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사녀ㅣ이혜진OT Aug 17. 2019

갖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

필요하지 않아도 원할 순 있어요.

필요하지 않아도 원할 순 있어요.
쓸모없어도, 갖고 싶을 수도 있어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예쁜 쓰레기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예쁜 쓰레기. 일상 속에 실용성은 없을지라도,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이유로 사는 물건들이다.

 

예쁜 쓰레기는 예쁨으로써 쓸모를 다한 거야..


  우리 집에서는 실제로 정기적으로 예쁜 쓰레기를 구매하곤 한다. 천 원 샾 등 팬시점은 아들과 딸이 좋아하는 곳이다. 그곳을 지나가곤 하면 아이들은 그곳을 들렸다 가자를 외치는데, 그때마다 남편과 나는 예쁜 쓰레기를 고르러 함께한다. 그렇게 예쁜 쓰레기를 구매한 나의 아들과 딸은 만족한 얼굴로 하루 종일 예쁜 쓰레기를 가지고 논다.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가 아닌 반나절이 될 수도 있고 몇 시간일 수도 몇 분일 수도 있다. 아들 딸의 만족한 그 얼굴을 보면, 주머니를 털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아이들의 충동구매를 권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 두 놈들이 용돈을 받고 관리를 하고 가성비를 따지며,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올 때는 알아서 안 하겠나 싶다. 훗 날의 걱정은 다음에..


  예쁜 쓰레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아빠에게 예쁜 쓰레기에 해당하는 물건들을 사준적이 있 때문이다.


  아빠는 뇌병변 1급 장애, 장기요양보험 1등급으로 상상태로 8년을 지내오셨다.


와상상태란,

와상은 침상을 말하는데 말 그대로 침상에서만 생활하는 상태로 와상환자라고도 며 침상 환자라고도 한다.


그럼, 이런 침상 환자들에게 필요한 여러 물품들이 있을 테지만,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실제 존재한다.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이다.

엄마.
이번 어버이날은 뭐할까?
필요한 거 있어?



  엄마는 이전부터 갖고 싶었던 가방이 있었던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방을 사자고 하셨다.

그렇게 어버이날 전 쇼핑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생각하니 어버이날인데. 아빠 선물은?

그래 아빠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아빠.
내일이 어버이날이야.
무슨 날인 지는 알지?
엄마는 가방이 갖고 싶다는데,
아빠는 갖고 싶은 거 있어?

  아빠는 연하장애가 심해 입으로 먹을 수도 없으니, 먹고 싶은 게 있을 수도 있지만 소용없다. 그렇다고, 본인의 의지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또한, 운동성 실어증이 심해 제대로 의사표현과 말을 할 수도 없고, 그저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왼손과 얼굴 표정으로 예. 아니. 싫다. 좋다. 맞다. 아니다. 정도의 의사표현을 하곤 한다.


  한마디로 신체능력은 마비되었지만, 아빠의 사고능력 인지능력은 그런대로 괜찮은 기능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선 때에는 선거도 직접 휠체어를 타고 갔으니 말이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아빠가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빠 뭐가 필요해? 옷? 화장품? 신발?

이것저것 질문에 아빠는 신발에서 다른 반응을 보이셨다.

신발이구나.

신발...


신발이구나.


  아빠가 외부로 나가는 날은 그날따라 엄마의 기분이 좋아 휠체어를 타고 집 앞을 산책하던지, 외래진료를 보러 가는 날 말고는 밖에 나갈 일이 없다. 밖에 나가더라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좋은 신발. 신발이 필요 없다. 신발도 샌들류나, 무조건 신고 벗기 편한 신발류로 실내화 수준의 신발이었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아빠가 새 신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어버이날을 위해 쇼핑을 했다.

아빠는 같이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엄마가 원하는 가방을 먼저 산 후, 아빠의 신발을 보러 매장을 방문했다.


  아빠의 신발을 고르는 조건은 일단 저렴하고, 신고 벗기 편한 게 제일 우선이다. 아프시기 전에 신었던 신발을 신으면 되지 않냐는 분도 계시겠지만, 와상상태의 보행이 불가능한 발은 이미 오래전 신체 변형과 마비로 인해 사이즈가 딱 맞는 신발을 신고 벗기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엄마와 나는 그렇게 고른 신발은 세 개였다.

1. 저렴한 가격에 조건 부합

2. 중저가의 아빠 취향

3. 고가의 고기능에 아빠 취향


  이 중에 우리는 한 개를 골라 구매를 해야 했으나, 나는 통 고르지를 못했다. 엄마는 무조건 1번을 외치셨지만,

우리나라는 환불제도라는 것이 있다.

매장 직원에게 3개를 다 포장해달라 하며, 그렇게 3개를 다 아빠에게 들고 갔다.


  아빠는 3개의 신발 중 골라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거울을 통해 신발을 고르셨다. 혹시 다 갖고 싶은 거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


  항상 티브이만 보고 계셨던 흐린 눈빛은 신발을 고를 때만큼 그 총명한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결국 아빠는 나의 예상처럼 제일 좋아 보이는 3번의 신발을 고르셨고, 한동안 외출 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셨다. 우리도 외부에서 친지들을 만나면, 아빠의 신발을 가리키며 예쁘지요? 하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아빠는, 필요하진 않지만 원했던, 쓸모없지만 갖고 싶었던 신발을 선물 받았다.


  이 날의 기억을 추억하면, 원하고 갖고 싶었던 물건 자체가 필요하고 쓸모 있는 가치를 부여하고 있을지는 모른다 각을 하게 된다.

간단한 영어단어로 표시하자면, want + like = need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아빠의 물건은 이제 몇 개 남지 안았다. 엄마의 집에는 아직 버리지 못한 몇몇 개의 물건들 중 아빠의 예쁜 쓰레기들이 아직 존재한다. 존재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었던 아빠의 물건들.


그러니, 우리도 예쁜 쓰레기 샀다고 뭐라 하지 맙시다.

자주 사는 우리 집 예쁜 쓰레기 예: 스티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금 동아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