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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Dec 31. 2021

엄마를 쓰레기통에 버릴 거야

너 벌써 사춘기니?

"엄마 물 마시고 싶어"

"지금 마시면 오줌 싸는데.. 참아봐"

"진짜 마시고 싶어 제발"

"그럼 목만 축여 알겠지? 한 모금만 마셔야 돼"

꿀꺽꿀꺽..

"안돼 고만~~~"



아이가 마시는 물컵을 억지로 뺐는 순간, 아이는 나의 팔을 때리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내가 때리지 못하도록 손을 잡아버리자 더 화가 난 아이는 말했다.

"엄마를 쓰레기통에 버릴 거야!"



아이는 4살. 그냥 화가 났을 뿐이다. 지금 물이 마시고 싶은데 양껏 마시지 못했고 엄마와 밤마다 물 마시는 일로 씨름을 하다가 어쩌다 보니 오늘은 더 감정이 격해졌다. 화가 나서 뱉은 말이다. 지금의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고 엄마를 오랫동안 증오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말속에 담긴 것이 아니다.

안다. 충분히 아이의 마음과 상황을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에 눈물이 났다.





"낮에는 쉬를 가리는데 밤에는 아직 영 안되네, 잠이 들면 쉬가 마렵다고 얘길 하지 않아. 그러니 기저귀를 완전히 떼기가 어렵네. 어쩌지?"

 


3살 여름. 아이는 기저귀를 서서히 뗐다. 기저귀를 하지 않으니 더운 여름 아이의 엉덩이를 보는 내 마음까지 시원했고, 하루에 몇 번이고 갈아줘야 하는 일까지 줄어 하루가 가벼워졌다. 속이 시원하다, 그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밤. 아이는 자기 전에 물을 마시는 게 아이의 습관 었고, 밤 기저귀를 떼기 위해서는 물을 마시는 습관부터 끊어야 했다. 아직 어리지만 이왕 기저귀를 떼기 시작했으니 낮밤 모두 이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을 억지로 마시지 못하게도 하고 5모금으로 한정하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마시고 이불이 쉬하자 싶은 날도 있었다. 



서서히 쉬가 마려우면 말하겠지, 그런 마음으로 1년을 기다리고 있다. 쉬를 하는 횟수를 줄였지만 여전히 아이는 그냥 이불에 쉬를 하고도 잘 잔다. 내가 알아차리고 깨우기 전까지 축축한 옷을 입고 어찌나 잘 자는지... 화가 나기보다 그러려니 하며 야단도 치지 않고 새벽에 아이를 씻기고 오전에 빨래를 돌렸다. 빨래 내가 손수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아이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쓰레기통이라니...



"너 이제 엄마 볼 생각하지 마. 쓰레기통에 버렸으니까 못 보는 거지"



아이의 말에 그렇게까지 반응을 한 적은 처음이었다. 아이니까 아직 감정표현이 조절이 되지 않으니까.. 흔들리지 않으려 심호흡을 하면서 기다리는데 어제는 나도 정신을 놓았다. 아이에게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방으로 혼자 들어가 버렸다.



'어떻게 엄마한테 그렇게 얘길 할 수가 있어, 자식한테 그런 소리를 듣다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런 말을.'

속이 부글부글 밖으로 넘친다. 1달에 몇 번 이불과 매트에 실수를 해도 그러면 안된다고 부드럽게 말하던 나인데, 물 못 마시게 한다고 그런 말을 듣다니. 이런 엄마가 어디 있느냐 억울함이 밀려든다.



아이는 나를 따라 자러 들어왔다. 울면서 눈치를 보면서.

"나가! 엄마랑 자지 마 이제. 나가라고!!"

"아빠도 무섭고 엄마도 무서워. 우리 가족 모두 무서워 흑흑흑"

본 적 없는 엄마의 호통에 아이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우리 식구 모두 무섭다는 말이 또 한 번 마음에 담긴다.



이불에 얼굴을 묻고 오랜만에 울었다.

'내가 지금 사춘기 아이와 싸운 건가? 고작 4살인데.. 물 마시고 싶은 게 자신의 지금 최대 관심사인데 엄마가 그걸 못하게 했으니 모든 걸 뺏긴 그런 기분인 거지 지금? 쟤가 너무한 걸까 내가 너무한 걸까'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고 아이에게 다 하지 못했고 머리는 점점 복잡해지고 밖에서 아이도 한참을 울고 있다. 그리고 옆에서 딸아이는 이 상황 속에서 조용하게 가만히 누워있다. 



화목했는데 갑자기 뿔뿔이 마음이 흩어졌다.

울고 있고 긴장하고 있고 눈치를 보는 사람만 가득하다.



진정을 하고 아이에게 가니 아빠에게 도움을 받아 사과를 했다. 

"엄마 진짜 엄마를 미워하는 게 아니야 잘못했어"

말이라는 건 남아버리는데... 그 무게를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어리기에 부둥켜 울며 마무리가 되었다.



방으로 함께 들어와 누워서는 몇 초만에 웃으며 가족 모두 사랑한다 외치고 장난을 치는 아이를 보며 내가 지금 뭘 했나 왜 울고 있나 또 다른 생각이 찾아왔다. 4살 아이의 툭하고 던진 말에 감정을 너무 많이 담아버렸다.





엄마 6년 차.

여전히 육아는 어렵다.

쉬운 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아이의 말에 상처받는 나는 아직도 애송이 엄마다.

이놈~그래도 그런 말은 다시 하지 마

엄마도 상처받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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