 듣고 있으면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얼마나 시끄럽길래 그러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아이들과 살 집으로 1층을 선택한 건 백번 잘한 일이구나, 생각이 절로 든다. 의도한 건 아닌데 우리 가족에게 편한 곳을 제공한 것 같은 그런 느낌. 


이쯤 되면 엄마들이 1층으로 이사를 가야 하나 많이들 고민을 한다. 윗집과의 트러블을 늘어놓다가 나에게 하는 질문들. 1층이 생활하기에 어떤지 물어본다. 그런데 그 질문들을 듣다 보면 하나같이 부정적인 말이 섞여있다. 뭐가 좋은지 묻지 않고 단정 지어버린 단점을 확인하려고 든다. 


"1층이라 밖에서 보면 안이 다 보여서 불편하지?"

"벌레 많지?"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럽지?"


사실 나는 1층에 매우 만족 + 별 10개 그 이상의 점수를 매기며 산다. 아이들이 있기에 생활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1층은 매력이 너무 많다. 그래서 어떤 질문이라도 좋다는 말을 반복하며 강추를 날리는데 진짜 이사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층간소음에 힘들다고 하면서도 1층은 아닌가 보다.


1층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점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1층이라 사생활 침해가 되는가?

이건 아파트마다 다를 것이다. 건물 바로 앞에 도보가 있다면 아무래도 불편하다. 지나가는 사람이 똑바로 앞만 보고 가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밤이라면 안이 더 잘 보이겠지. 

그런데 지대가 기울어진 곳이라 1층이 1.5층이나 2층으로 위치해있거나 1층 바로 앞이 도로나 조경으로 꾸며져 있다면 집안이 보이는 부담은 조금 줄어든다. 우리 집은 1.5층이고 베란다 앞에 주차장이 바로 있다. 그래서 내가 밖에 나가 우리 집을 본 적이 있는데 집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물론 밤에는 잘 보인다. 밖보다 안이 밝으니까. 그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캄캄해지는 시간이면 무조건 블라인드를 내린다. 그런데 요즘 지어지는 건물은 Y자형, ㄱ형이거나 동별 간격이 좁아서 옆집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파트는 1층뿐 아니라 모든 층이 다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가리느라 바쁠 것이다. 

그럼 점에서 이건 직접 아파트를 가보고 결정해야 한다.



벌레가 많은가?

NO. 나는 이곳에 와서 바퀴벌레 한 번 본 적이 없고 모기가 들어오는 건 어쩌다 있긴 하다. 그건 1층이라 더 많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방충망이 있는데 1층이라고 벌레가 더 들어올까... 내 생각은 그렇다. 아이들이 간혹 밖을 내다본다고 방충망을 열어둘 때 말고는 벌레가 집에 없다.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러운가?

아무래도 다른 층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나보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인데, 질문을 받으며 처음으로 관찰을 해봤다. 

일단 1층이어도 중문이 있다면 조용할 것 같다. 우리 집은 중문도 없지만 이 분들 때문에 시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은 건, 아마 이런 소음보다 아이들이 더 시끄럽기 때문이다. 보통 엘리베이터를 많이 타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 아이들이 집에 있을 시간이다. 이 아이들의 소리 덕분에 밖의 소음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정말.

아이들의 말소리, 장난감 소리, CD나 라디오 소리, 싸우는 소리... 아이 둘이 집에 있으면 얼마나 시끄러운데 밖의 소리가 들리기나 할까. 







아, 물론 1층이라고 해서 밤낮 아이들이 뛰어다니게 두는 건 아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나 밤 8시 이후에는 우리 아이들도 뛰지 못하게 단속한다. 1층에서 뛰면 소리가 위로 올라가 2층이 시끄럽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나서 그때부터 1층에 사는 우리도 아이들에게 주의를 시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점이 많아 보이지만, 1층에 사는 우리는 정작 단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1층살이를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1층의 장점이 얼마나 많은지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정작 물어오는 이가 없어서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상대방은 단점만 묻고 나는 장점만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여튼 결론은,

1층에 사는 우리는 매우 만족스럽다.

이사를 간다면 1층으로 다시 가고싶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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