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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Oct 16. 2021

반대로 가는 엄마

공동육아 어린이집 그게 뭐야?

oo어린이집 입학설명회 10월 14일 저녁 7시 반.


자연드림에 장을 보러 갔다가 입구에 붙여진 전단지를 봤다.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아이를 유치원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하던 그 시기, 작년 이맘때도 이 전단지를 본 적 있다. 지나간 일을 그다지 기억 못 하는 내가 유독 이 일을 남겨놓은 이유는 '공동육아'라는 글자 때문이다. 이게 어떤 곳이지? 궁금했던 나는 집에 가서 검색까지 해보았던 곳이다. 



어린이집은 사실 다 거기서 거기. 유치원처럼 규모가 크거나 아파트 1층에 있는 곳, 아니면 아파트 관리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어린이집 사이즈만 다를 뿐 비슷한 환경으로 꾸며져 있다. 그런데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일반적인 모습과 상당히 다르다고 들어왔다. 



내가 익히 들었던 이야기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 엄마의 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원비가 비싸다는 것. 대충 들어왔던 이야기 속에도 장단점이 분명했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켜주는 대신 엄마가 어린이집을 관리하는데 시간을 내어야 하기에 작년에 이곳을 알아보면서도 그냥 지나쳤었다.






첫 아이를 보낸 어린이집은 숲 어린이집이다. 사실 진짜 산속에 있거나 숲 근처에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숲에 가는 일정이 있어서 나는 그곳을 선택했다.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곳이 내가 원하는 조건이었고, 좁은 가정어린이집보다는 시설도 넓고 숲에도 매주 간다고 하니 적당해 보였다. 그때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알지 못했기에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아이가 숲에 가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고, 바깥 활동조차 못하고 원에서만 하루 종일 생활하다가 돌아온다. 주말에 우리와 함께 뛰어노는 일 말고는 아이가 자연과 함께 놀 시간이 없어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노는 모습이 가장 아이답다고 우리 부부는 생각하기에 참 아쉬운 부분이다.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어린이집인데 그곳 생활 반경이 극히 좁아진 지금, 나는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아이는 지금 6살. 내년에 유치원으로 옮길지 그냥 이곳에 둘지 고민이었는데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명회 글을 보고 나는 이곳을 가봐야겠다 결심했다. 한 번은 지나쳤으니 이번에는 아이 어린이집 마지막 해라 꼭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 아이에게 이런 기회는 없을 수도 있으니까.



"남편, 공동육아 들어봤어?

우리 동네에도 그런 곳이 있대. 거기 입학설명회 한다니까 한 번 가봐야겠어."

"공동육아? 그게 뭔데?"

"아이들이 맘껏 뛰어노는 곳. 

나도 잘 몰라, 가보고 설명해줄게"

"다른 엄마들은 아이 7살 되면 학교 가기 전에 공부시킨다고 하는데...

지금 반대로 가겠다는 거지?"

"그렇지 하하하하"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어린이집 설명회에 참석했다. 쭈뼛하며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나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반 어린이집과 같은 듯 다른 이곳에서 아이들은 어떤 생활을 할까?

설명회는 시작되었고,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듣는 1시간 반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이 날뻔했다. 

비가 와도 더워도 매일 숲으로 가는 아이들, 특별활동이라는 일정으로 매일 다른 과목의 선생님을 만나지 않고 오로지 친구들과 놀이를 하며 즐기는 아이들, 다양한 연령이 한데 어우러져 동생, 언니와 생활하는 아이들, 하루 종일 몸으로 놀며 텃밭을 직접 가꿔 요리해먹는 아이들, 친구 엄마와도 친한 아이들.



확실히 개성이 있었고 목적이 뚜렷했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한계 없이 노는 아이들. 그 시간의 힘을 믿기에 우리 부부도 캠핑을 다니고 주말마다 공원, 산, 바다로 아이들과 함께 다닌다. 꾸며져 있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치가 우리에게 중요했는데 이곳은 우리보다 더 많은 시간 그런 환경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이 마음을 지켜주는 어린이집, 유치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보통의 유치원은 어떤 수업을 넣을까를 더 중요시하고, 엄마들도 그 부분을 꼼꼼히 살펴 아이를 보낸다. 그렇기에 점점 더 아이들의 수업은 다양해지고 원비도 올라간다. 그것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일반 유치원을 보내면 되는데 나는 그렇지 않기에 참 어중간했다. 많은 것을 접해보는 경험이 중요한 건 알지만, 그걸 꼭 수업을 통해서 해야 하는지 늘 의문이었다. 





설명회를 들으면서 혼자 결심을 했다.

이곳에서 찐하게 놀고 학교를 보내기로. 



일반 어린이집에 아이만 보내 놓고 손 흔들기 바빴는데 여기는 엄마 아빠가 할 일이 참 많다고 한다. 어쩌면 예전 엄마들이 아이 키울 때처럼 아이 친구도 다 알고 그 집 부모님도 알고... 그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한 어린이집의 가족 모두가 어우러지는, 그 속에서 단점도 있겠지만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다. 이 시간이 분명 아이와 부모인 우리를 성장하게 해주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돌아왔고 

어쩌면 용기도 필요했던 결심.

가족 모두에게 도전이 될 내년,

힘들겠지만 지금은 설렘만 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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