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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Jun 27. 2024

Day11_1

2023. 08. 07._제주 한 달 살기

교래 곶자왈 손칼국수, 교래 곶자왈


 어제의 분주한 일정과 달리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동서를 오가며 워낙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던지라 오늘만큼은 한가한 한 달 살이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고 싶었다. 역시 첫 일정은 숲이다. ‘교래 곶자왈(제주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 교래자연휴양림)’을 검색을 해보았다. 비자림이나 사려니숲처럼 유아차를 끌고 가기 적절한 곳인지. 하지만 돌아온 정보는 대체로 애매했다. 갈 수 있다는 입장과 갈 수 없다는 입장이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일단 출발해 보기로 했다. 일찍 가서 근처 유명한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역시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는 일정은 모든 것이 예상 밖이었다. 셋째도 어제의 일정이 버거웠는지 이른 낮잠을 자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더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셋째를 충분히 재운 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된 시각, 11시 30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숙소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점심부터 먹고 소화 코스로 교래 곶자왈을 다녀오는 것으로 여행 일정을 결정했다. 우리가 점심으로 선택한 식당은 ‘교래 곶자왈 손칼국수(제주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636). 여유롭던 우리의 일정에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찾아왔는데, 다름 아닌 운전을 하며 가는 도중 배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뿔싸! 불행히도 그 시작은 시작에서 그치지 않고 점점 절정(?)으로 치닫더니 당장 화장실로 가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도착 막바지에 벌어진 일이라 정신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좌식테이블이 있어 유아차를 준비하지 않고 바로 셋째를 안고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셋째를 큰 아이들에게 맡겨놓고, 서둘러 화장실에 다녀왔다. 세상의 평화가 종전(?)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모두 다 잘 알 것이다. ‘살 것 같다.’가 절로 나왔다. ‘화장실 만세(?)’ 나는 가뿐한 마음으로 칼국수를 즐겼다. 가게의 유명세 때문일까. 먹는 도중 내내 사람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우리 가족은 적당히 배를 채우고 금세 자리에서 일어났고, '교래 곶자왈'을 향해 출발하였다.


 

 유아차를 펴서 셋째를 앉히고 우리는 매표소로 향했다. 제주 전통 가옥을 개조한 매표소였다. 그리고는 직원에게 물었다. “유아차를 끌고 들어갈 수 있나요?” “아니요. 가시려면 '교래생태체험관'(검색 정보가 애매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정도 가능하신데, 오늘 쉬는 날이에요.” “아, 그래요? 그럼 그냥 이 주변만 돌아봐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그런데 다니기 불편하실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나와 직원은 몇 마디 말과 옅은 미소를 주고받은 뒤 매표소 뒤쪽을 향해 걸어갔다.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자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는 건 너무 아쉬워 교래 곶자왈의 기분만 즐기자며 선택한 대안이었다. 구름도 가득하고, 큰 나무가 드리워 숲은 그리 덥지 않았다. 다만 나무가 없는 곳을 마주하거나 습해서 오래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갈 수 있는 곳곳을 돌아다닌 뒤, 우리는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앞서 교래 곶자왈에 들어서며 이런저런 생태식물을 보았는데, 평소에 육지에서 볼 수 없었던 식물들이 종종 보였다. 그중에서 수국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육지의 수국은 꽃잎이 빼곡하게 채워져 원형을 이루는 반면 교래 곶자왈의 수국은 꽃잎이 다소 듬성하지만 수국의 자태만은 분명했다. 물론 육지에서 볼 수 있는 수국도 있을 것이다. 다만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수국을 본 것만으로 우리 가족은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보통 수국의 개화시기는 6~7월인데, 우리가 본 수국은 '야생수국'으로 8월임에도 이렇게 활짝 피어있었다.)



자, 밥도 먹고, 산책도 했으니 이제 북카페를 향해 출발해 볼까?
우리가 가기로 한 북카페는 ‘독립서점 북덕북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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