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혜진 작가 Sep 27. 2021

아침마다 아이 코를 확인하는 엄마

콧물도 코피도 멈추는 그 날을 기다린다

훌쩍훌쩍.

에이취.


일어나자마자 또 재채기를 연신 해댄다.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 집 둘째는 아침마다 콧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코가 막히는 게 답답한데 아직 코를 풀지 못하는 아이는 손으로 코를 누르며 그 답답함을 이겨내려 한다. 그러다 어떤 날은 코 안에 약한 핏줄이 터져버려 콧물과 함께 코피가 흐르고 그 딱지가 아물 때까지 며칠을 빨간 콧물이 흘러내린다.


"코 문지르는 거 아니지?"

"아닌데? 나 눈 비비는 건데?!"
"코 누르고 자꾸 비비면 안 된다고 엄마가 얘기했지?

그럼 자꾸 코피 나. 조심해~"
"알았다고!!!"


요즘 아이와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대화다. 콧물이 흐르는 날이 반복될수록 아이를 단속하게 된다. 이런 대화를 언제까지 해야 할까.






태어날 때는 괜찮았던 아이의 피부가 돌이 되어가자 점점 아토피처럼 여기저기 붉어지고 딱지가 생겼다. 얼굴에도 울긋불긋, 팔꿈치와 무릎 뒤 그리고 발목은 늘 로션을 범벅을 해 촉촉하게 해줘야 했다. 그래서 온몸을 촉촉하게 반들반들, 샤워를 시키고 물기가 채 마르기 전 후다닥 로션을 바르는 게 제일 중요한 미션이었다. 인터넷 정보를 살피며 결국 버티다가 돌이 지나서야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가서 피검사를 했다.


결과는 알레르기가 높은 아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어 되도록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수두룩. 집안, 집 밖의 먼지에도 피부가 반응한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남편도 나도 아토피 피부, 건조한 피부가 아니기에 아이를 낳을 때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사실 아이는 예민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낮은 물론이고 밤이 되면 더 우는 아이에게 매일 밤 나를 괴롭히는 거냐고 따지기도 했고, 나도 너도 잠 좀 자자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들도 모두 피부가 가려워서였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 아토피는 밤에 더 간지럽고 아이가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그간의 일들이 이해가 되었다. 


병원에서 결과를 듣고 집으로 오는 차 안.

결과를 예상했지만, 나의 감정은 생각보다 깊었다. 뱃속에 있을 때 아무 음식이나 먹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를 낳지 못한 나를 자책했고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남편을 탓하기도 했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를 안고 울었다. 이렇게 낳은 건 어쨌든 나의 잘못인데 그것도 모르고 아이에게 예민하다고 구박했던 시간들이 미안해서. 말도 못 하고 울음으로 간지럽다는 걸 표현했는데 알아듣지 못한 게 미안해서.



뭐가 문제였을까...

이걸 다 가려서 먹이면 애가 크기나 할까...

알레르기 있는 음식을 배제하면 뭘 먹일까...

아이가 자라면 저절로 나아진다던데 우리 아이도 과연 그런 경우일까...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을 찾고 싶어 안달이 났다. 어느 하나 콕 집어 이유로 여길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캐내고 싶었다. 그래야 원망도 할 수 있으니까. 되돌릴 수는 없지만 무엇이라도 잡고 탓하고 싶었다.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기도 했고, 내 아이가 아토피라는 걸 인정하기도 싫었다. 아이보다 나를 위로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


며칠이 지나고서야 이유를 찾기보다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아이를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그걸 정리하고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알레르기 수치가 높은 아이들은 아토피, 비염, 감기 이런 것들에 취약하다. 우리 아이만 해도 찬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바로 감기가 왔고, 계절이 바뀌거나 먼지가 많은 날은 어김없이 콧물이 줄줄. 비염이 찾아왔다. 이미 2,3살 봄에 폐렴으로 입원도 할 정도로 외부 환경의 변화가 곧바로 몸이 반응을 했다. 비염을 겪지 못한 나는 콧물이 나면 전부 감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우리 아이의 경우 아침에만 콧물이 쏟아져 나왔고 시도 때도 없이 코를 비비는 행동을 보였다.


아이는 이제 4살이 되었다.

다행히도 피부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더 심해지지 않았고 지금은 많이 건조한 날 팔꿈치가 까칠해지는 정도로 괜찮아졌다. 

비염은 여전히 아이를 따라다니고 있고, 감기는 많이 줄었다.

먹지 말라고 했던 음식들도 다 먹이고 있다. 다만 키위는 먹으면 여전히 입 주변이 빨개져서 먹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크면서 완전히 나을지 아니면 어느 날 다시 알레르기들이 불쑥 나타날지 모르겠다. 

한 번 겪었으니 다음번에 찾아온다면 나는 당황하지 않고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자고 일어난 아이의 코부터 살펴본다.

밤새 코에 탈이 나서 코피의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

아이의 얼굴과 옷, 이불에 코피 자국이 묻었는지...


"오늘은 코피 안 났지?"

엄마의 눈길이 코에 가 있는 걸 아는 아이는 이제 먼저 질문을 한다.

아이도 나도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이 상황.

더 나빠지지 않는 아이가 다행이면서도 비염조차도 우리 아이에게서 멀어지는 날을 기다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이 원하는 스펙이 없어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