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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15. 2021

7월에 걷고 뛰는 가족

더워도 할 건 해야지

7월에 들어서면서 남편이 일찍 퇴근하고 오는 날이면 저녁에 운동을 나가자고 선언을 했다. 아이들은 밤마실이 당연히 좋을 테고 덥다고 움직이기를 귀찮아하는 남편만 설득하면 밤마다 걷고 뛰는 운동이 가능했다. 가족 모두 저녁 운동을 하는 모습. 얼마나 좋은가. 우리도 할 수 있다.  아니 꼭 해야만 한다.


계속 책상에 앉아있다 보니 몸이 여기저기 쑤시는 건 물론이고 이제는 살도 찐다. 분명 먹는 건 똑같은데 대체 왜 4킬로가 갑자기 찌고 빠지지도 않는지.. 등은 자꾸만 굽는 것 같고 거북목에 골반도 비틀어진 듯하고... 일어날 때 무릎에서 가끔 소리가 나는 것까지..'이제 진짜 운동 좀 해라, 제발 해라' 신호 같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나중에 큰일이 일어나는 복선이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아이들을 원에 보내고 낮에 산책을 했었는데 그 아침에도 해가 얼마나 쨍쨍한지, 그마저도 미뤄져 버려 정말 하루 종일 걷는 일이라고는 아이들 등 하원 버스 타는 곳을 왕복하는 일뿐이다. 








"얼른 저녁 먹고 7시쯤 우리 나가자, 알았지?"

"이 더운데 무슨 운동을 해. 집에서 놀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니까 효과가 더 좋지, 지금 딱 운동하기 좋아. 땀 쫙 빼고 오자"

"...."

"그럼 여름에는 운동도 안 해? 이제 여름 시작인데 2-3달 꼼짝도 안 하고 집에만 있을 거야?"

"하......"


남편은 나보다 땀도 많고, 남편은 나보다 여름을 싫어한다. 그런 사람에게 7월에 걷고 달리자고 하는 건 어쩌면 가혹하겠지만, 할 건 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몸을 챙겨야 하는 나이, 40대니까. 어떻게든 나가려는 나와 나가지 않으려는 남편. 대립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나의 의견이 이긴다. 밖을 나가는 건 아이들도 찬성이니까 3대 1. 대결이 되지 못한다.


넓은 공원 운동장으로 나가 아이들은 씽씽이를 타고 남편과 나는 걷고 뛰면서 운동장을 돌기 시작한다. 우리는 일찍 저녁을 먹기 때문에 공원에 나가는 시간도 이른 편이다. 저녁 7시. 그때 나가면 사람이 별로 없다. 이제야 대부분 저녁 먹는 시간이기도 하고 여전히 해가 나있는 시간이라 더 그렇다. 우리가 1시간 거닐고 집에 오는 시간쯤 사람들이 운동을 하러 서서히 나온다. 그 장면도 참 마음에 든다. 왠지 우리 가족이 더 부지런한 그런 느낌? 그리고 하나로 뭉쳐진 느낌?


그리고 집안에 있으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남편과 나는 말할 틈이 없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도 수시로 엄마 아빠를 호출하고, 아직 손이 가는 아이들이기도 해서 둘이 할 이야기가 있어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공원에 나가는 시간 동안은 아이들이 씽씽이를 타고 수시로 순간 이동을 해주니 남편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서로의 일에 대해 도움을 주거나 조언을 해줄 수는 없지만, 들어는 줄 수 있으니까. 뭘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더우니까 운동하지 말자

더워도 운동해야지


당분간 이 논란은 저녁마다 우리 집에 있을 예정이다. 

시작도 정해져 있고 결과도 정해져 있지만, 하루도 순순히 나서는 법은 없을 듯하다.

넷이 하나로 뭉쳐 운동장을 누비는 것이 나는 너무 좋다. 

매일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오늘도 남편이 일찍 퇴근한다면 우리는 또 운동장으로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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