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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ernalYoung Aug 06. 2018

푸틴과 제노포비아 (1)

푸틴 시대의 러시아 + 일본

1.     들어가며 


블라디미르 푸틴 현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3월 재선에 성공하며 2024년까지의 임기를 보장받게 되었다. 이로써 푸틴은 30년 이상 통치해 온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러시아 역사상 두 번째 장기 집권자가 됐다. 따라서 푸틴의 장기집권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BBC 는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에 대한 강한 지지, 특히 청년층의 지지에 관해 ‘러시아 청년들은 푸틴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기사를 발행하였다. 젊은이들은 푸틴 이전의 러시아에 대해 잘 알지못하지만 지금의 제한적 자유를 소중히 누리려는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빴고, 언제든 다시 그렇게 나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푸틴 세대가 공유하는 정서이다. 또한 푸틴 집권기 동안 등장한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부상이나 ‘강한 러시아’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민족주의의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오랫동안 다민족국가였으며 최근 푸틴 집권기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를 견제하기 위해 유라시아주의 대외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과연 제노포비아가 강화된 경향이 있는가? 포스트 소비에트 시기 불안정한 러시아의 상황과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심리를 통해 푸틴의 장기 집권 이유를 살펴본다. 한 사회의 감정은 문화적 가치를 상징하고, 자아의 감정적 재현은 정치이데올로기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Abu-Lughod 1986:34). 러시아 사회에서도 자아에 대한 정의는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사적인 개인들의 감정이 푸틴이라는 정치 지도자를 만드는데 기여하였다. 푸틴 역시 러시아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형성된 감정을 공유하고 있으며, 집권기 동안 그것을 실천하는 양상을 보였다. 푸틴 집권기의 민족주의와 전통적 가치의 부흥의 양상은 푸틴과 러시아의 문화심리에서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러시아의 제노포비아에 어떤 유의미한 시사점을 주는지 분석해보도록 한다.

 

2.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인의 문화심리  


우선, 푸틴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반드시 러시아인의 문화심리와 연관지어 생각되어야 한다. 소련의 붕괴 이후 찾아온 혼란 속에서 찾아온 러시아의 체제전환과 근대화의 상흔은 러시아인의 심리와 무의식에 깊은 상흔을 남겼고 이들이 질서와 안정을 추구하며, 오랫동안 서구에 대해 갖고 있던 열등감을 ‘러시아만의 독특성’으로 이해하려는 욕망과 보상심리를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간파한 푸틴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중앙집중화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의 평균 생활 수준을 높이고 안전하고 질서 정연하며 안정적인 사회를 건설했다.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가부장제의 질서와 자질을 표현하는 "강인한"지도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러시아인들은 옐친 집권 혼란기 ‘잃어버린 10년’ 후 푸틴 대통령의 내부단결을 추진력으로 한 국가발전과 ‘강한 러시아(Strong Russia)의 재건’이라는 구호에 열광했다. 국민들은 기꺼이 권위주의적인 '주권 민주주의(Sovereign Democracy)'를 받아들였다. 과거에는 경제 성과가 항상 푸틴의 성공의 원동력이었지만, 2014년에 석유 가격이 급락하고 러시아 경제가 붕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지지율이 계속 높아진 이유는 푸틴이 창안한 러시아의 정체성과 민족적 자부심 때문이다. 러시아인들은 푸틴 대통령의 행동을 통해 러시아의 '강대국 지위'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푸틴의 서구 중심세계 질서에 대한 계속되는 도전과 서양의 위선 및 도덕적 열세에 대한 비판을 통해 국가 간 비교를 위해 유효한 틀을 제공받았다.   


이때, 일본인 외교관인 다케다요시요리(2010)는 러시아의 국내정치에서 정책결정 과정에 거세된 엘리트들의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하였다. 일반 국민이 정치에 흥미를 잃은 요인은 첫째,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자 ‘생활이 형편없게 된 것은 정치가 잘못된 탓이다’라는 생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소련 붕괴 직후의 혼란 속에서 나타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바로 정치의 행위자라고 여겼던 환상이 사라지고 정치는 전문가 집단이 도맡아 하는 특수한 경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와 달리 최근 러시아에서는 일반 국민 뿐아니라 엘리트층도 정치에 흥미를 잃어 진정한 의미의 야당은 존재하지 않고 기껏해야 재야세력들만이 존재한다. 이것은 2003년 유코스 사건의 영향으로, 비즈니스 관계자에게 ‘바르게 납세하고 정치에 야심을 가져서는 안되며 사업에 전념하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주었고 그 여파가 정치 엘리트에게도 미쳤다. 이 무렵부터 미래의 구상과 제시는 대통령의 전매특허가 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푸틴의 게임규칙을 학습하였다. 거세된 엘리트의 등장과 함께 증가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푸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도자들에게 행동 지침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발언해야 하는 엘리트층에게 ‘담론의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권위주의 정책과 강력히 중앙집권화된 권력을 유지하려는 푸틴주의의 진행을 통해 국민들이 자기검열과 감시, 통제를 내재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푸틴은 소련시대의 KGB에서 정보원으로 오랫동안 푸틴은 철저한 통제와 관리 체제를 선호한다. 선거의 과정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를 통제하기도 한다. 매스미디어에 대한 통제와 NGO에 대한 통제가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푸틴은 서구를 러시아 문명화의 장애물, 특히 미국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적대감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다. 푸틴이 발탁한 ‘실로비키(siloviki)’로 지칭되는 정보기관이나 군, 경찰 출신의 권력 핵심층 인사들은 서구에 적대감을 가지고 활동해 왔고, 서구의 기본적인 이익이 러시아를 약화시키려고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NGO에 대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자금지원을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인 내정간섭으로 간주하고 NGO 의 반정부활동을 구실로 통제하고 있다. 이는 2012년 7월 제정된 ‘NGO 통제 강화법’을 통해서 드러난다. 푸틴정부의 ‘혁신적 혹은 창조적 권위주의 정책’하에서 매스미디어는 러시아의 정치적 도구로서 이용되어 왔고 승진이 보장된 주요 언론기관은 자발적으로 자기검열체제를 갖추고 있다. 언론기관 직원들은 정부당국과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기사를 보도할 피하고 있으며 푸틴의 권위주의적 정책에 대해 국민의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며 애국주의에 대한 강조를 하고있다. 푸틴시대의 교과서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필리포프 교과서의 스탈린 시대 서술은 이를 미화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현 정권에 봉사하는 정치성을 포함하고 있다. 스탈린체제를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성격을 가진 체제라 시인하였지만, 그 체제가 당시 소련의 혹독한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정치, 경제, 문화적인 성과까지 이루었다는 점, 즉 스탈린체제가 수행했던 역사적 기능은 분명히 강조하였다.


즉 푸틴정권의 비민주주의적 성격을 그 자체로 지지하거나 러시아 역사의 전통으로 옹호하지는 않지만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국가를 지키고 러시아 국민을 통합하는 역사적 기능을 하는 부분은 분명히 전달한다. 이는 푸틴 정권의 “주권 민주주의”론이 러시아 국민에게 전하고픈 메시지와 합일된다 할 것이다. 러시아 국민이 이렇게 수동적이며 권력관계에서 ‘상부의 의향에 복종하는’ 유형을 보이는 것은 러시아어와도 관련이 있다. 러시아어가 러시아인의 정신을 반영하는 언어구조라는 견해를 따르면 러시아인은 수동태, 그중에서도 특히 행위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는 수동태, 즉 영어로 말하면 ‘by 이하’를 명시하지 않는 표현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즉, 사물이나 사건을 ‘위에서 부여받았다’고 간주하는, 다시 말해 ‘위’를 지향하는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위’는 대부분 신을 지칭하며, 드물게는 국가권력을 지칭하기도 한다. 다케다요시노리는 일본어의 “그렇게 되어버렸다”, “잘 되었다”라는 표현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하는데, 일본인 정신과 의사인 도이 다케오(2001)는 그의 저서 <아마에의 구조>에서 일본인의 언어구조와 정신구조 사이의 유사성을 밝힌바 있다. 이러한 수동태의 사용은 무원칙의 원칙, 무가치의 가치를 상징하며 일본인이 이질 문화를 적극 섭취하다록 만들었다. 모든 것이 그때 그때의 신의 뜻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본인이 가진 피해의식과 피해망상으로도 이어진다. 일본어의 경우, 영어처럼 목수에 의해 집이 만들어졌다 (The house was built by a carpenter)고 말하는 대신 ‘놀이터에 집이 세워져 버렸다’라는 수동태 표현을 사용하여 집이 만들어진 결과 놀이터를 뺴앗겨버린 아이들의 기분을 나타낼수 있다. 해를 받았을 때 수동태를 사용하여 이익을 받지 않았을 경우의 심리, 즉 피해적 심리를 암시하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수동태의 용법을 빈번히 사용하며, ‘나Я (러시아어 발음으로 야)는 최후의 알파벳’이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나’를 주어로 하는 문장 표현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따라서 내가 능동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주체가 나로 하여금 하도록 만든다는 사고를 하게 된다. 그리고 러시아인들의 이러한 피해의식과 열등감의 대상은 러시아의 영원한 타자인 서구를 향한다.

 

3.     전통적 가치와 정교회의 부흥 


2013년 4월 조사에 의하면 자신을 정교도라고 하는 러시아인이 64%에 달한다. 또한 제도로서의 정교회에 대한 신뢰도 역시 70%에 달한다. 이러한 변화는 ‘종교 부흥’이란 말로 설명되기도 하고, 전 세계 기독교에서 거론되는 세속화 문제와는 상이한 현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 정교도의 종교성은 다르게 평가받고 있다. 정교도의 종교적 실천과 종교생활의 모습이 종교성 평가의 중요한 근거로, 4~5%만이 신앙생활을 한다. 그래서 러시아 정교는 “이념적 종교”, 정교도는 “이념적 종교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종교성은 한 개인의 신앙 차원을 넘어 한 사회의 종교 문화를 이해하는데 주요한 요소가 된다. 종교성은 사회제도로서 교회의 대사회 역할이나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종교성의 정도는 곧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교회나 지도자들의 특정 노선에 대한 지지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은 집권 이후 보수적인 정교회를 러시아의 민족적, 정신적 지주로 치켜세움으로써 정치적 후광을 얻어왔다. 푸틴의 핵심 두뇌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신유라시아주의자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정교를 러시아 정체성과 유라시아 문명의 주된 기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는 정교에 기반을 둔 러시아가 유럽과 유라시아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푸틴은 서구사회의 정신적 타락을 꼬집고, 서방 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인해 약화된 러시아의 전통적인 가치를 재건하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대표적으로 동성애금지법과 정교강화정책 등을 들 수 있다.  


            서구 자유주의가 러시아로 유입되면서 러시아 청소년을 타락시키고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장한다고 믿고 있는 푸틴정부는 2013년 6월 연방차원에서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을 제정했으며 동성애자인 외국인이 자국 어린이를 입양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양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서구의 자유주의가 러시아를 인구적 도덕적 위기로 빠뜨리게 만든다는 논리에서다. 또한 2013년 6월 ‘전 러시아여론조사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대다수(88%)가 동성애 선전금지 조치에 찬성하였다.  

            푸틴은 또한 집권 3기 들어 정교분리가 헌법의 주요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교가 종교의 기초에 대해 의미적으로 가르치도록하는 내용의 교육법 개정안에 서명하였다. 2012년 2

월 푸틴에 반대하는 록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의 정교회 내에서의 시위성 공연을 계기로 푸틴과 통합러시아당은 신성모독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였으며 2013년 6월에는 신자들의 감정을 해칠 경우 처벌하는 법도 제정했다. 이는 러시아정교를 사실상 국교로 인정하고 우대하는 반면, 개신교와 가톨릭에 대한 견제의식과 반감 및 다른 종교의 활동에 대해서는 탄압에 가까운 정책기조를 펴고있다. 이는 러시아 국민들이 이러한 법들이 러시아를 ‘서구 문명의 침입’으로부터 자신들의 조국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또한 외국 종교의 편의를 봐주는 것은 반민족적, 반국가적이며 박해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러시아 국민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이들의 분명한 태도는 다른 종교를 가진 이민자와 소수민족 집단에게도 확대 가능하다.  


4.     제노포비아의 강화  

 그 이전에도 네오 파시스트(neo-facist), 혹은 네오 나찌스트(neo-Nazist)로 규정되곤 한 소수의 단체들이 있었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는 악명높은 러시아 스킨헤드(Russian Skinhead) 운동이 대중들의 시야에 포착되기에 이르렀다. 아래의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제노포비아 범죄가 2002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데올로기적인 수준에서 스킨헤드 운동은 인종차별주의와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나찌즘의 극단적 이론까지도 부활시키려 하며, 미국의 백인 권력 이데올로기(White Power Ideology)에 의해 고무되었다. 러시아의 제노포비아가 정체성으로서의 백인성(Whiteness)과 결합한 것에 대한 양상은 미디어학자 엔리코 임레가 설명하는 포스트 소비에트 동유럽 국가들에서 민족국가에 합법성을 제공하기 위해 백인성이 호명된 과정을 참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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