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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대가리 Aug 19. 2017

명랑 핫도그

엄마는 핫도그를 좋아한다. 특히 모짜렐라 핫도그에 설탕은 듬뿍, 다른 소스는 안 친 맛을 잘 먹는다. 나는 먹물 핫도그가 좋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핫도그를 두 개 주문했다. 늦여름의 바람은 시원했다.

“먹물 하나랑 모짜렐라 한 개 주세요.”


나보다 먼저 온 식구를 지켜봤다. 젊은 엄마와 세 살쯤 돼 보이는 큰 아들, 엄마의 등에 업혀 곤히 잠든 작은 아들이다. 늦여름의 바람은 선선했는데 어머니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작은 아이가 코를 훌쩍였다. 엄마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이구. 우리 아가. 코찔찌리네? 하며 흥, 하고 코를 풀어주었다. 작은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눈망울이 너무 맑다. 나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있었는데 어쩐지 이런 훈훈한 광경이 낯설어 시선을 피했다. 첫째가 말했다. 엄마 배고파! 엄마가 답했다. 기다려. 순서대로 나오는 거야.


첫째 아이는 그 나이 또래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가만히 있질 못한다. 대기 손님을 위해 마련해놓은 플라스틱 의자를 퉁, 퉁, 치기도 하고, 뜀틀을 하듯 그 위로 올라가는 묘기도 선보인다. 엄마가 둘째에만 관심을 가지는 게 서운한지 계속해서 엄마 나 좀 봐줘, 하는 것 같다. 첫째의 목소리가 커졌다. 엄마! 배고파!! 엄마는 소리쳤다. 앉아서 얌전히 기다려!

뾰루퉁해진 아이가 엄마 말처럼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웬일인지 미동도 않는다.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제서야 엄마는 큰아이를 바라봤다.

“어이구 우리 준서. 착하게 앉아있네.”

배가 고픈지 준서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엄마가 묻는다. 어디가 아픈 거니? 준서는 대답이 없다. 준서가 고개를 훽 돌리더니 나를 바라봤다. 이방인을 덮었다. 준서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였지만 활짝 웃어줬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이내 민망했는지 준서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엄마, 배고파.


한여름을 지낸 소나기는 대낮의 바람에 시원함을 더해 청년의 웃음과, 사장님의 친절과, 엄마의 땀방울과, 준서의 허기진 배를 달랠 핫도그와, 우리 어머니를 기쁘게 할 설탕 많이 묻힌 모짜렐라 핫도그를 싣고 왔다. 소하2동에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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