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믿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 와이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은 이런 것이다.
올해 참 많은 일을 벌였고 경험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고민하고 결심하고 움직이는 데에는 큰 힘이 들었다. 안 그렇겠는가, 일을 그만두고 세상을 조금 등지고 집에서 아이만 본 시간이 5년인데. 그 시간의 힘은 생각보다 컸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찾는 데에도 많은 벽이 있어 좌절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책을 내게 되었고 내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기다렸다. 사실 아무나 가 아닌 나와 결이 같고 나의 진심을 조금이라도 느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에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벌인다는 사실에만 의미를 부여했지만, 숨은 마음은 따로 있었다. 나와 진심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심. 일을 시작하며 그 마음이 계속 들었다.
SNS를 믿지 않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나도 2년 전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찾고 싶은 정보만 찾느라 인터넷을 사용했고 블로그, 인스타, 브런치... 운영해본 적도 없다. 그렇기에 여전히 예전의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일차적으로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세상에 들어와 보니 웬걸. 여기도 진심이 넘친다.
사실 거짓도 많고 진짜도 많다. 진짜는 없고 가짜, 거짓, 포장, 자기 과시 그런 빨간딱지를 붙여야 할 것 같은 단어를 SNS와 동일시했는데... 그건 나의 선입견이었고 너무나도 갇힌 생각이었다. 경험해보지도 않고선.
블로그에 글쓰기 모임 <엄마의 첫 문장>을 시작하기 위해 공지글을 올릴 때 '진심'이라는 단어를 썼다. 누군가는 그 글을 보고 비웃었을 수 있고 누군가는 이 세상에 맞지 않는 단어를 쓴다고 상술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이 보는 글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 글을 읽고 함께 하겠다고 신청을 한 사람은 그 단어에 움직인 사람들이다. 진심이라는 단어를 무시하지 않고 끌렸기에 신청을 했을 것이다. 만나보니 모두 귀한 사람들이었으므로 사실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꾸준히 나는 진심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담으려고 할 것이다.
동네 도서관에 내 책을 소개하는 강의를 하게 되었다. 어떻게 책을 썼고 작가가 되었는지 그 경험을 나누는 가벼운 자리였는데, 그때 오신 한 분이 1시간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하셨다.
"작가님이 아까 온라인으로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계시다고 했는데, 뭐라고 검색하면 되나요?"
제 이름이나 '엄마의 창작소'라는 블로그명을 검색해서 들어오시면 되고, 다음 달 초에 모집을 할 예정이라고 알려드렸다.
그런데 정말 그분이 모집글에 오셔서 댓글을 달아두셨다
"블로그를 해본 적이 없고 글도 써본 적이 없는데 가능할까요?"
블로그도 해본 적이 없고 글도 써본 적이 없는 분이, 글을 쓰고 싶은 마음 하나 들고 오셨으면... 넘치게 감사한 일이다. 글을 쓰는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글을 써본 적 있는 것보다 매일 진짜 글 쓰는 시간을 마련하고 글에 집중할 마음이 있는지 그게 1번이고 글쓰기의 모두이다. 이미 이 분은 다 갖추셨다.
그렇게 나보다 10살은 많은 분과 연결이 되었고 매일 글을 써내셨다. 브런치라는 플랫폼도 처음으로 이 모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셨는데 흔쾌히 도전을 한다고 하셔서 참 멋있었다. 내가 50이라는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을까? 모임에 나보다 나이적은 사람만 가득한데 그 모임에 갈 수 있을까? 작가 신청을 해서 탈락을 하면 그것도 괜찮을까? 그 분과 함께 하는 1달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고 자극 또한 되었다.
모임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그분을 다시 만났다. 남편분이 차로 데려다주러 오셨는데, 일부러 운전석에서 내려 나에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우리 와이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순간은 정신이 없어서 꾸벅꾸벅 인사만 하고 끝이 났는데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이 말을 계속 되뇌게 되었다.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나는 더 어떤 걸 드려야 할까?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누군가의 시작을 오랜 꿈을 꺼내게 도와줄 수 있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장면은 내가 이 일을 그만두고 싶거나 슬럼프에 빠지거나... 언제든 꺼내볼 것이다. 아니,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진심이 둥둥 떠다니는 한 마디.
함께 하는 분들은 글이 쓰고 싶기에 나와 연결이 되어있다. 그분들은 글 쓰는 걸 도와줘서 그리고 글쓰기를 시작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사실 내가 더 얻는 것 받는 것이 많다. 모임은 오는 사람이 없다면 시작할 수 없고, 내가 전하려는 진심 또한 상대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제의 그 인사도.. 오랜 꿈을 꺼내 시작하는 용기를 내신 그분이 대단하신 거라고 생각한다. 나중이 아닌 지금 이 타이밍에, 글쓰기에 대한 바람을 조금 실현시키고 싶은데, 나와 만났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서로의 진심이 오가는 한 컷.
여전히 진심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