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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Nov 09. 2021

잘 살고 있다가 또 만나자 우리

20년째 친구사이

"우리 오랜만에 한 번 보자!"

"그래! 다음 주 금요일 다들 시간 괜찮아?"



4명의 약속이 이렇게 쉽게 잡힐 줄이야.




대학교 1학년에 인연이 된 넷. 이제 마흔이니까 함께 지나온 시간은 자그마치 20년. 처음 우리가 만났던 그 나이만큼 흘러버렸다. 입학하기 전에 진행되었던 과 OT를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 친구들을 만났다. 가장 어색한 날 가장 긴장되는 자리에서 우리는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고 학교 수업을 정할 때도 어쩔 줄 몰라 그 친구들에게 의지했었다. 그 하루 얼굴을 보며 얘기 나눈 시간의 힘은 강했고 학기 내내 그리고 동아리까지 하나로 통일해서 말 그대로 우리 넷은 몰려다녔다.



대학교 안에서 우리는 많은 부분 겹쳤고 시간도 공간도 생각도 함께 나누었지만, 졸업을 하고 나서의 행방은 모두 달랐다. 공무원 공부를 계속하는 친구도 있었고, 다른 지역에 취직해서 부산을 떠나기도 했다. 한 명이 결혼을 하고 나서 사이가 시들해질 때도 있었다. 긴 시간을 함께한 만큼 우리의 일상은 많은 것들이 변했고, 공유할 시간이 적을 때도 분명히 많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 넷은 따로 또 같이 느슨하게 함께 살아가고 있다.





톡으로 이야기한 지가 오래된 것 같은데.. 언제지?


오랜만에 보기로 약속을 잡고 생각해보니 대화를 마지막으로 나눈 것도 꽤 오래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얘기하다가 멈추고 톡 화면을 열심히 올려본다. 7월 1일. 4달 전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인사를 나눈 게 마지막 대화였다. 순식간에 4달이 흘렀다는 사실에 놀랐다.



오랜 사이는 그런 것 같다.

거의 4달 만에 대화를 해도 어제 만나고 온 것 같은 사이.

우리 내일 만나자 뜬금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

이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할 틈도 없이 그냥 이야기가 나오는 사이.

서로의 취향을 깊이 고민해본 적 없지만 이미 경험치와 데이터가 내재되어있는 사이.



회사에 가면서 엄마가 되면서 친구를 만들기란 참 어려워졌다. 나이가 같아서 한 공간에 함께 지내기에 그냥 친구가 되어버리는 그런 경험은 이제 할 수 없을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오랜 친구들이 귀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금방 누군가와 친해진다고 해서 곰국처럼 20년 동안 천천히 다려진 대학 친구들처럼 깊어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 맘을 콕콕 찌르면서도 한편으로 든든하다. 시간을 쌓는다는 건 돈을 주고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일이기에 긴 인연으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나 혼자 아등바등 살고 있지만, 언제든 연결이 되는 우리 사이. 매번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그런 생각이 든다.

한 동네에 모여 살고 싶다.

이 생각도 계속 품다 보면 이루어지겠지.

잘 살고 있다가 또 만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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