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면, 나는 하루를 정리한다.
누군가에게 보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오늘의 나를 다시 바라보기 위해서다.
불 꺼진 방 안,
잔잔한 조명 아래에서 하루를 되짚는다.
오늘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일들 속에서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예전엔 하루가 끝나면 그저 지쳐 잠들었다.
돌아볼 틈도 없이
다음 날을 위한 계획만 세우며 살았다.
하지만 요즘은 안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은,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이라는 걸.
몸이 쉬어야 다음 날 움직일 수 있듯,
마음도 하루를 정리해야
내일을 살아낼 여유가 생긴다.
나는 하루의 끝에
세 가지 질문을 한다.
오늘 나를 웃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오늘 나를 힘들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두 가지 사이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이 세 가지 질문은
내 감정의 온도를 되돌려주는 나침반이다.
가끔은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땐 그냥 ‘몰라도 괜찮다’고 적는다.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도,
생각이 엉켜 있어도 괜찮다.
그저 적는 행위 자체가 정리의 시작이니까.
생각은 써야 정리되고,
감정은 말해야 가벼워진다.
밤의 루틴은 화려하지 않다.
조용히 불을 낮추고,
하루를 떠올리고,
짧은 글 몇 줄을 남긴다.
그 글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예전엔 하루를 채우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하루를 비우는 게 더 중요해졌다.
가득 채워진 마음으로는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없으니까.
하루를 정리하는 일은
나를 내려놓는 연습이기도 하다.
후회도, 아쉬움도, 다 괜찮다고 말해주며
스스로를 토닥이는 시간.
그렇게 오늘을 잘 보내면
내일은 조금 더 부드럽게 시작된다.
하루를 정리하는 루틴이란,
결국 나를 이해하는 가장 조용한 방법이다.
“하루를 정리하는 일은 마음을 돌보는 일이다.
오늘을 잘 닫아야 내일이 부드럽게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