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시작 Jun 21. 2024

Day10_2

2023. 08. 06._제주 한 달 살기

별짬뽕, 시인의 집, 조촌 성당

 

 점심 식사와 더불어 북카페 ‘시인의 집(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조천3길 27)’을 방문하기 위해 우리는 조촌으로 향했다. 큰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외식 메뉴는 단연코 중화요리. 제주도에서도 역시나 빠질 수 없었다. '손 안에든 넓은 세상 속 검색 엔진'을 돌리니 우리에게 ‘별짬뽕(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109 1층)이라는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다행히 1층에 마련된 식당이었고 맛과 관련된 평도 나쁘지 않았으며, ‘시인의 집’과도 그리 멀지 않아 서쪽에 있던 우리는 북동쪽을 향해 내 달렸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인 탓에 모두가 허기진 상태였고, 다행히 가게 앞에 주차할 공간도 남아있어 서둘러 셋째의 유아차를 꺼내 식당으로 들어섰다. 안타까운 건 식당의 여러 가지 정보 중 좌식 테이블이 있다는 정보까지는 알지 못해 애꿎게 유아차만 폈다 접었다 하는 수고로 배만 더 고파져버렸다. 이미 먼저 들어가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큰 아이들과 셋째를 안고 들어선 나는 벽면에 붙여진 식당 공지를 보고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인주방장으로 주문 즉시 조리합니다. 주문이 많을 경우 시간이 걸리거나 순서가 바뀔 수 있습니다.’ 맙소사! 밥 한 끼 먹기가 이렇게 어렵(?) 다니. 하지만 급격한 실망감(?)과 달리 비교적 금방 음식이 나왔고, 우리 가족은 밥 한 끼를 배부르고 맛있게 먹고 나설 수 있었다.

 

 

 다음 일정은 엄마인 내가 기다리던 북카페 ‘시인의 집’. 더위는 점점 최고조에 다다르고 ‘시인의 집’ 옆 주차 공간의 파쇄석은 고기를 구워도 될 만큼 달아오를 때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지면의 뜨거운 열을 이겨내고 유아차를 꺼내어 펼치는 작업을 반복했다. 셋째가 잘 버텨줄 거라 믿으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제주도에서의 첫 북카페를 들어섰다. ‘시인의 집’은 낮고, 아담했다. 소담스럽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카페 안쪽으로 들어서니 광활한 제주 앞바다가 드넓게 펼쳐졌다. 소담스러운 내부와 달리 그렇지 못한 바깥 풍경을 보니 ‘시인의 집’ 장소 자체가 한 편의 ‘시’ 같았다. 옹졸하고 단단한 나의 마음을 너른 바다 같은 시가 어루만져주는 기분.

 행복한 마음으로 한쪽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하였다.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서가를 둘러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도 간간이 보였고, 시인이 주인인 집답게 시집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몇 권의 소설, 몇 권의 도록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게다가 제주 굿즈까지. 독립서점답게 특색 있는 모습으로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 서가를 둘러보기에 앞서 우리 옆자리에서 한창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분은 서 계시고, 나머지 두 분은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함께 대화를 나누고 계셨는데, 서계시던 한 여성분께서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더군다나 서가를 보는 도중 울던 셋째를 걱정하시던 여성분은 ‘시인의 집’을 나설 때쯤 알게 되었다. 손 세실리아 시인이라는 것을. 애정을 갖지 않으면 대체로 작가의 얼굴을 알 수 없는 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뒤늦게 알게 되어 알은체도 하지 못해 조금은 안타까웠다. 우리 가족에게 다정히 대해주셨는데...... 겨우겨우 셋째를 달래 가며 그간 로망이었던 북카페에서 함께 그림책 보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판매되는 그림책 말고도 음료를 즐기며 볼 수 있는 그림책도 몇 권정도 비치되어 있었다. 함께 본 그림책은 화가 에바 알머슨의 <엄마는 해녀입니다>와 이정록 시인의 시 그림책 <달팽이 학교>였다. 아이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달팽이 학교>는 앙코르(?)를 외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낭만은 그리 길게 누리지 못했다. 우는 셋째를 달래기 위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곧 주일 미사(어린이 미사)가 ‘조촌 성당(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조천 2길 19)에서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첫째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한 이유 물으니, ‘김녕 성당’을 가고 싶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왔으니 매주 새로운 성당을 가볼 예정이라고 일러주니 온몸으로 반감을 표하며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다 같은 성당인데 도대체 왜?' 아마도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첫째에게 성당이라는 곳은 완벽에 가까운 곳이었고, 그런 곳을 매주마다 바꿔간다는 것은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너무나 화가 났다. 미사를 불성실하게 참여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춘기 어린이의 마음을 쉽게 헤아릴 수 없는 것은 어쩌면 그 시기를 지났음에도 어른이라는 삶에 어느새 공감력을 잃어버린 부모의 잘못이 더 크지 않을까 뒤늦게 반성해 본다. 다음엔 '김녕 성당'을 가겠노라 약속하며, 겨우 미사를 마치고 조촌 성당의 아름다운 배경에 매료된 채 숙소를 향해 나아갔다.

     



<함께 본 그림책>


#글 고희영/ 그림 에바 알머슨 / 번역 안현모/난다(왼)                                 #시 이정록 / 그림 주리 /바우솔(오)  


이전 28화 Day10_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