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언제 끝나니
크리스마스는 분명 하루인데, 준비는 열흘쯤 걸린 듯하다. #크리스마스 주간, 이런 단어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어린이집 크리스마스 행사에 필요한 것도 챙겨야 하고, 산타 선물도 마련해야 하고. 짠!! 하고 그날 하루를 위한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 주간 그리고 대망의 크리스마스 아침을 위해서 엄마는 몹시 분주했다.
"애들 크리스마스 선물 어서 시켜야 하지 않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아차. 어린이집 행사에 아이들 손에 들려 보낼 것만 계속 체크하다가 정작 진짜 선물을 잊고 있었다. 바쁜 시즌이라 택배가 밀린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는 나. 느긋하다 못해 이러다 아이 선물도 못주겠다 싶었는지 갑자기 남편이 아이들 선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 얼른 시켜야 할 때가 왔구나.'
첫째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눈사람 인형으로 지정했다. 눈사람 하나 아니고 눈사람 인형 가족. 우리 가족이 4명이니까 눈사람 가족도 4명이어야 한다며 4개 세트 눈사람 인형. 집에 있는 인형도 나는 버리고 싶은데.. 굳이 4개를 더 사달라니..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니 사줄 수 없다고 설득을 할 수도 없다. 이 소원은 이유 없이 그냥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거니까.
둘째는 몇 번을 물어봐도 한 가지 집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블록을 좋아하니까 집에 없는 스타일의 블록을 오랜만에 하나 들여야 할까.. 고민을 했다. 선물을 받았는데 가지고 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최대한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알아서 주문을 했다.
주문을 해놓고 나니 걱정이 하나 생겼다. 택배가 도착할 때 아이들 있는 시간이면 어쩌나, 택배가 도착하는 시간은 내가 정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택배 아저씨의 띵똥 소리에 나보다 아이들이 먼저 나간다. 그리고는 내용물이 뭔가 궁금하다며 꼭 자기들끼리 뜯어보는데 그러면 안되는데..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인터폰을 꺼뒀다. 벨을 누르고 사람이 나와서 물건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지는 않으니까 벨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택배 아저씨에게 문제 될 건 없었다. 문제 해결.
다행히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택배가 도착했는데 배달된 박스가 생각보다 크다. 눈사람 4개가 담겨있으니 부피가 클 수밖에. 이걸 포장할 수 있을까? 포장지를 이어서 만들어야 가능할 듯한데... 포장을 한 들 이 큰 걸 어디 숨겨두지.. 선물을 주는 그날까지 고민거리가 자꾸 생겨난다.
둘째의 어린이집에서 행사로 아이들을 위해서 저녁에 산타 가정방문을 해주신다고 했다. 이미 어린이집에서 산타를 각자 만나고 왔는데 필요한 일일까 싶다가 아이들은 좋아할 테니까, 일단 수락을 했다. 잠시 머물러서 선물을 주고 두 아이 함께 사진도 찍고 좋을 거라 생각했다.
"어머니 그럼 산타가 줄 선물을 도착시간 조금 전에 집 앞에 두세요. 애들 이름도 크게 써서요. 그러면 저희가 전해줄게요~"
아이들과 산타가 같이 있는 장면은 사진으로만 봤기에 실제로 볼 수 있으니 나도 조금 설레었다. 띵똥 소리에 문을 열어줬는데 산타가 나가 나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놀라서 울지는 않겠지? 낮에도 만나서 사탕을 받았는데 선물을 또 주면 정말 좋다고 하겠지?
그런데... 무슨 선물을 또 주지?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났다.
그냥 내일 주려고 준비해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타의 손으로 직접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일 줄 선물이니까. 산타할아버지가 바빠서 이브에 2번이나 들렀다고, 그래서 오늘 진짜 선물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면 되겠다면서 혼자 아이들에게 할 이야기도 짜뒀다.
방문 산타의 시간은 예정보다 빨라졌고, 원장님과 계속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핸드폰을 바라보며 아이들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혼자 몰래 나가서 선물을 복도에 놓아둔다. 언제 올까 나 혼자 목이 빠져라 현관을 쳐다본다.
띵똥.
오셨다 산타할아버지!!
똥그란 눈으로 산타할아버지를 맞이한 아이들.
크나큰 선물도 받아 들고, 아까 만났는데 또 집에 왔냐고 그 와중에 묻기도 하고. 사진도 남겨놓는다. 산타할아버지가 가버린 다음 선물을 뜯어보고 환히 웃는 아이들. 그래 그 웃음 보려고 엄마가 며칠 동안 참 힘들다... 생각이 절로 든다.
"와 내가 좋아하는 블록이다!"
"내가 원하던 눈사람이다 엄마 눈사람도 있고 아가 눈사람도 있고, 진짜 4개야~"
"우와 우와"
아직 순수한 4세 6세는 산타할아버지를 찰떡같이 믿는다. 단 1의 의심도 없다.
잠시 후... 눈사람과 열심히 놀던 첫째가 얘기한다.
"엄마 근데 내일이 크리스마스잖아. 아침에 일어나면 트리 밑에 선물이 있겠지? 작년에도 그렇게 받았는데. 밤새 또 오시겠지?"
음... 아.....
엄마 산타가 선물을 또 준비해야 하는 거야?. 끝이 있긴 하니?
지친다 엄마는...
"아니야, 이제 산타할아버지는 안 오셔. 벌써 2번이나 만났잖아. 산타할아버지도 바빠. 다른 친구들한테 가는 일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 이제"
"모르는 거잖아. 혹시 오실 수도 있지. 엄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그렇지, 모르지 엄마도..."
새벽 3시.
잠에서 깨 화장실을 가려고 나왔는데, 트리 앞에 뭐가 놓여있다. 이건 뭐지.. 불을 켜서 들여다본다.
"산타할아버지, 힘드시죠? 이 귤 드세요. 선물 감사합니다."
산타할아버지가 다시 오지 않으리라 엄마가 이야기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혹시나 오신다면 힘드실 테니까 편지와 함께 귤을 놔두고.. 심지어 선인사까지 남겨두고 잠이 들었다. 엄마인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걸 본 이상 또 선물을 준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캄캄한 새벽, 선물을 사러 나갈 수도 없고 주문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집에 있는 과자라도 포장을 할까.. 그 시간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실망하는 것보다 낫다 싶었다. 과자를 하나씩 담고 포장을 해서 세팅해두고 다시 잠이 들었다. 엄마 산타가 뭔지, 대체 크리스마스가 뭔지...
"어? 내 귤이 없어졌네? 어? 이거 뭐지?"
"누나, 산타할아버지가 또 왔나 봐!!"
"이번에는 과자야. 우와. 감사합니다~"
이틀 사이에 산타할아버지가 3번. 선물이 3개.
이번에 산타할아버지가 많이 왔다고 친구들도 저녁에 집에 왔었는지 물어봐야겠다며 딸아이는 신이 났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말을 던진다.
"근데 엄마, 이거 우리 집에 있던 포장지인데..
산타할아버지가 여기 와서 포장을 했나 봐"
"이 과자 우리 집에 있던 거랑 똑같다 그렇지?"
말을 할 때마다 뜨끔뜨끔. 아직 어려서 그렇지, 10살쯤 된 아이였다면 들켰을 법한 허술함이 잔뜩 묻어있다. 순진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걸 내년에 또 해야 하나 싶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제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안 오시겠다. 내년에 다시 만나야겠다 그렇지"
아이들은 더 이상 산타할아버지를 찾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기나긴 크리스마스가 진짜 끝이 났다.
큰 아이는 이제 6살.
아직 아이와 지낼 크리스마스가 한참 남았는데...
벌써 지쳐버렸다.
내년이면 잊고 또 열심히 엄마 산타로 변신하겠지?
그래도 다시 3번은 만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