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1_2
2023. 08. 17._제주 한 달 살기
함덕 해수욕장 스타벅스 제주 함덕점 용수산회포장
오후의 일정은 함덕 해수욕장으로 결정했다. 김녕 해수욕장도 좋지만, 아무래도 해 질 녘 가기에는 함덕 해수욕장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외삼촌과 외숙모는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셔야 했기에 우리 모두는 일단 숙소로 이동했다. 렌터카가 있어 내가 제주공항으로 배웅해 드릴 필요는 없었다. 두 분이 직접 공항으로 가 렌터카 반납을 하고, 그대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마치고 엄마, 이모와 함께 우리는 함덕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할머니(엄마와 이모)들이 계실 때 해수욕장에 한 번이라도 더 가서 물놀이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 물놀이 장비도 챙겨갔다. 엄마가 해주지 못하는 물놀이. 어쩌면 남은 열흘 동안 물놀이를 할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였기에 더 적극적으로 해수욕장을 오후 일정으로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성산 일출봉을 다녀와 함덕 해수욕장을 가게 된 터라 생각보다 놀이 시간이 길지 않았다. 더욱이 어두워지면 물놀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서둘러 함덕 해수욕장 앞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그대로 바다로 향했다. 성수기를 막 지난 시점과 더불어 늦은 시간인지라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함덕 해수욕장은 저녁이 되어도 사람들이 제법 붐비는 곳이다. 김녕과 다르게 상권이 발달했기 때문. 일단 어두워지기 전에 큰아이들과 엄마, 이모는 파도가 치는 바다를 향해 다가가고 모래 때문에 유아차를 쉽게 끌고 갈 수 없는 나와 셋째는 최대한 단단한 지면을 찾아 천천히 나아갔다. 편한 길을 찾아 돌아가느라 정작 곧장 바다로 달려간 가족들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놀이를 시작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셋째와는 더 이상 바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일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해변가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제주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522)’로 들어갔다. 셋째 수유도 할 겸 노트와 펜을 챙겨 온 나는 엄마와 이모, 큰 아이들이 함께 노는 동안, 예기치 못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돌체 라테 아이스 한 잔을 시켜놓고, 창가에 앉았다. 해가 거의 다 지고, 사위가 어둑해지는 밤이 시작되었다. 엄마와 이모, 큰아이들은 바다 밖으로 나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연락 없었다. 어른 두 분이 계시니 일단 내 할 일을 하며 큰 걱정 없이 기다려 보기로 했다. 노트에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기록했다. 훗날 글을 쓰기 위해 큰 자산이 될 테니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더 세세하게 적어놓으면 좋겠지만 일단 오늘 무엇을 했는지, 그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정도로 글을 써 내려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하며.
스타벅스에 들어선 지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있는 곳의 위치를 물었고, 우리는 스타벅스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상권이 발달한 곳이라 함덕 해수욕장 앞에서 먹어도 좋았겠지만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인 터라 간단히 회 한 접시를 떠서 집에서 편하게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집 근처에 포장 횟집(제주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105 양어장 건물 : 용수산회포장)이 있었다. 엄마와 큰아이들은 먼저 숙소에서 씻으며 기다리기로 했고, 나와 이모는 자차를 가지고 횟집으로 향했다. 회가 떠질 동안 가게 밖 코앞에 있는 바다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침과 오후의 풍경에만 익숙했던 내게 노을 지는 제주 저녁 바다와 하늘이 주는 풍경은 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귀한 선물과도 같았다. 얼마 남지 않은 엄마와 이모와의 시간. 맛있는 저녁과 달콤한 대화들로 풍성해질 식사 자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좋은 타인은 없을 것이다. 언제나 함께 해도 설레는 우리. 가족과 다름없는 이모와 나는 제주의 저녁 바다를 뒤로 한 채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