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여기 어때? 마당도 적당한 사이즈이고, 가격도 괜찮지?"
"부산은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주택을 찾기가 어려운데, 김해는 어때?"
몇 년째 우리 부부는 전원주택을 꿈꾸고 있다. 이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나 검색을 하고 부동산에 연락을 하기도 한다. 정말 적당하다 싶으면 집을 직접 보러도 간다. 그러다 현실과 꿈은 다르다며 우리의 상황을 합리화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 과정을 몇십 번째 반복하고 있다.
요즘, 또다시 그 병이 도졌다.
우리 아이들은 바깥놀이를 좋아한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주말이면 놀러 다니고 봄, 가을이면 캠핑 다니는 우리 부부의 성향을 닮았지 싶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시골에 있는 시댁에 가면 아이들은 날개를 단다. 한시도 집 안에 있지 못한다. 뜨거운 이 여름 대낮에도 말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마당에서 놀 아이들. 잠자리와 나비, 방아깨비를 잡고 할아버지가 만들어놓으신 그네도 탄다. 할머니가 심어 두신 감자를 함께 캐고, 주렁주렁 열린 포도도 구경한다. 꽃에 물도 직접 주면서 아파트에서는 할 수 없는 재미난 일들을 하느라 바쁘다.
"이런 집에 살고 싶어"
아이도 우리도 그곳에 있으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가고픈 마음이 또다시 솟구친다. 우리 부부도 좋고 아이들도 좋아하는데... 왜 우리는 몇 년째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가.
현실적인 문제라 하면 집값이다. 요즘 이쁘게 지어진 집들이 정말 많다. 어찌나 세련되고 심플하고 야무지게 지어져 있는지... 우리 집이었으면 하는 집이 넘친다. 그런데 1차적으로 내 눈에 들어오는 집들은 비싸다. 최소 10억은 그냥 넘는다.
주택의 위치를 보면, 도심에 있는 주택은 일단 가격이 비싸다. 오래된 집이라면 매매가에 수리비까지... 그렇게 되면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은 거뜬히 필요하다. 결국 조금 저렴한 외지로 나가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 부산 근처 김해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은 싸고, 나름 도심 가까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아이를 키우는 집이니 마트, 병원 등 기본적인 생활권이 가까워야 한다. 도심에서 너무 멀리 가서 정말 전원생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내가 생각하는 전원주택의 모습을 갖춘 집은 찾기가 쉽지 않다. 마당이 적당히 있어야 하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뭐라도 심을 수 있는 마당 크기. 주차도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집 안의 구조도 최소 방 3개 이상 있어야 한다. 집수리가 너무 많이 필요한 집은 곤란하다. 아이들 학교를 생각한다면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라면 제일 좋고, 그게 아니어도 되도록 가까워야 한다.
도심도 아니고 진짜 시골도 아닌 그 중간 정도의 주택.
내가 생각해도 이걸 찾을 수 있을까 싶다. '구해줘 홈즈'처럼 내가 원하는 집을 이야기하면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꿈을 이루려면 무언가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할 것이다. 다 가질 수는 없는데, 그 선택을 하지 못해서 우리 부부는 몇 년째 같은 자리를 맴맴 돌고 있다. 이제는 선택을 해야할 것 같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가고 싶다. 뛰어놀기 바쁜 아이들이 요즘 코로나로 더 갇히는데... 주택이라면 많은 부분 허용이 될 것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들과 집에 대한 추억을 쌓고 싶은데 말이다. 몇 년 더 있으면 이제 뛰어놀지 않을 나이일 텐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주택을 검색하고 다른 집들을 기웃거리고 있다. 누군가가 써둔 주택살이 일상을 읽으면서 무한하게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자신들만의 공간에 수영장을 만들어놓고 이 여름을 즐기는 사진.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있는 사진 등 한 컷에 담긴 그 시간들이 그저 부럽다. 저 집에서의 삶이 아이와 어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주택에 살게 된다면, 아파트에 비해 손이 많이 갈 테고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 것도 알고 있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라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
정말 우리들만의 집.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 마음.
오늘도 바라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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