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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Oct 13. 2021

등원 후 아이를 다시 데려왔다.

이번주는 엄마모드

늘 그렇듯 큰아이 등원버스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 양손 모두 아이들에게 내어준 채 오른손에는 6살, 왼손에는 4살 두 아이의 자그만 손을 잡고 말이다. 이 시간이 하루 중 제일 가벼운 시간이다. 큰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과 뭐하고 놀까 궁리를 하고, 작은 아이는 얼마전 어린이집 실내놀이터가 새로운 시설로 바껴 그곳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등원하기에 신이 난다. 나는 아이들을 보내고 오늘 무얼할 지 머릿속으로 정리를 한다. 그렇게 셋은 다른 생각으로 시간을 채우지만 같은 기분으로 그 길을 신나게 걸어간다.




아이 둘을 무사히 어린이집에 입장시키고 돌아온 길, 집에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을 켰다. 폰을 두고 등원을 시키면 그 사이 꼭 누군가에게 연락이 온다. 희한하게도 대부분 그렇다. 



'어린이집에 한 아이가 파라바이러스 양성판정이 나왔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증상을 살펴봐주세요'



올 것이 또 왔다.

흔하디 흔한 감기도 올해는 잘 지나갔고 여름에 한바탕 난리가 나는 장염, 수족구, 구내염도 너무 조용히 지나갔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도 끼고 손도 자주 씻는 덕분에 어린이집 생활에서 매해 겪는 유행성 질병이 잠잠했었다. 이 불편한 생활의 장점은 그거 하나 분명했다. 늘 북적이던 소아과가 조용해졌으니 말이다.



파라바이러스.

추석 전쯤 부산 어린이집을 휩쓸고 간 바이러스. 

얼마 전 뉴스기사에서 이 바이러스 이야기를 본 적 있었다. 맘카페를 보지않는 나는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소식이 아니면 잘 알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기사에도 나왔다. 어린이집에 한 아이가 걸리면 원 전체에 퍼질 정도로 전염성이 정말 강하다고 했다. 소아과는 오랜만에 북적이고 있고, 입원실도 모자랄 정도라고.

뉴스에서 보던 파라바이러스가 우리 둘째아이의 어린이집에 등장했다.



'다행히 같은 반은 아니네.

요즘은 원에서도 아이들 다 모아서 단체 수업을 하지 않고 한 반씩 딱 경계를 두고 생활하던데...

괜찮지않을까?

그래도 생활을 같이 하는데 우리 아이도 아플 가능성이 있겠지?'



우리 아이가 보이는 증상은 없었고 다행히 다른 반 아이가 확진이 된 상황.

방금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왔는데 다시 데리러 가야할까..당분간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아야할까..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참동안 문자를 곱씹어 읽으면서 고민을 했다.





예전같으면 1초만에 아이를 원에 당분간 보내지않기로 결정했었다. 유행성 바이러스에 걸린 친구가 생기면 그냥 몇 일 아이와 집에 있는 것이 정해진 답처럼 고민할 것도 없이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흔한 감기도 아니고 딱 이 시기를 넘기면 안전해지는데 굳이 보낼 이유는 없다. 



지금은 흠, 엄마경력의 배짱이랄까. 조금 고민은 한다. 어차피 똑같은 공간에 있다고해도 그 시점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는 덩달아 아프고 어떤 아이는 수월하게 지나간다. 구체적으로 몇 일을 쉬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에 결정의 템포가 조금 늦춰졌다.



그럼에도 결론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아이를 가정보육한다.

나는 집에 있는 엄마니까.



일을 하는 엄마는 맞지만, 오늘 꼭 출근을 해야하는 건 아니고 지금 꼭 해야하는 일도 거의 없다. 오늘 해야하는 급한 일은 새벽에 이미 해두었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저녁에 남편 퇴근 후 아이를 맡기고 나가도 된다. 오늘 당장 강의나 줌미팅이 없다면 언제나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어줄 수 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번주 내내, 둘째와 24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어제, 오늘 더 부지런히 새벽시간을 꾸려나간다. 낮에 널널하게 할 수 있는 일도 당겨서, 오늘 안에 그리고 이번주에 내가 할 일을 챙겨본다. 꼭 해야하는 일이 없는 타이밍이라 아이를 가정보육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는 게 다행이다. 



"오늘은 우리 뭐하고 놀까?"

아이를 원에 보내지않으니 힘들다는 생각 대신

이 시간, 둘째는 엄마를 온전히 차지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이번주 버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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