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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Nov 15. 2024

Day21_2

2023. 08. 17._제주 한 달 살기


함덕 해수욕장 스타벅스 제주 함덕점 용수산회포장


 오후의 일정은 함덕 해수욕장으로 결정다. 김녕 해수욕장도 좋지만, 아무래도 해 질 녘 가기에는 함덕 해수욕장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삼촌과 외숙모는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셔야 했기에 우리 모두는 일단 숙소로 이동했다. 렌터카가 있 내가 제주공항으로 배웅해 드릴 필요는 없었다. 두 분이 직접 공항으로 가 렌터카 반납을 하고, 그대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마치고 엄마, 이모와 함께 우리는 함덕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할머니(엄마와 이모)들이 계실 때 해수욕장에 한 번이라도 더 가서 물놀이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 물놀이 장비도 챙겨갔다. 엄마가 해주지 못하는 물놀이. 어쩌면 남은 열흘 동안 물놀이를 할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였기에 더 적극적으로 해수욕장을 오후 일정으로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성산 일출봉을 다녀와 함덕 해수욕장을 가게 된 터라 생각보다 놀이 시간이 길지 않았다. 더욱이 어두워지면 물놀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서둘러 함덕 해수욕장 앞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그대로 바다로 향했다. 성수기를 막 지난 시점과 더불어 늦은 시간인지라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행인 건 함덕 해수욕장은 저녁이 되어도 사람들이 제법 붐비는 곳이다. 김녕과 다르게 상권이 발달했기 때문. 일단 어두워지기 전에 큰아이들과 엄마, 이모는 파도가 치는 바다를 향해 다가가고 모래 때문에 유아차를 쉽게 끌고 갈 수 없는 나와 셋째는 최대한 단단한 지면을 찾아 천천히 나아갔다. 편한 길을 찾아 돌아가느라 정작 곧장 바다로 달려간 가족들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놀이를 시작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셋째와는 더 이상 바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일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해변가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제주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522)’로 들어갔다. 셋째 수유도 할 겸 노트와 펜을 챙겨 온 나는 엄마와 이모, 큰 아이들이 함께 노는 동안, 예기치 못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돌체 라테 아이스 한 잔을 시켜놓고, 창가에 앉았다. 해가 거의 다 지고, 사위가 어둑해지는 밤이 시작되었다. 엄마와 이모, 큰아이들은 바다 밖으로 나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연락 없었다. 어른 두 분이 계시니 일단 내 할 일을 하며 큰 걱정 없이 기다려 보기로 했다. 노트에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기록했다. 훗날 글을 쓰기 위해 큰 자산이 될 테니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더 세세하게 적어놓으면 좋겠지만 일단 오늘 무엇을 했는지, 그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정도로 글을 써 내려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하며.

 스타벅스에 들어선 지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있는 곳의 위치를 물었고, 우리는 스타벅스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상권이 발달한 곳이라 함덕 해수욕장 앞에서 먹어도 좋았겠지만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인 터라 간단히 회 한 접시를 떠서 집에서 편하게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집 근처에 포장 횟집(제주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105 양어장 건물 : 용수산회포장)이 있었다. 엄마와 큰아이들은 먼저 숙소에서 씻으며 기다리기로 했고, 나와 이모는 자차를 가지고 횟집으로 향했다. 회가 떠질 동안 가게 밖 코앞에 있는 바다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침과 오후의 풍경에만 익숙했던 내게 노을 지는 제주 저녁 바다와 하늘이 주는 풍경은 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귀한 선물과도  같았다. 얼마 남지 않은 엄마와 이모와의 시간. 맛있는 저녁과 달콤한 대화들로 풍성해질 식사 자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가족보다 좋은 타인은 없을 것이다. 언제나 함께 해도 설레는 우리. 가족과 다름없는 이모와 나는 제주의 저녁 바다를 뒤로 한 채 숙소로 향했다.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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