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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08. 2021

언제 이렇게 컸지

엄마 이제 괜찮아?

"엄마는 오늘 같이 못 자, 아빠랑 자자"

"왜? 엄마 왜? 혼자 자야 하는 거야?"

"응, 엄마 머리가 아프대. 혼자 푹 자고 일어나야 낫지. 그러니까 아빠랑 자자 오늘은~"

"힝. 엄마랑 자야 되는데... 그럼 엄마한테 인사하고 올게"



어젯밤 머리가 아파서 아이들과 따로 잠을 잤다. 저녁을 준비하기 전 너무 졸려서 아이들이 TV를 보는 사이에 쪽잠을 잤는데 그게 문제였다. 그 잠이 잘못됐는지 일어나 밥을 준비하려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다. 움직일 때마다 콕콕 쑤시는 통에 간신히 아이들 저녁을 먹였다. 

늦은 저녁 남편이 왔고 아이들을 맡기고 작은 방에 가서 누워 아빠와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듣고 있던 참이었다. 오늘은 혼자 자겠노라 남편에게 일러줬던 터라 남편이 아이들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다. 


항상 엄마와 자러 들어가는 아이들은 엄마가 없이 자야 하는 오늘의 상황이 일단 별로였나 보다. 큰 아이는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이유를 물었고 아빠와 몇 마디를 나누고서야 나에게 굿 나이트 인사를 하러 왔다.







"엄마 머리 이제 안 아파? 괜찮아?"

밤새 푹 자고 일어난 아이가 눈을 비비며 나와 내게 건넨 첫마디.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는 아프지 않았다. 컨디션도 괜찮았다. 그런데 아이의 세심한 굿모닝 인사에 마음이 더없이 따스해졌다. 



어느새 이렇게 컸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부쩍 커 보이는 키를 볼 때, 지난봄에 입던 옷이 올해는 7부가 되어 작아졌을 때, 스스로 밥을 먹고 씻을 때... 그런 타이밍들이 많지만 오늘 느낀 나의 감정은,  아이가 아기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그런 뿌듯하면서도 아쉽고 기특한 그런 것이었다. 

자는 사이에 엄마가 아픈 걸 잊었을 법도 한데 이 아이는 자는 순간에도 엄마를 걱정했던 걸까.? 어른처럼 일어나자마자 아프지 않은지 안부를 묻다니...


아이가 어릴 때는 내가 몸이 아픈 날 더욱 서러웠다. 내 몸은 괜찮지 않은데 평소와 같이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달래고. 그 모든 것을 나의 괜찮고 괜찮지 않은 그런 상태와는 상관없이 다 해내야 하는 게 너무 억울했다. 왜 엄마가 아픈 건 몰라주냐고, 엄마가 아픈 건 안 보이냐고 아이에게 울며 소리를 친 적도 있었다. 엄마도 힘들다는 걸 알아달라고 오늘은 엄마가 아프니 좀 울지 말고 조용히 지내자고, 왜 말을 해줘도 모르냐고 뭣도 모르는 아이에게 섭섭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감정을 있는 대로 아이에게 내뱉고 나는 또 밤에 울었겠지. 몸도 마음도 아파서.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이의 한마디에 몇 년의 시간이 쓱 훑고 지나갔다. 6년의 시간 동안 엄마로 살면서 아이에게 준 사랑이 어땠을까 늘 돌아보게 된다. 감정이 앞섰던 엄마였고 자유롭게 해 주면서도 내 기준에서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엄마였기에... 아이가 이렇게 엄마인 나를 대해주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든다. 








아이의 말과 마음이 나에게 닿아서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온기 하나.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놓아요.

내가 준 것보다 더 큰 사랑으로 돌려주는 아이들 덕분에

오늘도 엄마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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