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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Jun 13. 2024

Day9_1

제주 한 달 살기_2023. 08. 05.

동녘 도서관, 세화민속오일시장, 세화해수욕장, 카페공작소


 우리 가족은 열흘이 가까운 시간 동안 함덕과 김녕을 오고 가며 여행을 즐겨왔다. 이번에는 더 동부로 향하여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우리가 한 여행지는 세화 해수욕장. 물놀이는 할 수 없는터라 세화 해수욕장 주변에서 즐길 거리를 만끽하기로 했다. 여전히 날씨는 무더웠지만 하루가 귀하기에 여행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동녘 도서관(제주 제주시 구좌읍 일주동로 3148)’ ‘한라 도서관’과 달리 제주 교육청 관할 소속 도서관이라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한껏 부푼 마음을 고 숙소에서 출발하였다. 어린이 자료실은 생각보다 아담하였다. 신발을 벗고 입장할 수 있는 곳이라 셋째의 유아차를 문 앞에 두고 어린이 자료실로 들어섰다. 제주도와 관련된 도서를 빌리기 위해 잠시 셋째를 자료실 바닥에 눕히고 정신없이 책을 찾으러 다녔다. 한참을 찾고 있던 도중, 사서 선생님께서 내게 와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희 도서관 방침상 누워서 책을 볼 수는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멋쩍고 당황했지만 ‘저희 아이가 장애가 있어요’라는 말이 차마 입 밖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죄송하다 말하 급하게 셋째를 데리고 어린이 자료실 밖으로 나왔다. 덥고 습한 탓일까. 셋째가 유아차에서 불편을 호소했다. 도서관이기에 셋째의 울음소리를 방관할 수 없었고, 열심히 책을 보던 첫째와 둘째를 불러 빌릴 책을 골라서 서둘러 도서관을 나다.

 

 

 그다음 여행지는 점심시간에 맞춰 ‘세화민속오일시장(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1500-44)’. '동문 시장'이나 '서귀포 시장'처럼 상설 시장이 아니기에 더욱 궁금했고, 허기가 진 터라 곧바로 점심부터 먹을 요량이었다. 우리는 장애인 주차장에 무사히 차를 주차하고 시장에 들어섰다. 5일장답게 사람들로 가득했다. 맛집을 찾아간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보이는 대로 들어가 점심을 해결다. 검색이라도 하고 오면 좋았으련만 밥을 먹기 위해 시장을 간 것은 아니었기에 일단 시장 입구의 첫 번째 집에 들어갔다. 메뉴는 분식. 떡볶이, 어묵 등을 파는 곳으로 한 편에 두세 개의 식탁이 놓여있는 아담한 노점상이었다. 말 그대로 시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졌다. 우리 가족은 설레는 마음으로 좁은 자리에 셋째의 유아차를 대고 자리를 잡았다. 대형 선풍기도 함께 있어 더위를 식히기에도 그만이었다. 때마침 셋째도 수유 타임이 곧 찾아오기에 우리는 기대만큼 즐길 겨를도 없이 급하게 허기를 채우고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시장 근처에 있는 카페를 찾아 나섰다. 가장 가까운 카페가 몇 군데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띈 카페는 ‘카페 공작소(제주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446 1층, 2층 카페공작소)’. 걸어서 4분 남짓 거리에 있는 장소였고 , 셋째의 수유 시간도 다가오고 있었기에 차는 시장 주차장에 놔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재촉이 무색하게 지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과 바다의 습한 바람 때문에 발 한걸음 내딛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고작 4분 거리인데 마치 40분이나 걸리는 듯한 기분. 겨우 도착한 ‘카페 공작소’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모든 힘듦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몇 가지 음료를 시키고 휴식을 취했다. 카페 에 아이들이 와서 즐길 수 있도록 노트와 색연필이 준비되어 셋째 수유를 하는 동안 큰 아이들은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첫째와 둘째는 카페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저 앉아서 음료만 마시는 일은 아이들에게 꽤나 지루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세화민속오일시장을 나서기 전에 집에서 먹을 주전부리를 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화민속오일시장은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시간 동안만 운영하기 때문에 자칫 늦으면 저녁거리가 될 수 있는 음식을 사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분명 아이들에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서 가자며 어르고 달래 카페를 갔는데, 시간을 맞추기 못해 먹거리를 사지 못한다면 큰(?) 원망을 들을 것이 분명다. 시장이 문을 닫는 시간은 오후 2시, 카페에 나와 바닷가에서 한참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중 확인한 시각은 1시 55분.

과연 우리 가족은 무사히 저녁을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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