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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n 29. 2021

떡볶이 맛도 모르면서

나의 최애 간식은 떡볶이이다. 어느 정도의 매운맛과 달달한 그 맛의 조화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그냥 떠오르고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다음날에 또 먹고 싶어서 남겨두기도 한다. 맛있는 떡볶이에 정말 진심이다.


친정 동네에는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집이 있다. 그곳을 오랜 기간 이용했기에 나는 이미 그 맛에 길들여져 있었다. 양념이 아주 찐해서 다른 떡볶이를 먹으면 뭔가 모자라고 밍숭 해서 꼭 그 집 떡볶이만 찾았었다. 나에게 선택받은 그 떡볶이. 이 새벽 글을 쓰면서도 생각이 난다... 퇴근길에 사들고 와서 저녁 대신 먹기도 하고 동생에게 심부름도 시키고, 정말 자주 먹었었다, 그 떡볶이를.


그런데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고, 이제는 친정 동네에 있는 나의 떡볶이는 수시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차로 40분 걸리는 그곳을 저녁 9시 그쯤 딱 야식 생각이 나는 시간에 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떡볶이 하나 먹고 싶다고 남편을 대동해서 거기까지 가려면 아마도 임신 중에 먹고 싶다고 해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야밤에 아이들까지 태우고 사러 간 적도 있다. 어찌나 눈치가 보이던지...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며 살고 있는 동네 주변의 떡볶이를 하나씩 맛보면서 나와 통하는 그 맛을 찾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떡볶이집은 2군데가 있다. 하나는 큰 길가에 늘 창문을 열어놓고 파는 집이라 그냥 위생적으로 좋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한번 사 먹어보고 그 후로는 손이 가지 않는 곳. 나머지 한 군데는 떡볶이 양념이 꾸덕하지 않고 물 흐르듯 흘러내려버리는 심심한 모습. 어른 떡볶이가 아니라 아이들용 떡볶이 같은 허여멀건 양념은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았다. 두 곳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쯤 되면 우리 남편은 눈을 흘긴다. 먹는 맛에 예민하고 내 입맛에 맞는 것을 찾아다니는 나 그리고 뭐든 먹는 것이라면 정말 다 잘 먹는 남편. 싫어하는 음식도 없고 7년 동안 맛없다고 하는 음식이 손에 꼽힐 정도로 아무거나 잘 먹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뭐, 밥해주기 참말로 쉬운 사람이기는 하다.


"떡볶이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참 별나다 별나"

"비슷하긴 한데 다 다르지 뭐가 같아. 떡이 얼마나 쫀득한지도 다 다르고 양념 색깔도 맛도 전부 다르거든. 미묘한 그 차이를 모르겠어?"

"나는 그냥 다 맛있어, 그러니까 대충 좀 먹자"


서로 이해가 안 된다. 어찌 이 맛들이 모두 같다는 건지. 음식에 있어서는 내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투정을 부리게 되고 또 하나의 단점, 심부름은 남편이 한다는 것. 사 오라고 부탁을 해야 하기에 가까운 떡볶이집이 우리 집 근처에 늘 생겼으면 했다. 그나마 동네에서 가까운 곳으로 찾은 분식집은 버스로 3 정거장, 걸어서 20분 걸리는 곳에 있다. 수시로 먹기에는 조금 먼 거리. 차로 가기에는 너무 가깝고 굳이 떡볶이 먹으려고 차를 타야 하나 싶고 주차하기에도 힘든 곳...

운동삼아 걸으러 나가는 남편에게 부탁을 하기도 하고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일부러 들러 사 오기도 했는데, 부탁할 때마다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좋아하는 떡볶이 찾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 



"남편 남편!! 좋은 일이 있어!"

"무슨 일? 뭔데???"

"큰길에 분식집이 생기나 봐. 티브이에 나왔던 곳 이래. 공사 중이라고 현수막을 걸어놓았더라고. 곧 오픈할 건가 봐. 바로 집 앞에 분식집이 생기다니! 맛있는 집이면 좋겠다"

"....."


빵집 하나가 문을 닫았고 한동안 점포가 비어있었다. 어떤 가게가 저곳에 들어오려나 지나다니면서 쳐다봤었는데 그곳에 분식집이 들어온다는 광고 현수막이 붙어져 있고 철거공사가 한창이었다. 그걸 보고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 


나는 그곳의 떡볶이가 맛있기를 그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그래야 우리 남편 걸어서 떡볶이 사러 안 가도 되고 나도 미안해하며 부탁하지 않아도 되니까. 오매불망 그 집이 언제 오픈을 하는지 기다리는 중이다. 또 내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지. 설렘 반 걱정 반. 그런 마음이다.



"남편 오늘도 오다가 확인해 봐, 거기 문열었는지"

분식집 사장님은 알까, 누군가 이렇게 문을 열기를 바라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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