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이 가져다준 시간
동아줄: 굵고 튼튼하게 꼰 줄
해와 달 이야기로 금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해와 달이 되었고, 썩은 동아줄을 잡은 호랑이는 떨어졌다는 옛날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간병 초기 환자를 병원에 버려두고 도망갔던 엄마의 긴 간병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될 시점이었다.
24시간 아빠를 돌보아야 하는 엄마에게 개인 시간은 사치이다. 딸인 내가 주말에 잠시나마 시간을 내어야 그 사치도 어느 정도 허락되었지만, 이팔청춘 20대 딸은 주말에 이 핑계, 저 핑계 엄마에게 아빠를 맡겨두고, 놀러 가기 바쁘다.
그래도 딸이 작업치료사라서 그런지 제안을 했다. 퇴원 후 집에서 지내기 한 달 즈음, 엄마에게 방문요양을 신청하자고 한다. 방문요양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이미 퇴원 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여 복지용구 물품을 대여 및 구매를 했기에, 방문요양 신청은 쉽게 할 수 있었다.
신청하자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는 흔쾌히 동의하셨다. 그런 게 있으면 진작하지... 투덜투덜... 그렇게 우리 집에도 낯선 이 가 오게 되었다. 즉, 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이 시작된 것이다.
방문요양을 설명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것이다. 장기요양보험은 근로자 즉, 월급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다 세금으로 내고 있는 보험이다. 잘 모르겠다면,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회보험 방식을 기본으로 한 국고지원 부가 방식으로,
우리나라 장기요양보장제도는 사회보험 방식을 근간으로 일부는 공적부조 방식을 가미한 형태로 설계 및 운영되고 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인성 질환의 해당되는 환자들은 모두 신청하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여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그렇다. 이 제도는 딱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제도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는 크게 재가급여와 시설급여로 나뉘는데, 이렇게 퇴원 후 집에서 생활하는 환자에게는 재가급여가 제공된다. 우리는 재가급여 중 방문요양을 신청하여 받기로 했다.
방문요양은 요양보호사가 수급자의 가정 등을 방문하여 신체활동 및 가사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서비스 시간은 장기요양등급에 따라 달라지며, 아빠는 1등급이기에 최대 시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아빠를 보살펴줄 요양보호사는 집도 근처이고, 40대의 젊고 인품이 좋으신 여자 선생님이셨다.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처음 집을 방문하여 엄마와의 첫인사를 나눈 후, 엄마에게 그동안 힘들었겠다는 위로의 말과 함께 어떠한 부분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으셨다.
나는 엄마의 대답을 듣고, 미안한 마음과 함께 웃음이 났다.
아고...
그냥 마..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이...
내 그냥, 이모야 오면,
숨통 좀 티이게 좀 나갔다 올게.
내 시간 딱 지켜서 올 테니깐,
우리 영감 몸 삐뚤어지면 잠시 봐주고
티브이 틀어 달란 거 틀어주고,
하면 된다이~~~
내가 기저귀 다 해 노코,
밥도 가기 전에 다 먹이고 갈 테니깐,
그냥 이모는 와서 있다가
쉬다가 가면 됩니다이...
그렇게 엄마는 금 동아줄을 잡은 것 마냥, 신난 얼굴로 요양보호사 선생님 손을 잡으며 말을 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아빠를 보살펴준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정말 금 동아줄이셨다. 엄마가 시간을 맞춰 온다 하셨지만, 늦을 때도 많았고, 아빠의 외래진료나 약을 타러 가거나 등의 글을 모르는 엄마에게는 실제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약 5년 정도 아빠를 보살펴주셨으니, 마지막에는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주변에는 실제 많은 사람들이 가정에서도 다른 이의 손길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도움을 몰라서 누리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고, 선입견과 두려움으로 누리지 못하기도 한다.
긴 간병생활에 지친 가족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환자는 본인이 제일 힘들다. 특히,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견디는 심적부담이 더 크다.
환자는 가족보다 다른 이 즉, 간병인이나 남이 보살펴 주는 것을 더 좋아하고 편해할 수도 있다. 사실 작업치료사로 임상에서 일을 할 때 환자들에게 직접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딸(아들)과, 가족이 간병해주고 같이 있어줘서 좋으시겠어요.
라고 말을 하면, 좋다는 말도 있지만 한숨과 뒤섞인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것은,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내가 자식인데, 남의 손의 어떻게 맡겨, 내가 보살펴야지라고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주변을 챙기는 시간을 가지면서 좋은 사회제도를 이용해서 전반적인 보호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추천한다.
보호자가 행복해야 환자에게도 그 행복이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집에 오시고 난 후, 엄마는 더 아빠의 간병에 긍정적인 힘을 받으며, 지극정성 케어를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