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of the flies> , 영국 그리고 고전의 품격
최근 아주 흥미롭게도 세명의 지인이 같은 책을 추천해주었다. 각기 다른 세가지의 이유로.
바로 < 파리대왕 (Lord of the flies) >
"너 그 책 모르면 대학 갔을리가 없어" 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 바로 읽기 시작했다.
첫번째 추천인은 영국인 컨설팅회사 회사원이다. 그는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무역회사와 컨설팅 회사 등에서 근무중이다. 그가 이 책을 추천하며 언급한 키워드는 바로 Security, 안보이다.
파리대왕 속 소년들의 원시사회처럼 인류가 인간의 악한 본성을 드러내게 되었을때 과연 안보는 어떻게 작동할까? 그는 기본적으로 성악설을 지지하고 있는 듯 했고, 과연 우리는 이런 야만의 상황에서 어떻게 나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을지에 흥미가 있었다. 아마도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각국의 이익을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정치외교라는 학문의 특성과 살벌한 비즈니스의 세계 속에서 회사의 최대 이익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그의 개인적인 배경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거 같다. Why All Leaders Should Read Lord of the Flies 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https://www.inc.com/samuel-bacharach/why-all-leaders-should-read-lord-of-the-flies.html
두번째 추천인은 아프리카 출신의 변호사이다. 그는 평소에도 굉장히 낙천적이며 외향적이고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가진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을 가끔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첫번째 추천인과 대비되는 성격의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가 좀더 관심을 가진 부분은 어떻게 원시적인 형태의 민주주의가 구성되어 가는가? 인거 같다. 이 관점에서 그가 인상적이게 읽은 부분은 소년들이 처음에 소라고동의 의미에 대해 합의하고 랄프를 대장으로 선출해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그가 언급한 인물 역시 랄프도, 잭도 아닌 피기이다. 잭과 대치하게 되지만 묘하게 동질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대장이지만 잘못된 판단과 부족한 모습을 보인 랄프와 달리 피기는 그의 안경과 함께 흔히 지성인의 상징으로 이야기 된다. 많은 논문과 감상문에서도 민주주의 VS 독재 (Democracy VS Dictatorship)의 주제를 가장 많이 다룬다.
세번째 추천인은 인도인 디지털마케터이다. 그는 현재 IT회사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배우로도 활동했었고, 그의 형제도 영화산업에서 종사하고 있다. 그 역시 두번째 추천인과 같이 낙관적이지만 영화와 스토리,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추천하였다.
사실,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들과 상징의 의미를 다 제쳐두고서라도 <파리대왕>의 스토리라인과 그 극적인 전개는 그 자체로도 매우 매혹적이다. 흔히 파리대왕과 함께 영화 <헝거게임>을 많이 떠올리는데 두 작품이 이룬 흥행과 성공 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스토리를 매력적으로 느꼈는지 알수 있지 않은가?
다시, "너 그 책 모르면 대학 갔을리가 없어" 라는 말로 돌아가 보자.
대한민국 보통의, 아주아주 평균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대학까지 다니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는 왜 이 책을 몰랐을까? 첫 번째 추천인은 영국에서는 <위대한 개츠비>, <1984> 그리고 <파리대왕>을 교육과정에서 대표적으로 배운다고 했다. 두번째 추천인 역시 어렸을 때 학교에서 모두들 파리대왕을 읽는다고 하였다. 두번째 추천인은 아프리카에서도 네덜란드와 영국의 식민지 영향을 받은 국가 출신이다. 세번째 추천인 역시 그렇다. 아마도 이들은 영국식 교육과정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왜 영국은 교과과정에서 <파리대왕>을 강조하는가?
그리고 또 하나. 한국의 교과과정에서 강조하는 문학작품은 어떤것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서야, 대학에 와서 문학작품을 읽을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가졌던 거 같다. 우리도 대학 이전의 과정에서부터 다양한 작품을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