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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Feb 23. 2024

Day 1_2

2023. 07. 28.

우리 가족은 객실로 챙겨 온 짐과 함께 주차된 장소로 이동하였고, 차는 2층에 있었다. 남편과 셋째는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로비에서 내려갔고, 나와 큰 아이들은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이어 순서가 될 때까지 무한 대기.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선착장에 도착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더운 날씨지만 폐쇄된 공간인 탓에 시동은 수 없었고, 우리는 늦게 온 차가 먼저 나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뿔싸! 심지어 인터넷 연결되지 않아 우리 가족은 어둡고, 더운 공간에서 앞선 차가 빠져나갈 때까지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3, 4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배 밖으로 나왔다. 와! 제주도다!(제주도보다 에어컨 바람이 반가웠던 건 아닐는지.) 우리는 서둘러 내비게이션에 숙소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하였다. 숙소 체크인 시각은 4시. 제주항에서 숙소까지 30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남는 시간(대략 1시간 30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숙소 측에서 3시 반 입실도 가능하다연락이 왔고, 여행지 한 곳을 들러 가기에는 빠듯한 시간이기에 우리는 채 준비하지 못한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제주도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함덕에 위치한 생필품 가게, 다이소. 한 달 동안 머물 것을 고려하여 무리하게 짐을 싸기보다 무겁고 자리 차지를 많이 하는 물건은 제주에 도착하여 직접 사기로 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때마침 셋째가 잠이 들어 남편과 셋째는 차 속에서 기다렸고, 나와 큰 아이들은 다이소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했다. 쇼핑을 간단히 마친 뒤 우리는 무사히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고, 사진으로만 보던 숙소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이곳이 우리 숙소구나! 한 달 동안 잘 부탁해! 우리 잘해보자!’


숙소에 들어서니 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여성분께서 숙소 입실을 위해 뒷정리를 하고 계셨다. 전화와 문자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 사이였던지라 더 반가웠다. 우리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매니저님을 통해 숙소와 이용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듣는 동안 우리 집이 된 숙소를 누구보다 살뜰히 보살피며 지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매니저님은 숙소를 나서우리 가족에게 응원해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한 달 동안 즐거운 여행 되세요.’ 첫날의 모든 순간은 어느 하나 가슴 뛰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는 모든 감각들이 낯설지만 유쾌했다. 바라고 바라던 제주에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와 있다. 우리 가족은 대충 짐을 풀었다. 세세한 정리는 차차 하는 것으로 하고, 일단 가까운 맛집을 찾아 허기를 채우기로 했다. 제주에는 워낙 먹거리가 많으니 한 달 동안 먹는 일 자체로도 바쁜 일정이 예상되었다. 남편의 주도하에 가게 된 첫 번째 제주 맛집은 '돔베고기 쌈밥집'.(‘선흘곶’_주소 : 제주 제주시 조천읍 동백로 102 선흘곶 식당) 우리 숙소에서 남쪽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맛집인데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여느 가게와 달리 시골길 어귀에 있어 익숙한 상가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들어선 주차장은 다소 정돈되지 않은 적토 길이었고, 심지어 장사를 하는지 알 수 없는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빠, 장사를 안 하는 것 같은데, 한 번 내려서 확인해 봐요.” 이른 시간에 도착한 탓에 주차된 차가 없었을 뿐, 사실 가게는 장사를 하는 중이었다. 당시 우리에게는 소소한 문제가 있었다. 비장애 유아차를 타던 셋째가 최근 휠체어 유아차로 바꾸었고 차에 싣고 내리기 위해 유아차를 접고 펴는 연습을 제대로 해 보지 않았다는 것. 나보다 익숙했던 남편은 본인이 없는 훗날을 위해 내게 직접 펴고 접는 연습을 제안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남편의 도움을 받아 묵직한 휠체어 유아차를 직접 차에서 내려 펼쳐 보았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아 유아차를 펼쳤고, 셋째를 태워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입구는 경사가 크지 않은 오르막길이어서 쉽게 들어설 수 있었다. 쌈밥정식을 시키니 돔베고기와 고등어구이가 함께 나왔다. 물론 맛도 있었지만 어쩐지 음식들이 가게의 모습을 닮아 자연스러우면서도 정갈했고, 덕분에 산뜻하게 첫날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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