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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r 10. 2021

그걸 왜 엄마가 정해?

6살 딸의 장래희망

6살 딸아이가 일어나자마자 아빠를 찾았다.

"아빠는 어디 갔어?"

"회사 가셨지. 너희 일어나기 전에 나가시잖아"

"회사는 일찍 나가서 늦게 와? 우리보다 힘들겠다"

"정해진 시간이 있어. 아빠 마음대로 늦게 가고 하는 곳이 아니야. 너도 나중에 회사 가면 그렇게 될 건데?"


"나는 나중에 뭘 할까?

축구를 할까, 아니면 그림을 그릴까?"

"너... 공부는 안 해?"

"공부는 재미없어 싫어. 근데 왜 그걸 엄마가 정해????"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나의 철칙은 '그냥 내버려 두기'이다. 다치는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것,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것 등 큰 범주에 벗어나는 일 외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고 두고 보는 편이다. 우리가 기준으로 잡는 선이 너무 넓어서 어른들이 보면 너무 막 풀어놓고 키운다는 생각도 하시고 버릇없어진다는 이야기도 하시지만, 우리는 우리 식대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더 크면 아이에게 현실적인 고민들이 생길 것이다. 그걸 어차피 부모인 우리가 다 해결해줄 수 없기에 어린아이일 때부터 스스로 행동하고 예를 들어 어디 올라가 보고 싶으면 올라가면서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조금 넘어져도 보고... 그렇게 차츰 나를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묻어있는 나만의 개똥 육아 철학이다. 



너의 고민은 네가. 너의 일도 네가. 

아이의 진로를 내가 결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공부 이야기가 없기에 슬쩍 물어본 것인데...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직업(아직 직업이라는 뜻을 모를 것도 같지만)을 정하는 느낌이 들었는지 발끈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왠지 든든했다. 



"축구를 하든지 그림을 그리든지, 그건 너의 삶이고 너의 결정이야. 

그 무엇을 해도 든든한 지지와 믿음을 가져주는 것이 엄마로서 내가 할 일임을 늘 잊지 않고, 선을 넘어 너에게 잔소리하고 바꾸려 들지 않을게. 상기시켜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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