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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Nov 15. 2021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왼쪽 가슴이 콕콕

콕콕.

숨을 쉬는데 갑자기 왼쪽 가슴 아래가 쑤셔온다. 뾰족한 바늘로 누군가 나를 찌르고 있는 것처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숨을 들이마시는 일을 멈추고 싶다. 숨을 내쉬는 것만 짧게 끊어서 해보기도 하고 이제는 괜찮은가 싶은 마음에 훕.. 하며 들이마시는 순간 또다시 콕콕. 용기 내어 크게 숨을 쉬고 마시려다 포기하기를 여러 번.



왜 이러지?

맞아, 예전에도 이런 적 있어. 그때도 잠시 그러더니 괜찮아졌잖아. 별 일 아닐 거야



정확한 날이 기억나지 않지만, 오늘처럼 숨 쉬는 게 쑤셔오던 때가 있었다. 한두 번이 아닌 그 이상. 그게 10년도 더 되었지 싶은데 잊고 있었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런데 그때는 내가 젊어서 그랬는지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몸이 아파도 그런가 보다, 나이가 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픈 정도가 덜하게 느껴졌었다.



족과 함께 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나는 숨을 계속 쉬기 힘드려나 싶은 마음뿐. 친정에 있었고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숨바꼭질을 하느라 신이 났다. 그 모습들이 슬로로 보이기 시작했고 나의 두 눈에 마음에 사진처럼 찍혔다. 내가 지금 숨쉬기 힘든 것과는 정반대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따스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나는 이내 괜찮아졌다. 평소대로 숨을 쉬는 것이 가능했고 이제는 지난 일이 되었다.

숨 쉬는 것은 의식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신경 쓰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것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은 큰 일로 연결되고, 당연한 것은 이미 당연하지 않게 고마웠던 일로 온기가 더해지고 그리워진다. 조금 전 그 순간들도 나에게 찐한 기억으로 남았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내 몸에 문제가 있는 건지 찾아보려고 핸드폰을 켠다. '왼쪽 가슴 통증'이라고 검색했더니 여러 가지 설명이 나와있다. 코로나 예방접종 부작용, 심장질환, 소화기질환, 경추질환 등.. 순간적으로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몸의 이상신 포일 수도 있다고 했다.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가 모지도 알지도 못하기에 상상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냥 순간 몸의 흐름이 막혔었나 보지,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여기고 싶었다. 한순간 어쩌다가 그런 일이 일어난 것처럼 그럴 수 있다고 가볍게 넘기려고 애썼다.



남편도 그런 적 있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슬쩍 물어본다. 

응, 나도 있지.



음.. 둘 다 이런 일이 있다고 하면 충분히 보통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 건지, 둘 다 병원을 가봐야 하는 일인 건지 순간 헷갈린다. 다시 한번 그러면 병원을 꼭 가자고 이야기하면서도 덜컥 겁이 난다. 부모가 되고 나니 예상치 못하게 몸이 아픈 일은 모두가 힘들어진다. 내가 아픈 건데 아이들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내 몸은 내 것인 동시에 아이들의 것이다. 



며칠이 지난 일인데도 여전히 뚜렷한 그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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