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게을러진 것은 반복되는 따분함보다 계속되는 미숙함을 알아차린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으르렁거리는 세계보다 더 요란한 내 속은 이미 보이지 않는 혀를 잘라 고막에 싸서 집어 삼켰고
나는 다시는 이전처럼 지내지 못하리라고,
이것은 우울이나 불안의 감정과는 다른 어떤 것인데, 탯줄에 목을 감고 생전의 자살을 감행하는 태아의 마음만큼 서술하기 어려운,
기어가는 구더기 떼처럼 중력의 힘에 저항하지 하고 꾸물거리는 말줄임표에 숨은 언령이다.
나는 전처럼 공부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전처럼 읽지 못할 것이다
나는 전처럼 쓰지 못할 것이다
쓰지 못함은 오래 되었다. 블로그에 소홀해진 것 또한.
질병의 탈을 쓰고 있지만 죽어가는 반딧불이의 희미한, 항문에 사면발이처럼 달라붙은 루시페론의 순간적인 발광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
나는 정말 글을 쓰지 못하는구나,
세상에 잘 쓰는 사람은 정말 많구나.
나는 언제나 수치스러운 행위를, 지금도, 하고 있구나.
너무도 가벼이 손가락을 놀리며 한갓 인간 주제에 글의 고귀함을 더럽혔구나, 지금도 반복 중이구나.
여전히 공부처럼 보이는 행위에만 몰두하고 자본을 낭비하며 늙어가는구나,
나는 오늘만큼 젊을 수가 없을 텐데도
나는 전처럼 공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처럼 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처럼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될 것이다
아무도 될 수 없다 아무도 아닐 것이다
아무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